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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공연비평

짙은 여운의 한국춤 - 전진희의 <무진무향(無盡舞香)>

 

전진희의 <승무>

 

다양한 춤의 향기로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 전진희의 공연이 10월 12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무진무향(無盡舞香)>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졌다. 전진희는 현재 서울시무용단 지도단원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를 이수했으며 배정혜 아카데미 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중견무용가이다. 또한 세종대학교 무용학 박사를 마쳤고 우봉이매방보존회 이사로 있으면서 학업과 전통춤을 겸비한 그녀는 이번 공연을 통해 조촐하지만 알찬 구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서울시립무용단에서 지도단원으로 있다 보니 실제 공연에서 오롯이 자신을 드러낼 기회가 적었던 만큼 본인의 기량을 백분 보여준 무대는 그 성과가 컸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돈화문국악당에서 한국춤의 향기를 널리 퍼트린 공연이 아닐 수 없었다. 

 

 

조경아와 송현승의 <진주검무>

 

전체 구성은 이매방류 <승무>로 시작해 배정혜류 <흥푸리>로 끝을 맺었다. 조경아와 송현승이 출연한 <진주검무>와 윤명화가 춘 박병천류 <진도북춤> 등도 작품에 흥과 멋을 더했다. 전진희는 이매방류 <승무>, 임이조류 <교방살풀이춤>, 배정혜류 <흥푸리>를 선보이며 탄탄한 기본기와 전통춤의 깊이를 부각시켰다. 그 중에서 흥푸리는 가장 인상적인 레퍼토리로, 내면의 흥을 외적으로 구체화하면서 어르고 푸는 묘미가 집약된 모습을 보였다. 소리를 하는 이예린의 소개로 시작된 첫 작품 이매방류 <승무>는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긴 하지만 전통춤의 품위와 격조를 잘 보여주는 춤이다. 공중을 가르는 세찬 장삼놀음, 바닥을 힘차게 딛고 누르는 발 디딤새, 흥을 고조시키는 북가락이 무용수의 기량을 알 수 있는데 연륜이 보이는 춤을 통해 그녀의 지나온 시간이 느껴졌다. 

 

<진주검무>는 보통 8명의 무용수가 검무를 춘다하여 진주팔검무라는 별칭을 갖고 있고, 간략하게 4인무까지는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무대는 2명이 출연해 춤의 무태와 춤가락, 다양한 춤사위를 보여주며 현존하는 궁중계열의 무용 중에서 그 역사와 전통이 가장 오래된 검무가 지닌 멋을 보여주었다. 조경하, 송현승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춤이 돋보였다.

 

전진희의 <교방살풀이춤>

 

전진희가 춘 임이조류 <교방살풀이춤>은 교태미와 가볍지 않음을 동시에 담아야 하는 춤으로, 규칙이 있으나 속박 없이 자유로운 개성이 담기기도 했다. 길지 않은 수건을 감아들기도 하고 응축된 힘이 곳곳에 발산되기도 하면서 여인의 아름다움을 그림처럼 그려냈다. 정교한 발걸음과 정제된 팔사위가 그녀의 내공을 드러내는 춤이었다. 

 

  

윤명화의 <진도북춤>

 

윤명화가 춘 박병천류 <진도북춤>은 북을 다루는 윤명화의 솜씨를 여실히 드러내며 관객과 호흡한 무대였다. 자신이 느끼는 신명뿐만 아니라 관객의 신명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출중했고, 박병천 선생이 재구성한 북의 쓰임을 잘 표현했다. 두 손에 든 북채에서 북가락을 자유롭고 힘차게 구사하며 동적으로 움직이고, 그 활달함에 동화되어 악사들과 관객도 어깨를 들썩이고 장단을 맞추는 모습을 연출했다. 

 

 

전진희의 <흥푸리>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역시 전진희의 배정혜류 <흥푸리>였다. 흥푸리란 여인들이 쉽게 지닐 수 있는 목수건, 손수건, 머릿수건 등의 생활소품에서 출발한 여인의 잔잔한 춤과 신명이 녹아나는 작품이다. 수건을 들고 추는 춤에 일가견을 보였던 그녀는 맛깔스러우면서도 춤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을 보였다. 수건을 주먹에 움켜쥐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수건 놀음을 보이기도 하면서 자유자재로 춤추는데, 배정혜 선생 특유의 절제미와 응축된 에너지의 분출을 고스란히 이어가며 나름의 개성을 더했다. 더불어 중견무용가가 갖출 수 있는 여유가 여기에 깊은 맛을 보태며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