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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턴발레단에서 최초로 여성 호두까기인형을 선보이다


Madeline Schrock Dec 17, 2019, Dance Magazine

 

몇 달 전, 데이턴발레단 예술감독 카렌 루소 버크는 한 가지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용수 미란다 다포에게 접근했다. 발레단의 크리스마스 시즌 작품인 <호두까기인형>에서 호두까기인형 역에 여성 무용수를 캐스팅해보려는 생각으로, 이를 다포가 할 수 있을지를 타진해보려 한 것이다.

 

데이턴발레단 단원이었던 다포는 그 아이디어를 듣고 솔직히 충격이었어요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버크의 제안에 빠져들었죠. 생각해보세요. 클라라는 쥐들과의 전투에서부터 사탕나라로의 여행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모든 것에 대해 꿈을 꿉니다. 그렇다면 한 여자가 자신을 쥐에게서 구해내서 여행에 데려간다는 꿈을 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호두까기인형으로 분한 미란다 다포와 클라라 역의 첼시 브레크트
Photo by Expressions Studios, Courtesy Dayton Ballet


 

다포는 이 변화는 사회의 진화에 발맞추어 우리의 <호두까기인형>도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라고 작품의 메시지를 짚으며, 소녀 관객들에게 전해질 이 메시지를 마음에 들어 했다.

 

오는 1223일까지 공연되는 데이턴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남자 호두까기인형과 여자 호두까기인형이 더블로 캐스팅되었다. 그것은 호두까기인형의 안무와 의상에 약간의 수정이 가해진다는 의미였다. “어떤 음악에서는 점프를 더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카렌과 나는 강하지만 여성스러운 것으로 보일 점프와 턴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라고 다포는 말했다.

 

아직도 호두까기인형 탈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다루기 힘든 의상을 입고 춤추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녀가 쓰는 호두까기인형 머리에는 턱수염이 없어서 정체성을 더욱 모호해 보이도록 만든다. 다포는 관객들이 공연 전에 프로그램북을 미리 읽지 않는다면 전투 장면이 끝날 때까지 호두까기인형을 연기하는 것이 여성 무용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투가 끝나고 그녀가 쓰고 있던 호두까기인형 탈을 벗을 때에야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여성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호두까기인형 탈을 들고 있는 미란다 다포. Photo by Margot Aknin, Courtesy Dayton Ballet


 

데이턴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에서 클라라 역을 맡은 것은 학생 무용수이며, 클라라의 안무에는 다포가 맡은 호두까기인형과의 파트너링이 포함되지 않는다. 다포는 그 관계를 어떻게 접근하고 싶은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라면서 호두까기인형이 클라라의 어머니 같기도 하고 롤모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매로도 보일 수 있도록 연기했습니다. 클라라에게도, 객석에 있는 어린 소녀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싶었어요.” 눈송이 왈츠 장면과 사탕 나라를 안내하며 클라라의 손을 잡았던 순간의 느낌을 다포는 나도 약간 어지럽고 흥분됐어요. 나는 클라라의 세계에서 지금과 같은 어른이 아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다포를 호두까기인형으로 캐스팅한 예술감독 버크는 이러한 시도가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군대에서 여성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다포는 데이턴발레단에서 이번 공연을 제작하게 된 것을 데이턴 시()가 지난해 겪은 일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봄에 큰 토네이도가 있었고, 오리건 주에서도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우리는 우리 경찰관들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있어요.” 전투 장면에서 프로펠 총은 사탕 통조림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제로 의식하고 있고, 관객들도 그것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운동을 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 큰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사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를 원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호두까기인형으로 데뷔하는 것은 다포에게 벅차고 흥미진진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궁극적으로 그녀는 이러한 성역할의 교환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발레단에서도 <호두까기인형>을 우리와 비슷하게 혹은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킬 영감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관객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겠지요.” 그녀는 또한 사람들은 발레에 대해 다소 부담스러워 하거나 다가가기를 두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발레는 생각보다 훨씬 더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우리가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여기 있는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번역_ 윤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