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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기획의 새로운 지평: SIDance 무용기획자 연계 워크숍 참여 후기

무용 공연이 준비되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간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준비되는 무대에서 기획자들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관심을 갖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SIDance에서 진행하는 예비기획자들을 위한 연계 워크숍인 ‘초연결시대, 무용기획을 상상한다!’가 열렸다. 이 워크숍은 창작파트너로서의 기획자 역량을 배양하고자 하는 예비 기획자들을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 워크숍에서는 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예술적 소양에 대해 현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토론과 학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과 소양을 함께 이야기하며 나누고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내가 이 워크숍에 참여하게 된 동기 역시 이러한 귀중한 학습의 기회와 현장의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더 넓고 깊은 무용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시댄스 인스타그램 캡쳐 ⓒ SIDance

 

워크숍은 지난 9월 23일과 24일,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예술청 아고라에서 무용기획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렸다. 예비 기획자, 무용수, 광고업계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 속에서 진행된 워크숍은 수업마다 참여하는 인원이 달랐는데 한정된 인원 속에서도 높은 수준의 토론과 교류가 이루어졌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시댄스 워크숍 홍보배너 ⓒ 한성주

 

첫 번째 날, [Part 1]에서는 권태현 큐레이터가 <기획, 프로듀싱, 큐레이토리얼>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였고 김명현 무용평론가가 무용의 관점에서 좀 더 접근하기 쉽게 풀어주며, 무용기획과 큐레이터기획의 접점에서의 창의적인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권태현 큐레이터는 기획자로서 예술적 안목의 중요성과 연결성을 만드는 능력에 대해 강조하였다. 또한 성좌(별자리)를 예로 들며, 무수한 별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여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과 기획자의 역할이 얼마나 닮았는지 설명하였다. 강의 중 어원학 사전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세션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단어의 의미를 넘어서 그 단어의 깊은 배경과 역사,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탐구함으로써 기획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실습 과정에서는 'Miro'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형의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또한, 이렇게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다른 참가자들과 공유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활동은 참가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기획 아이디어를 보다 완성도 있게 만들어나갈 수 있었고, 실제로 나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획 아이디어의 탄생을 경험하였다.

  

권태현 큐레이터 강의 실습 과정 중 ⓒ 한성주

 

[Part 2]에서는 김재리 드라마투르그 가 <기획자의 드라마투르기적 실천: 프러덕션과 프로세스>라는 주제를 소개하며,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을 제시했다. 현대 예술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기획자와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공유했다. 특히, 무용에서 드라마투르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그 시작과 전개에 대해 탐구하였다.


실습 과정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참가자들은 몸을 이용하여 사물에 접촉하거나 움직임을 체험한 후, 그 경험에서 생긴 감정과 연상되는 단어들을 작성하였다. 그 후 팀을 구성하여 서로의 단어들을 조합하며 이야기를 창조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문제 해결의 과정을 넘어, 기획자에게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과 새로운 이야기 창조의 방법을 실질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특히, 이 경험을 통해 기획자가 단순히 관리와 조정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예술 작품의 탄생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새로운 내러티브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자임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두 번째 날의 [Part 1]는 정옥희 무용평론가의 수업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미 비평가다! 기획자를 위한 비평적 사고>라는 주제는 기획자와 비평가의 근본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정옥희 무용평론가는 기획자와 비평가의 역할을 구분하면서도 그들 사이의 연결점을 강조하였다. 공연의 전 단계에서의 기획자와 후 단계에서의 평론가, 두 역할은 시간적 차이를 두고 하나의 공연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참가자들은 무용계에서 각자의 위치에 따른 역할과 책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 공연 작품인 매튜 본의 <스핏파이어>와 시나브로가슴에 〈ZERO〉 등을 감상 후 비평하는 활동은 참가자들에게 개인적인 비평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감상 후 각자의 솔직한 의견과 평가를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비평의 주관성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객관적 가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비평의 세계는 검정과 하양의 절대적인 판단이 아니라, 다양한 색의 조합과 해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 수업인 [Part 2]에서는 김재리 드라마투르그가 다시 한 번 나서 기획자의 드라마투르기적 실천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였다.

  

정옥희 무용비평가 수업 중 ⓒ 한성주

 

이렇게 이틀 동안, 예술청 아고라에서는 기획자를 꿈꾸는 참가자들과 함께 그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이번 SIDance 워크숍은 무용계에서의 기획자 역할에 대해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무용 전공생으로서 취업 준비의 일환으로 워크숍에 참가했지만, 이틀 동안의 여정은 나에게 예상치 못한 통찰과 경험을 제공하였다. 다양한 강사들의 강의와 실습을 통해, 기획자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현장에서 실제로 공연 기획자로서만 활동하는 사람의 강의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사례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이론적인 지식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12만원이라는 참가비는 강의의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실제로 워크숍을 참가하고 나서 보니, 그 가치는 참가비를 훨씬 초월했다. 다만, 이러한 가치를 미리 알게 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워크숍에 참석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워크숍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특히, 무용계에서의 다양한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도 이런 기획자 워크숍이 꾸준히 개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글_ 한성주(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