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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hören, 듣다.

 2017년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동안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Radialsystem V’에서 <Zuhören – Dritter Raum für Kunst und Politik / 듣다 – 예술과 정치: 제3의 영역> Sasha Waltz & Guests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Zuhören - 듣다> 프로젝트는 ‘예술과 정치, 예술과 저항, 지역사회의 권한 등’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들로 풀어내었다. 각 나라별 활동가들과 예술가들이 대담하는 자리에서는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을 예술로 풀어내는 활동들에 대해 예술, 무용, 영화, 기회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졌으며, 이외에 워크숍, 콘서트, 공연, 영화상영, 음식 등으로 이야기를 다루는 자리였다. 특히 기본 주제 안에서도 여성과 어린아이들, 환경, 난민 등에 집중하였고, 중동, 미국, 브라질 및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 지역활동가들과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관객들과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고무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Sasha Waltz & Guests의 공연은 <Women>과 <Improvisation>이 보여졌다. <Women>은 16명의 여성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오롯이 몸의 소리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팔, 다리, 머리, 가슴 등을 손, 허벅지로 치거나 비비거나 쓰다듬는 표현 등으로 옷깃을 스치는 소리, 원초적인 몸의 소리 등을 만들어 내면서 말이다. 특히 몸, 육체, 여성을 드러내는 동작을 만들어내며 지속적으로 무대 공간을 활보하는 듯하게 움직인다.


 다른 Sasha Waltz & Guests의 공연과는 다르게 무대장치 및 연출, 사운드 등은 최소한으로 하되 어두운 조명과 검정색 의상과 몇몇의 흰색 의상만으로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몸의 움직임에 압도당하는 듯 하다. 안무가 Sasha Waltz의 몸에 대한 탐구는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왔고, 다른 작품들 안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Women>은 인간이자 여성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모습 등을 정교하게 보여주면서 반복적인 손짓, 발짓, 몸짓이 아담스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히 INVR SPACE와 공동작업을 통해 가상현실의 공연과 현실의 공연, 같지만 같을 수 없는 또 다른 방식의 <Women>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명의 관객들이 VR기계를 쓰고 난 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얼굴과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이때 관객들은 가상현실의 공연 안에 존재하는 20명의 무용수들과 자신들이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면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Reality와 Virtual Reality, Sasha Waltz& Guests가 논하고자 한 ‘Dritter Raum – 제3의 영역’을 지식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몸으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하는 듯 하다. 같은 공연을 영역, 공간만 달리하여 잊고 있었던 몸의 감각을 열게 하는 시간, 몸의 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Sasha Waltz& Guests 프로젝트 <Zuhören – 듣다, Women>, 그 안에서 벌어졌던 이 모든 순간을 몸은 기억할 것이다.


글, 사진_ 송미경(작가)
사진 출처_ Sasha Waltz & Guests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