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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014.11.25
최지연무브먼트 무용서사극 <그 사람 쿠쉬>

 11월 13일 홍대 근처 포스트극장, 거리는 이미 어두컴컴해져버린 시간임에도 지하 2층의 연습공간은 난데없는 말 타는 소리와 잔치 소리로 요란했다. 이곳은 최지연무브먼트의 신작 무용서사극 <그 사람 쿠쉬: 천년의 사랑 ‘쿠쉬나메’>(이하 <그 사람 쿠쉬>)의 연습 현장. 이 공연의 열기를 미리 맛보기 위해 댄스포스트코리아가 <그 사람 쿠쉬>의 연습현장을 찾았다.




 원작인 <쿠쉬나메>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다 이란의 학계에도 1998년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된 페르시아의 영웅 서사시이다. <그 사람 쿠쉬>의 기본 이야기 구조는 다음과 같다. 페르시아의 영웅 아비틴이 압제자인 쿠쉬를 피해 바실라(신라로 추정)로 망명하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공주 프라랑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아비틴과 프라랑이 낳은 아들 페리둔이 다시 페르시아의 쿠쉬를 물리치고,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른다.


 이 날 연습에는 극 중 아비틴과 그의 무리들이 바실라에 도착하여 아름다운 바실라의 여인들을 만나고, 그 중에서도 프라랑과 운명적인 만남 후 결혼까지 이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인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폴로 경기를 하는 아비틴과 무리들은 야성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뒤이어 아름다운 바실라의 여인들은 등장과 함께 선이 고운 한국무용을 선보인다.


 이국적 분위기의 국악, 여러 문화가 혼재하는 듯한 안무,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성, 배우이자 <그 사람 쿠쉬>의 안무가 최지연의 배우자인 손병호와 그들의 두 딸의 출연까지.  <그 사람 쿠쉬>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기 위해 안무가 최지연을 만났다.


Q. 일단 페르시아 서사시를 어떻게 공연으로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30여 년간 아랍과 이슬람문화 연구를 하고 있는 이희수 교수님이 창무회의 포럼에서 <쿠쉬나메>의 다큐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고대 페르시아의 서사시인 <쿠쉬나메>가 문화컨텐츠화 되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는 이희수 선생의 뜻에, 이것을 공연으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아시아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무용인류학자 최해리 박사도 이 과정에서 뜻을 합치고 제작감독으로 참여했다.


Q. ‘무용서사시’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들리는데, 원래 통용되는 장르명인지.
A. 보통 무용극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무용극은 기승전결이 있고,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패턴으로써 무용을 사용하는데, 무용서사시는 조금 다르다. 페르시아의 서사시를 무용연기를 통해 시적으로 풀어내고, 여러 상징성을 극 안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무용서사시’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 안무가 최지연


Q. 기존의 안무 작업과 <그 사람 쿠쉬>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A. <꽃제비 노정기>, <천축> 등 여러 가지 안무 스타일로 창작을 해왔지만, 이제까지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나 내용을 100퍼센트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번 작품은 다르다. <그 사람 쿠쉬>를 통해 관객들이 즐거이 관람하는 것 뿐 아니라, <쿠쉬나메>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하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Q. 광고 전단을 보니, 작품의 제작 과정을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비긴 어게인>에 빗댄 구절이 있다. 특별히 공통점이 있나?
A. 지금 함께하고 있는 의상, 작곡가, 드라마투르기 등 여러 제작진들은 물론이고 몇몇 무용수들은 여태껏 한 번도 같이 작업한 적이 없는 새로운 사람들이다. 적은 제작비에도 여러 아티스트들이 뜻을 모아주었기 때문에 기적처럼 공연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비긴 어게인>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Q. 국악기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악이 굉장히 귀에 신선하다.
A. ‘국악계의 지드래곤’으로 불리는 신예 작곡가 김한솔의 작품이다. <그 사람 쿠쉬>에서 페르시아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아랍의 악기들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아랍의 음악과 국악은 실제로 상통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그 사람 쿠쉬>의 공연에서는 아랍의 악기와 국악기가 함께 라이브로 연주될 것이다.


Q. 배우자인 배우 손병호와 두 딸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용수가 아닌 출연자가 필요했던 이유와 특별히 가족들을 출연하게 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일단은 관객들에게 <쿠쉬나메>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화자(話者) 즉 내레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극처럼 노래로써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 대사로써 전달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았으나 관객들 앞에 연구자인 이희수 교수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희수 교수의 역할을 배우인 손병호 씨가 맡아 관객들에게 좀 더 재미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 딸도 엄마, 아빠가 있는 무대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기하고 춤출 수 있길 바란다. 참고로, 극의 말미에 실제로 이희수 교수님도 등장하신다.


Q. 관객들에게 힌트로 제시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A. <그 사람 쿠쉬>는 단순히 춤이 아니다. 내레이션, 소리, 영상, 노래, 춤, 대화 등 모든 것이 작품에 있다. 24개의 장면마다 소제목과 간략한 설명들이 자막으로 제공되는데, 이 부분도 관객들이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한 마디로, 쉽고 편안하게 춤과 연기를 감상함과 더불어 <쿠쉬나메> 자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사람 쿠쉬>가 공연되는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은 원형으로 되어 있으며, 관객석이 무대보다 높이 있기 때문에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준다. 관객들이 춤, 자막, 대사 등을 모두 놓치지 않도록 해줄 것이다.



 이 공연의 소제목은 ‘최지연무브먼트 서사시를 춤추다 1’로, 최지연 본인이 지은 것이 아니다. ‘서사시를 춤추다 2, 3’의 작업을 암시하는 이 제목을 언급하며, 최지연은 웃음을 지었다. 첫 아이를 낳은 후 아직 산후조리원에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인데 기획자들이 벌써 여러 작품들을 제안한다며, 최지연은 본인 한 사람의 역량으로는 엄두도 못 내지만 “이렇게 끌어주고 움직여주는 주변의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무가 최지연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매력적인 공연으로 탄생할지, <그 사람 쿠쉬>를 통해 확인해보자.


무용서사극

<그 사람 쿠쉬: 천년의 사랑 '쿠쉬나메'>

ㅇ일시: 2014.12.3(수) - 4(목) 오후 8시

ㅇ장소: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ㅇ주최: 최지연무브먼트                   

ㅇ주관: 공연기획MCT                     

ㅇ공연문의: (02)2263-4680               



글_ 인턴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경영학 4)
사진_ 쿤스트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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