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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015.09.30
YJK댄스프로젝트의 카프카, 현대의 <심판>을 이야기하다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안무가 김윤정이 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한다. 오는 10월 3일 강동아트센터에서 SIDance 참가작으로 공연되는 YJK댄스프로젝트의 <심판>이 바로 그것이다. YJK댄스프로젝트는 안무가 김윤정에 의해 2000년 독일에서 창단된 프로젝트 형식의 공연단체이며, 주요작으로는 <아인말(Einmal)>, <문워크>, <미팅유> 등이 있다. 자신의 죄목조차 알지 못한 채 선고받고 헤매이는 요제프 K를 주인공으로 하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심판>을 원작으로 YJK댄스프로젝트가 끌어낼 메세지는 무엇일지 이번 공연의 안무를 맡은 김윤정을 만나 들어보기로 한다.


Q.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이라는 작품을 공연의 베이스로 삼고 있다. 특별히 카프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연유인가 아니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A. 개인적으로 실존주의적 문학과 부조리극을 좋아한다. <심판> 역시 하나의 서사를 따라가지 않고, 스펙타클한 사건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 요제프 K는 스스로의 죄를 알지 못한 채 변호도 받지 못하고 마침내는 사형에까지 처해진다. 의미도 영문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죽게 되는 사람들의 운명과 고독은 카프카가 작품을 썼던 100여 년 전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본래적인 운명을 제하더라도, 현대인의 삶에는 벗어날 수 없는 부조리들이 산재한다. <심판>은 우리 삶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카프카는 최근 독일에서 재조명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에 카프카는 낮에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던 비극적 인물로 알려져 있었으나, 실제로는 굉장히 활동적이고 사회적 능력이 뛰어났다는 역사적 고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Q. <심판>의 줄거리가 현재 우리의 삶에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작품을 선정하셨다고 생각되는데, 어떤 점이 그러한가

A. 나는 우리의 삶 자체가 심판대라고 생각한다. 공연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네모난 트렁크 가방은 삶의 상징이다. 고대는 지배자 가 맨위에 있는 계급주의 모양의 피라미드식 삼각형의 구조였다면, 현대는 민주주의,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는 사각형의 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형태가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민주주의라는 이름 뒤에 자본주의의 함정들이 있다. 사각형은 삼각형보다도 위로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일지 모른다. 개인의 가치는 점점 작아지고,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에 바친다. 아마 죽고 나서 저승사자 앞에가면 내가 누군지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내밀어도 충분할지 모르겠다(웃음). 개인들의 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시스템 안에 우리의 삶이 묶여 있다. 세월호 사건과 같은 비극 역시 자본주의 현대사회의 모습을 그데로 닮아있다. <심판>에서 사람들은 트렁크를 들었다 놓았다가, 그 안에 들어가기도 하고, 그 위에서 춤추기도 한다. 이미 언급했듯, 네모난 트렁크 가방은 삶의 메타포이다. 모더니즘의 상징인 이 사각형의 트렁크는 우리들 인생의 무개이며 인생의 무대이고 또 관이 될것이며 심판대가 될것이다.



Q. <심판> 외에도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삼은 공연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개인적으로 문학을 좋아하지만, 문학 작품의 줄거리나 소재들을 연극처럼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문학 작품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전 공연으로 <울프>, <베케트의 방>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베케트의 방>은 사뮈엘 베케트, <울프>는 버지니아 울프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동시대에 시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를 다룬 작품 <울프>에서 원작은 여덟 명의 인물들이 어떤 설명도 지문도 없이 시 공간을 초월해서 대화하는데 그것이 결국은 한사람의 내면인 것이다. 거기서 영감을 받고 두명의 댄서로 한사람은 끈임없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 말하고 다른 자아는 춤으로 말하는 형식으로 공연했다. 그당시 아르코 대극장에서 두명의 여자 무용수들이 한시간을 끌고 나가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대극장의 공간을 선호한다. 공간 자체는 엄청난 힘이있고 거리감 자체로도 표현할수 있는게 무궁무진하다. <베케트의 방>에서는 베케트의 텍스트를 추출하여 꼴라주하는 형태로 공연을 구성했다. 베케트는 주로 연극으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무용 공연으로 풀어내기에도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 역시 카프카에게 영감을 받았으나, 이전 작품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전에는 작품에 나 자신의 삶으로부터 나온 요소가 많았다. 개인적인 고민들이나 개인적인 삶의 단면들이 작품에 있었다. 그러나 어떤 시점에 돌아보니, 조금은 이기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는 나의 이야기 보다는 나와 연관된 이 사회와 세상으로 시선을 돌려야하는 때가 된듯하다. 너무 늦은감이 있지만 어차피 모든 일들은 때가 되어야 하는거 같다. 현대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조르조 아감벤은 ‘동시대인은 이 시대의 빛이 아닌 어둠을 지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예술가로서 나의 이야기에서 나아가 또 다른 이야기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4. 팝핀현준, 류장현 등 다양한 스타일의 출연자들이 눈에 띄는데,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특히, 전형적인 현대무용수들 외의 출연자들과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 혹은 흥미로운 점이 있는가?

A. 팝핀현준과는 2004년도에 <닻을 내리다>에서 인연이 된 후 벌써 네 번째 작품을 함께 하고 있다. 워낙 대중에게 알려진 팝핀현준의 춤 스타일이 있지만, 나와 함께한 공연들에서 그가 원래 추는 춤을 그대로 하지는 않는다. 본인도 나도 함께 작업을 하면서 흥미로운 점이 많고, 색다른 도전이라고 느낀다. 류장현 역시 <너를 만나다>, <문워크>, <라스트월> 등에 이어 네 번째 함께 작업하고 있다. 안무가로서 이들처럼 인간적으로 소통이 가능하고 서로 공유하는 바가 있는 무용수와 작업하기를 원한다. 개인적으로 류장현은 보통 댄서들과는 다르게 장르를 불문하고 대화가 통하는 좋은 댄서이자 안무가이다. 이들과 작업을 이렇듯 수차례 해 온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다른 두 사람 손대민, 이세승은 이번에 처음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아주 좋은 무용수이기 때문에, 안무가로서 행운이라고 느낀다. 안무가가 홀로 작업하지 않고, 댄서들에게 화두를 던져주고, 그들 자신으로부터 꺼내져 나오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Q5. 무용단의 시작부터 주로 작업하시는 곳이 독일인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에서와 한국에서 작업은 어떤 면에서 다른지 궁금하다.

A. 2000년 초창기에는 독일에 있는 댄서들과 작업했었지만, 이후에는 한국의 댄서들과 더 많은 공연들을 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댄서들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와 차이가 있다면, 유럽에서는 스텝들이 공연 기획의 초기부터 합류하여 공연의 전반에 더 깊이 참여하고 함께 고민한다. 어떤 컨셉이 주어지면, 가끔은 안무가인 내가 고민할 수 없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연구하여 가져와 주는 스텝들도 있었다. 아마도 시간이나 비용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나 여건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외국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하면서 느낀 바는 있었다. 물리적으로 같은 시간 속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각기 너무나 다르다는 것. 가는 곳마다 행복의 척도나 고통의 척도가 매우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불분명한 방식으로 다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미학자 질 들뢰즈의 세계관에 공감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세상은 주름처럼 되어 있어서 그 때마다 ‘-주의(-ism)’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여파에 의해 주름이 펴졌다 숨겨졌다 하며 우리 눈에 보이기도 아니기도 하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내가 공연을 하며 원하는 바는 비슷하다. 어떤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으면서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심각한 주제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둠 속을 뚫고 유모러스한 표현으로 감동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안무가로서 당신이 생각하는 컨템포러리 댄스는 무엇인가?

A. 일단,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역사와 생각이 다른데, 당시의 유행이나 특정한 흐름이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컨템포러리의 방향이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서로 다른 춤을 추는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서로 다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컨템포러리 댄스, 탄츠테아터 등의 이름으로 갇히고 싶지 않다. 어떤 주제나 장르, 형식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나의 형식을 찾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누구도 공연을 보고 명확하게 어떤 장르라고 할 수 없지만, 메시지와 감동, 새로움이 있는 공연을 하고 싶다.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공연들이 있는지

A. 내가 문학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영화이다. ‘시네마 꼴라주’ 형식으로 공연을 해보고 싶다. 켄 로치, 오종, 파스밴더,미셀 공드리,파울로소랜타노, 우디알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페데리코펠리니 등 등 좋아하는 영화감독들의 작품의 대사나 장면들을 선택적으로 취하여 작업한다면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신체는 나이가 들고 쇠퇴하고 있지만, 거꾸로 지성은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이 간극을 작품으로 풀어보고 싶다. 나의 지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영화로부터 가져와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내년에 독일 안무가 마코스 그롤레와 같은 컨셉과 같은 댄서들을 데리고 각자 안무해서 함께 올리기로 한 작품 제작 과정중이기도 하다.

 현대성, 동시대성과 같은 말들의 의미를 언어를 통하지 않고 탐구할 수 있는 것은 예술이 유일할 것이다. 철학,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음에도 예술가로서 김윤정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들뢰즈, 카프카의 방식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현대인의 삶을 가로지르는 가치와 부조리에 대하여 관객들은 어떤 메세지와 감동을 얻을 수 있을지 10월 3일의 무대를 기대해본다.



인터뷰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글_ 인턴기자 심온(서울대 미학과 석사과정)
사진_ YJK댄스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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