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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한국 춤의 전통성과 동시대 감각의 펼침 - <공감시대-무용, 이 시대의 춤꾼>

  2021 국립국악원 장르별 기획공연 <공감시대-무용, 이 시대 춤꾼>(2021.10.21.-28,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은 한국 춤의 전통성과 동시대적 전형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고자 한 공연이다. 그동안 전통춤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획 공연을 펼치던 국립국악원은 전통에 바탕을 둔 새로운 감각의 홀춤 10편과 한국 춤에 기반을 둔 창작춤 12편 총 22편을 선보이며 색다른 시각의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이 중 10월 27일 펼쳐진 이동준, 최정호, 서연수, 정명훈이 안무한 4편의 작품도 한국인의 의식 속에 담긴 문화담론을 바탕으로 동시대 창작 방법을 보여주어 흥미를 모았다. 

 

  이동준 안무 <어화둥둥>은 사랑가의 현대적 변용이다. 그동안 이동준은 <사랑가>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카르멘, 근대 이야기 그리고 사랑가로 이어지는 구성을 통해 색다른 표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하였다. 정열적인 무용수의 몸짓과 기타 선율이 조화를 이룬 이국적 정서는 카르멘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근대를 연상하게 하는 모던보이의 몸짓은 여러 오브제의 활용 속에서 감정적 연기의 풍성함을 그려냈다. 이어 판소리 춘향가에 기반을 둔 사랑가는 의상에서 드러나듯 현대적 감각에 우선하며 두 무용수의 선 굵은 감각을 전해주었다.   

  이 작품은 익숙한 사랑가를 해체하면서도 새로운 표현 방법 속에서 다양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관객과 소통하였다. 그럼에도 나열적 구성에서 사랑 이야기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지만 연결이 분절되어 있었고, 무용수들의 강한 에너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정호 안무 <영영(影, 靈): 넋, 그림자>는 한국적 정서가 물씬 묻어난 스토리텔링을 통해 감정의 극대화가 두드러지게 분출된 작품이다. 여자 무용수(유다혜)는 머리에 종이배를 얹고 상념에 가득한 몸짓을 표현한다. 그녀의 존재는 물 속 그림자의 잔상으로만 남고 이어 애련(哀憐)이 가득한 남자 무용수(최정호)는 종교적 인식 속에서 그녀를 그리며 역동적 몸짓 속에서 고조된 마음을 고조시키고자 하였다.

  최정호의 몸짓은 꽤나 역동적이면서 내면의 감정도 풍성하게 그려졌다. 이러한 점이 흡인력 있게 다가오면서도 서사구조에 의한 것이겠지만 독무가 다소 길게 전개된 점도 존재하였다.  

 

  서연수 안무 <화이트 사운드(White Sound)>는 그동안 안무자가 연작으로 시도한 블랙시리즈 중 하나로 흰색은 보이지 않는 역사, 사운드는 민중의 소리로 의미부여하여 그 속에 담긴 민중의 일상성을 몸으로 풀고자 하였다. 서두에서 다섯 개의 큰 부채를 무대에 세우는 행위는 익숙한 오브제이지만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며 묘한 긴장감을 전해준다. 이어 북소리가 들리고 부채를 펴고 머리에 쓰거나 몸에 밀착시키는 행위에서는 일상적 고뇌가 그려지기도 하면서 채움과 펼침의 공간적 형식미를 구현하였다. 이는 두 무용수가 교차하고 접촉하는 몸짓 그리고 부채를 통해 수직적 수평적으로 확장성을 이루며 절제되어 있지만 묵직한 기운을 표출하였다.    

  <화이트 사운드(White Sound)>는 안무자가 의도한 다양한 청각적 기호를 통한 의미 창출과 더불어 큰 부채를 활용한 시각적 이미지가 조화를 이룬다. 이는 청아한 음률 속에서 이루어지는 창의적 몸짓은 언어적으로 표현되었고 오브제인 부채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이다.  

 

  정명훈 안무 <고백(Go back)>은 제의적이면서 무속적 잔향이 가득한 작품이다. 서두, 고깔을 쓴 두 명의 무용수 그리고 그림자 실루엣이 그려지며 또 다른 무용수가 등장하는데 신비감과 함께 관객을 압도하며 무거운 공기를 만들어낸다. 그들의 움직임은 그리 크지 않지만 서서히 기운을 모으려 하고, 영혼을 달리기 위한 듯 씻김의 의식으로 나아간다. 이어 강렬하고 간결한 동정(動靜)의 움직임 속에서 맺힌 것을 풀고자 하는 중간자의 역할은 그대로 표출되면서 강한 정감(情感)을 전해 주었다.    

  정명훈의 몸짓은 언제나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강한 울림을 전해준다. 그의 몸은 크지 않음에도 순간적 응집력을 통해 감정의 표현은 그대로 전달되었다. 이는 그동안 기법적인 행위가 눈에 들어왔다면 연륜이 쌓이며 의미가 체화되며 배가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 점에 기인한다.

 

  <공감시대-무용, 이 시대 춤꾼>은 15분 내외지만 밀질감 있는 작품을 통해 안무자의 창작 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동시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무용수와 창작자를 넘나드는 춤꾼들의 무대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획력이 돋보인 공연이라 할 수 있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국립국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