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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_


2015년 9월
2015.09.30
그들은 왜 자충수(自充手)를 두는가

 춤계에 대한 날카로운 조언과 직언이 통하지 않는 시기에 직면했다. 예로부터 “양약고구 충언역이(良藥苦口 忠言逆耳)”라는 말이 있다. 이는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는 뜻이다.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싫은 소리 듣기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자신을 넘어서 춤계 전체를 생각할 때 꼭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모두는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국공립 단체장들은 본인들의 이름을 건 수작(秀作)을 남기는데 주력하기보다는 행정과 홍보에 바쁘다.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초심을 잃고 단체와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한 채 다른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정작 가장 핵심적인 업무인 안무와 연출은 그렇다면 누가 하는가? 융복합이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장르를 달리한 타 분야의 안무가, 연출가를 모셔다가 전문적이고 새로운 공연문화를 만든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시대를 앞서가고 더욱 창의력이 풍부한 뛰어난 인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단체의 특성과 장르 고유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현시대를 반영한 안무를 담당하는 것이 단체장들의 역할이 아닐까?


 물론 그들도 변론의 여지는 많다. 안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조성하라든지, 자신들의 색깔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단임이 아니라 연임의 기회를 준다든지, 노동조합이나 무용수들, 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행이 가능하다든지, 충분한 시간적· 정신적 지원이 가능하다든지 하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모든 여건이 다 갖춰졌을 때 그 역량을 누가 발휘 못하겠는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단체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은 그 명성이 다소 빛바랬지만 미국의 마사 그라함 무용단이나 앨빈 애일리 무용단, 피나 바우쉬로 대표되는 독일의 부퍼탈 무용단, 지리 킬리안의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 등의 단체는 단체장의 이름과 대표작만으로도 세계 춤계에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여건의 차이를 감안하고라도 우리는 이런 현상이 불가능할까라는 자문을 해본다.


 이제부터라도 국공립 단체장들은 자신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고 나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춤계, 세계 속의 한국춤을 위해 자충수(自充手)를 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충수란 자신의 여유수를 스스로 매워 불리함이나 자멸을 자초하게 되는 수를 놓는다는 뜻으로, 지금 단체장 스스로와 단체의 색깔을 잃고 타인에게 의지하는 춤계의 형상이 그러하다.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최상의 표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안무가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고, 단체장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본인과 단체,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춤역사에 기억될 명작을 완성하는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K-Pop으로서가 아니라 춤 한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말이다.





글_ 공동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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