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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015.06.30
지난 20년간은 기적, 앞으로 200년간은 브라보! 한국 창작모던발레의 견인차 서울발레시어터(SBT)의 창단 20주년 페스티벌

  올 초부터 시작된 서울시향의 전임 대표와 직원들 간의 불협화음이 아직도 계속 되는지 언론계 문화면을 한 번씩 들썩이게 한다. 책임 공방이 이제는 극장을 벗어나 법정을 오가는 상황이라 예술계 일원으로 사태를 지켜보는 심정이 무겁다. 분명한 것은 이 사태의 본질은 오케스트라 리더십의 문제라는 것이다. 수십 명의 연주자와 기획단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무용조직이 발레단이다. 국가의 든든한 재원, 탄탄한 조직 인력, 그리고 1인 감독으로 운영되는 국립발레단과 같은 공적 무용단체는 리더십에 문제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사설 발레단이 수십 명의 구성원들을 이끌며 연중 내내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을, 단 한번의 불협화음도 내지 않고 운영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런 기적을 20년간 행한 단체가 있으니 바로 서울발레단(Seoul Ballet Theater, 이하 SBT)이다. 이 기적의 중심에는 발레리나의 길을 포기하고 발레단 경영에 헌신해 온 김인희 단장이 있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SBT을 이끌어 온 김인희 단장으로부터 창단 20주년의 소회, 기념축제의 프로그램,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진/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

 

Q. SBT의 창단 20주년을 축하드린다. 기념축제의 캐치프레이즈가 ‘BRAVO(브라보)’인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A. 주변에서 SBT가 20주년을 맞았다고 하니 모두 ‘기적’이라고 말했다. SBT의 모든 단원과 직원이 함께 노력해서 얻은 기적이며,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1년 내내 ‘브라보’를 외치면서 축하하고 싶었다. 또 주변 분들에게 200년을 계속하라는 응원을 받고 싶었다. 지난 20년간은 우리끼리 공연하고 진행하였다면, 앞으로는 사회와 더불어 많은 일을 해나가며 더 많이 박수를 받고 칭찬 받으며 성장하고 싶다. 20주년이란 것이 정말 꿈만 같다. SBT가 지금까지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상임안무가와 단장이라는 2탑 체제로 예술과 경영을 분리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제임스 전 선생은 안무가로서 창작에만 전념하고, 나는 단장으로서 작품을 판매하고 무용단을 운영하며 안무가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해왔다.

 

 

Q. 제임스 전 선생님이 일전에 있었던 어떤 인터뷰에서 자식이 대학갈 나이가 되어 돈이 많이 드니 도와달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진짜인가 싶었다(웃음).
A. SBT는 제임스나 나에게 20년을 키운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창단할 때 우리 부부는 무용단 운영과 자식 양육, 두 가지를 다 잘할 수는 없으니 친자식을 기른다는 심정으로 발레단을 키우자고 약속했다. 그래서 외부에서 얻어지는 모든 것을 발레단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아마 우리에게 자식이 있었더라면 교육비 투자로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웃음). 또한 우리 부부는 20년간 최선을 다해 운영하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자고 약속했다. 창단 15주년때 이 약속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년에 민주적이며 희망적으로 우리의 직책을 이양할 예정이다. 상임안무가는 염두에 둔 인물이 있지만 단장은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아마도 외부에서 모셔올 것 같다. 40명의 식구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간 운영비를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이 필요한데, 분명 준비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Q. SBT의 대표적 이미지라면 ‘한국형 창작발레’가 아닐까 생각된다. SBT의 지난 20년 역사에서 반드시 명기하고 싶은 업적은 무엇인가?
A. 해방 이후에 한동인-이인범의 서울바레단이 민간단체로는 최초로 창작발레를 했다고 하는데,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서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발레전문가들이나 무용사학자들은 국립발레단의 초대 단장인 임성남 선생님을 창작발레의 선구자라고 본다. 임 선생님께서 일본식이면서 한국적 소재의 창작발레를 추구하셨다면 SBT는 다양한 소재를 찾아서 글로벌한 창작모던발레를 지향했다는 점이 다르다. 1995년에 초연된 <현존(BEING)>은 ‘락(Rock) 발레’라고 해서 락 음악에 맞추어 요즘 <댄싱 9>에서는 볼 수 있는 힙합, 현대무용, 발레의 융합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모던발레인데 당시로선 상당히 실험적이고 파격적이었다. ‘해설이 있는 발레’도 SBT가 창단되고 얼마 안가서 시도했던 프로그램인데, <손수건을 준비하세요>라는 공연이었다. 당시로선 드물게 흑자를 낸 발레공연이었고, 소극장에서 이루어진 장기공연이라는 점에서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생명의 선(Line of Life)>, <Inner Moves>, <Variation for 12>라는 작품은 해외로 수출하였다는 점을 명기하고 싶다. 작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을 통해 제작했던 <RAGE>도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Q. 단장님의 리더십 형성에서 멘토 역할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A. SBT의 20년 역사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초대 예술감독인 로이 토비아스 선생님이다. 로이 선생님께서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신 것 같아 아쉽다. 한국발레사에 정말 중요한 인물이니 앞으로 로이 선생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로이 선생님은 뉴욕시티발레단의 최연소 단원이었고, 일본에서 30년간 발레를 지도하셨던 분이다. 일어가 능통하셔서 일본을 자주 찾았던 임성남 선생님과 친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국립발레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객원 안무가로 몇 차례 작품을 올린 것으로 안다. 그러다가 유니버설발레단(UBC)의 3대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한국으로 이주하셨고, UBC의 단원이었던 나와 제임스가 SBT를 창단한다고하자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로이 선생님은 한국을 너무 사랑하셔서 은퇴 후에는 한국으로 귀화하시고 이용재라는 한국 이름으로 살다 가셨다. 그는 예술가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온 몸으로 가르쳐주셨다. 그분에게 프로발레단의 운영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배웠다. 로이 선생님이 SBT를 창단할 때 주신 작품이 <뉴 와인>이다. ‘뉴 와인’은 와이너리가 오픈할 때의 가장 큰 축제라는 뜻인데, 로이 선생님은 우리의 창단을 그렇게 축하해 주셨다.

 


사진/ 서울발레시어터의 <Rage> 공연 중


Q. 20주년 기념축제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해 주기 바란다.
A. 먼저 6월 5일(금), 6일(토)에 LG아트센터에서 기념작으로 <RAGE>를 공연한다. 작년의 작품을 보완하여 올리는 것이다. 재미교포였던 제임스가 한국으로 이주한 후 28년간 억압받고 고민해온 것을 응축해서 풀어낸 작품이다. 제임스는 작품을 창작하며 씻김굿을 한 것처럼 분노를 삭이고 정화하며 치유를 했다고 한다. 제목처럼 마냥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개선과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핵심이다. 8월 6일(목)에는 대전예술의전당 초청으로 야외 공연장에서 가족발레극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하고, 8월 28일(금), 29일(토)에는 민간발레단체 협동조합인 발레STP와 함께 ‘수원발레페스티벌’을 수원시 제1야외음악당에서 개최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창다 20주년 기념은 10월에 한다. 우선 10월 1일(목), 2일(금)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스위스 바젤발레단과의 합작공연 <MOVES>를 올린다. 이 작품은 지난 4년간 SBT의 제임스전과 바젤발레단의 리처드 월락 감독이 서로 서울과 스위스를 오가며 창작했는데, 내년에는 스위스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10월 22일(목)에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CJ라운지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당일과 23일(금)에 오페라하우스에서 모던발레 갈라와 <BEING>을 공연한다. 20일부터 23일까지 오페라하우스 로비에서 <서울발레시어터가 걸어온 길>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가 있을 예정이니 여기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Q. SBT의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A. 우선 2025년까지 차세대 안무가를 발굴 및 양성하고 창작 레퍼토리 200편을 확보해서 SBT 콘텐츠 센터를 설립하고 싶다. 또, 대중예술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강화하고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해서 발레대중화를 적극적으로 실천해가고 싶다. 그래서 이러한 우리의 창작과 실천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 파트너의 주체가 기업이든 지자체든 상관없다. 파트너로서 예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창작활동과 결과물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러면 SBT가 20년, 50년, 200년까지 살아남을 것 같다. 미래에는 사람이 실제로 움직이는 곳은 공연장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은 홀로그램으로 공연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언젠가는 사람의 숨소리, 땀 냄새, 살아 움직이는 몸을 갈구하게 될 것이다. 20, 30년만 지나도 예술가의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다. 미래에는 여러 지자체와 기업에서 서로 무용단을 유치하려고 할 것이다. 다음 세대의 무용가들은 반드시 이런 특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인터뷰_ 최해리(편집주간,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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