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는 꾸준하게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는 단체 중 하나로 기억할 수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진 레퍼토리를 양산하거나 그 레퍼토리를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조금씩 다듬어 무대화하는 영속적인 활동에서 비롯된다. <이방인>, <아유레디?>, <비트사이엔스>, 〈40712〉, <보이체크> 등은 그러한 작품들로 교차적 무대화를 이루며 확장을 이루는 원천으로 자리한다.
이러한 바탕은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가 2014년부터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로 몇 년간 안정적으로 활동한 토대와 2020년 양천문화회관 상주단체로 선정 등에 힘입은 바 크다. 무대공연예술을 펼치는 예술인에게 안정적인 공간 확보는 이상적 필요조건 중 하나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번에 공연된 김성한 안무,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의 <눈먼자들>(양천문화회관 대극장, 2021.9.4-5.)은 2016년에 첫 무대를 가진 이래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등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양천문화회관으로 본거지를 옮긴 이후 새로운 공간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번 무대는 그동안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이들이 추구한 실험적 창작 정신과 대중 친화적 노력이 조화를 이루며 그리 어렵지 않게 관객과 소통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무대는 조금 과장된 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과장되어 보이는 이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하면서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일상 속에 놓인 다양한 군상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이어 여러 무용수들의 등장이 이루어지는데 조명에 비추인 모습은 앞서와 반대로 몰개성의 획일적 모습이면서도 집단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관계적 사회성을 표피적으로 유지하는 모습이 관찰되면서도 제대로 마음을 소통하지 못하는 형태로 중의적으로 확장되어 나타난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상정하기 위한 계기적 장치이면서 긴장감을 일으키는 표상을 이룬다.
또한 집단 속 행위는 개별적 움직임으로 전이되고, 실존에 대한 고뇌가 짙게 묻어나는 질감 있는 상황이 그려진다. 이는 상상 속 인식에 대한 묘사나 홀로 떨어져 사회적 관계성에 대한 성찰의 행위에서 구현된다. 여기에 소리를 지르며 감정을 분출하거나 변별성을 지닌 인물의 등장으로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책의 형태로 자신을 학대하는 상황도 분출된다. 이러한 불편한 현실 속에서 존재론적 인식은 사회적 부조리가 나의 잘못이 아닌가라는 자책을 표현하기도 한다.
여러 갈등에 대한 고민과 응어리는 군무를 통해 해소를 이루려 한다. 이는 조명의 변환 속에서 몽환적이면서도 상상의 세계를 그렸던 앞서 부분적 흐름과 다르게 강한 음악 속에서 개성 있는 춤꾼들의 행위에서 나타난다. 이어 해소 이후 그려진 세계는 이상향을 상징하는 다양한 감각, 즉 개성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상징적 공간을 나타내며 첫 장면을 정제하여 재현한다. 이는 눈앞을 가리는 허위를 벗고 포용사회로 나아가고자 함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눈먼자들>은 현대사회에 잔존하는 더럽혀진 본성을 일깨우고 정화하고자 하는 순정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실존에 대한 고뇌와 더불어 사회 정의가 무엇인지를 그리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긴장과 이완의 서사구조에 힘입은 바 크며 집단과 자아의 갈등 양상 속에서 공동체 의식과 인간성 회복을 그리려 점에서 나타난다.
이번 무대에서 깊이 있는 주제의식과 어두운 분위기는 현실과 이상 세계를 교차적으로 이미지화하여 무겁게만 다가오지 않게 만들었다. 또한 행위자들이 일체감 있는 몸짓보다는 개성적 움직임을 보이며 생동감을 주었는데 대중이 현대무용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는 현대무용이 가지는 찰나의 감흥과 수행적 미학이 쉽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상주단체로 여러 고민이 따를 텐데 그동안 추구한 동시대적 감각의 진중한 표현과 보편적 정서에 바탕을 둔 창작방법론이 융화되기를 기대해본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