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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015.02.28
무용가와 비평가의 관계를 위한 제언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이다. 우연하게 『춤․지성』지에 실린 <무용가와 비평가의 관계>라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단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제목이 와 닿았으며, 무용가와 비평가의 관계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만들었던 글이다. 이 글을 준비하며 그때의 생각이 났고,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읽는다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그 기사를 다시 꺼내 읽었다. 10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그때 내가 받았던 인상이나 지금의 무용가와 비평가의 관계가 주는 인상은 다름이 없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왜 무용가와 비평가의 관계는 변함이 없는 것일까? 그때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무용 작업과 비평 환경은 많이 좋아졌고, 또 우수한 인재들도 다수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무용가와 비평가의 사이에는 불신, 대립, 갈등이 거대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둘의 위악적 관계는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상 비평가들은 무용가의 작품에 집중하고 그들이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는데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즉, 비평가는 무용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특질을 미학적으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동시에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사적, 문화사적, 정치사회사적 등 여러 요인들을 밝혀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이다. 그런데 무용가들에게 비치는 비평가라는 이미지는 부정적일 때가 많다. 무용가들이 받는 각종 지원금을 심사하고 평가하거나 무용가들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초청하는 존재이며, 나아가 공연의 제작에 참여하여 작품의 방향성까지도 바꿔버릴 수 있는, 소위 ‘갑(甲)’의 존재인 것이다. 비평가의 갑(甲)질은 무용가의 작품 행위에 선행하려는 오만인 경우가 많으며, 무용가의 의욕과 사기를 저하시키는 경우도 많다. 언젠가 앳된 무용가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저는 나중에 할 거 없으면 평론가나 하려고 해요.” 이러한 발상은 참으로 위험하며 비평가들에게 반성의 여지를 남긴다. 무용에 대한 깊은 애정, 남다른 안목, 전문 식견으로 무용가와 무용작품을 바라보는 무용비평가라는 존재가 젊은 무용가나 무용석박사생, 그리고 인문학 전공의 외부인에게는 글 좀 쓰면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이며, 무용계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대상으로만 비춰지는 것이다.


  생태계에는 먹이사슬이 존재하고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들이 특별하지 않다. 무용생태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구의 감소, 교육정책의 변화로 인해 현재 대학의 많은 무용과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벌써 지방의 여러 무용과들이 타과로 통폐합되거나 사라졌다. 이런 무용생태계의 위기 상황에서는 무용가와 비평가들이 우수한 작품과 양질의 글로써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의 해결책일 것이다. 여기서의 공생이란 부정적 의미라기보다는 긍정적 의미에서의 관계맺기이다. 무용가들이 없다면 무용비평가들은 존재할 수 없으며, 무용비평가들이 없다면 무용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객관적인 평가로 남길 수 없다. 그러므로 서로를 독려하고 발전시키는 공생관계를 도모해야 한다. 


  무용생태계의 건강한 존립을 위해서는 무용인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고 상호존중, 상호신뢰의 정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비평가들은 전문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글로써 무용가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며, 무용가들과 무용가들의 작업방식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용가들은 비평가들의 진심어린 조언은 받아들이되 그들의 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자신들의 중심을 유지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무용가와 비평가들이 정도(正道)를 따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또 앞서 말한 공존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이 무용계가 도태되지 않고 발전적으로 살아남는 길이다.





글_ 부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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