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무용리뷰

공연비평

추모 속에 담긴 응축된 몸짓 - 양민아 <자모사(慈母思)>

 

<부채산조 비선(飛仙)>ⓒ In Ho Choe

 

양민아는 무용계에서 그리 흔하지 않게 연구와 춤을 겸비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문화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래 한국과 러시아 무용의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를 영속적으로 진행하여 이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연구에만 치우쳐 있지는 않다. 최근 들어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보다는 연구에 조금 더 집중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였지만 서울대 체육교육과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이래 강윤나를 사사하였고, 제27회 대구국악제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명인부 종합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전통춤 정진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자모사(慈母思)>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 무대를 가졌다(한국문화의 집 KOUS, 2021.9.12.). 이번 공연은 우선 그동안 수련한 춤들을 무대에서 펼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돌아가신 지 1주기가 된 어머니를 기억하는 데 초점을 더욱 두었다는 점에 마음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래서 제목을 ‘자애로운 어머니를 그린다’라고 붙였는데 구성도 1부 망선요(望仙謠), 2부 송인(送人)으로 나누고, 이를 허난설헌의 한시 ‘망선요’와 정지상의 한시 ‘송인’을 소재로 하면서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양민아의 <태평무>ⓒ In Ho Choe

 

 

먼저 망선요에서는 양민아의 <태평무>, 강윤나의 <즉흥무>, 평인댄스컴퍼니(윤보배, 윤승아, 최예지, 김수민, 박원정)의 <규장농월>이 펼쳐졌다. 춤의 면면에서 보듯 무겁게 바라보는 춤이 아닌 어머니를 평안(平安)한 마음으로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양민아가 오랫동안 수련한 태평무는 터벌림장단의 발디딤으로 상징되는 기품 있는 화려함이 가득한 춤으로 그의 안정적이면서도 정제된 마음이 그대로 나타났고, 강윤나의 즉흥춤은 유려하면서도 흥취가 묻어났으며, 장고춤인 규장농월은 가볍지만 군무를 통해 일체감 있는 신명을 보여주었다. 

 

강윤나의 <즉흥무>ⓒ In Ho Choe


평인댄스컴퍼니<규장농월>
ⓒ In Ho Choe

 

이러한 구성이 1주기 공연 내용으로 의아할 수도 있지만 ‘망선요’라는 한시를 중심에 두었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 시는 현실세계를 도피하기보다는 허허롭게 신선세계의 이상향을 그려낸 것으로 이는 사후세계도 어두운 공간이 아닌 제주 무가에 나오는 서천꽃밭처럼 평화로운 길로 인식하고자 한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허난설헌이 노래한 ‘아름다운 꽃바람 타고 파랑새가 날아다니고 …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푸름 무지갯빛 치마가 날리고 … 푸른 바다의 청의동자가 백학에 올라타네 …’라는 확장 인식에서 펼쳐진 모습으로 날아다는 신선(飛仙)으로 상상되는 가벼운 움직임 속에서 화려함과 흥취 그리고 흥겨운 선녀들의 몸짓 속에서 그대로 구현되었다.  

‘송인’에서도 앞서의 마음을 그대로 잇고자 하였다. 특히 주제가 된 한시들에서 반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파란색에 대한 감정이 그대로 투영된다. 이는 양민아의 <부채산조 비선(飛仙)>은 의상이나 부채 등에서 표상이 인식되고, 그의 몸짓에서 청청(靑靑)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면서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감정도 조금씩 전이되어 그려졌다. 이러한 감정은 정지상의 ‘송인’에서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고 있으니(別淚年年添錄波)’에서도 인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안문기, 김상열의 <진쇠춤>ⓒ In Ho Choe


양민아의 <살풀이춤>ⓒ In Ho Choe

 

이어 펼쳐진 경기도무용단 단원인 안문기, 김상열의 <진쇠춤>은 남성 춤꾼들의 역동성과 여러 신들을 불러내는 쇠소리로 인해 긴장을 불러일으켰다면 양민아의 <살풀이춤>에서는 맺음과 풀림을 통해 돌아가신 분이 편안한 여정을 걸으시기를 기원하고, 남은 자들도 일상에서 안녕(安寧)을 바라는 의미로 매조지하였다는 점에서 잔잔한 여운을 주었다. 이렇게 이 공연은 개인적인 감정을 깊이 있게 담으면서도 여러 춤 속에서 다양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런데 이 공연은 개인적 의미를 떠나 스토리텔링을 통한 치밀한 구성을 이룬 전통춤 공연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던졌다. 이는 단순하게 춤을 펼쳐놓은 것이 아닌 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여 서사구조에 투영하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한시를 모티브로 하고 이를 의미화한 점에서 깊이감이 느껴졌는데 꾸준하게 사단법인 유도회(儒道會)에서 한문을 공부하며 다방면에서 내공을 쌓아 이를 문질(文質)로 발현하였다는 점에서 변별적 특징을 드러낸 것이다. 

 

양민아는 한국춤에 대한 다양한 펼침을 보이는 독특성을 지닌다. 영속적인 학문 연구와 전통춤에 대한 정진 그리고 러시아에 한국 전통춤 보급 등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역량이 총체적으로 응축되어 그만의 정체성이 더욱 빛이 바라길 기대한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양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