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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순간: 캔들라이트 콘서트

공연을 관람한 후 여운이 길게 남는 공연들이 있다. 공연의 장면들이 하나의 사진처럼 각인돼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인데 이번에 관람한 캔들라이트 콘서트(Candlelight Concerts)도 그러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공연은 음악, 퍼포먼스, 조명 등 여러 요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며 그것을 통해 공연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하나의 공연으로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관람한 캔들라이트 콘서트는 발레와 클래식 음악 그리고 캔들이라는 조합을 선택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마치 공연장이 아닌 새로운 공간을 유영하는 듯하였다.

 


캔들라이트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과 여러 명곡이 촛불 불빛 아래에서 연주되는 공연이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시작되었으며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90개 이상의 도시를 돌아가며 공연을 하고 있다. 캔들라이트 콘서트라는 이름에 맞게 무대에는 수십 개의 촛불(실제는 모형 전구)이 켜져 있다. 이러한 촛불의 노란빛은 차분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어 공연을 집중하여 볼 수 있게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캔들라이트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 뿐 아니라 영화 OST, 재즈, 팝 등의 장르로도 열리는데, 나는 그중에서 〈Candlelight Ballet featuring Tchaikovsky and More〉이라는 제목으로 클래식 음악과 발레가 협연한 공연을 보고 왔다.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로 이루어진 현악기 4중주 공연이었다. 발레음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차이콥스키(Tchaikovsky)의 음악은 선율과 화성이 특징인데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연주는 감미로우면서도 현대적인 화성을 더해 조화롭게 들렸다. 다만 음악이 포커스인 공연이어서 그런지 발레리나의 움직임은 아쉬웠다. 하지만 촛불이 춤사위를 더욱 우아해 보이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여 아쉬웠던 움직임을 조금 커버해주었다. 




캔들라이트 콘서트는 사람들에게 어렵다고 인식되는 클래식 음악과 발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또한, 촛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명을 사용하여 공연장 자체를 보다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며 시각적으로 더 다채롭게 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공연이었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그리피스 천문대가 주인공인 세바스찬과 미아 둘만의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되었던 것처럼 발레리나와 클래식 음악 그리고 촛불의 조합은 공연장을 나만의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분명 나뿐만이 아니라 공연을 관람했던 모든 사람이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일반적인 것을 특별한 것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을 해왔었는데 캔들라이트 콘서트가 그러한 힘을 보여준 공연이 아닐까. 단순히 하나의 클래식 음악이었던 차이콥스키의 곡들이 이제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불이 붙은 촛불을 보면 캔들라이트 콘서트 동안에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날 것 같다.



글_ 한성주(에디터)

사진제공_ F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