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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공연비평

전통과 창작의 중용을 이루며 나아갈 길: 평론가 초이스 2022 젊은 국악 <단장>

1980년대 이후 한국무용계에 불어 닥친 창작의 바람은 이후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의 컨템포러리 한국무용에 이르렀다. 전통을 기반으로 춤사위나 구성을 재해석하고 해체하면서 혹자는 현대무용과의 구분을 논하기도 한다. 하지만 춤의 3분법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얼마나 완성된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추고 있느냐가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며 마련된 무용공연이 평론가 초이스 2022 젊은 국악 <단장> 이라는 제목으로 10월 19-29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있었다.


이 무대는 무용뿐만 아니라 연희, 음악계의 저명한 평론가들이 각 장르에서 조명 받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선정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녔다. 그 결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무용에서는 10월 22일, 평론가 장승헌이 선정한 이이슬. 김현선, 최종인의 공연이 있었다. ‘3인 3색-협업의 춤, 위로의 혜원굿 그리고 놀이정신과 해학의 우리춤!’이 무용팀의 핵심을 담고 있다. 이 세 사람의 다채로운 안무는 현재 한국무용의 전개에 활기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이슬은 한국무용 전공이지만 파격과 도발의 상징인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무용단에서 활동했다. 안은미의 색깔도 있지만 한국적 정서와 춤사위에 더해 낯설게 하기라는 현대예술의 성격도 담겨있어서 자신만의 개성이 너무도 선명한 무용수였다. 프로페셔널 무용수로서 작업했던 만큼 무대에서의 자신감이 굉장했고, 작고 가냘픈 체구의 단점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이는 반복적 연습과 자신만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영민함. 안무에 진심을 담보로 무장했기에 자신만의 춤 스타일을 구축한 것으로 보였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감각적인 움직임과 호소력 있는 구음, 적절한 오브제의 사용이 인상적인 무대였다.

  

 

 

 

 김현선은 전통과 창작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시도와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복미경 무용단의 상임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우리 춤의 깊은 호흡과 느림의 미학을 무대에서 소리 없이 강하게 표출했다. 고등학교 시기부터 함께 협업의 시간을 가졌던 피리연주자와의 콜라보는 성공적이었다. 춤도 피리도 호흡이 중요하다. 호흡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춤의 깊이가 피리의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둘의 조화는 재즈에서의 싱코페이션과 즉흥성에 비례할 만큼 역동적이고 강렬하게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빨라지는 피리 소리에 반응하며 잰 발걸음으로 춤추고 마지막까지 한 곳으로 시선을 모으며 끝맺는 엔딩에서 여운이 남았다.



 

차세대 대표 남성 안무가 최종인은 자유로운 영혼의 춤꾼이다. 브레이크댄스를 췄던 이력으로 그 자유로움이 빛을 발하며 유희성이 돋보이는 춤을 제공했다. 이후 한국무용을 전공하면서 한국춤을 근간으로 새로운 표현방식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고, 독창적 실험정신과 유쾌한 감성을 빚어냈다. 자신과 함께 활동해 온 그룹과 보여준 공연에서 우산과 우비 등의 일상적 사물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유쾌하면서도 흥미로운 움직임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는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영향으로 뱃놀이 음악을 사용하며 그밖에도 음악을 해체해 사용할 줄 아는 음악성도 보였다. 무용에 당찬 메시지를 담는 다크호스라는 칭찬을 들은 최종인은 자칫 경직되고 고루한 한국춤을 생각하게 되는 신세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안무자였다.

 


 


 

 

​<단장>에서 선보인 세 사람은 각자의 아우라를 또렷하게 각인시키며 앞으로 한국무용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자들로 보였다. 따라서 시대를 역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타며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 부표같은 모습이 아니라 자신들의 색깔과 의지를 굳게 지켜 중견으로, 원로로 발전해가는 안무가들이 되길 바란다. 이들이 그러한 역량이 있기에 염려와 칭찬을 더해 하고 싶은 한마디이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남산국악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