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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_ Re-collection


2014년 10월
2014.10.25
예술가보다 더 예술가다운 삶,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Pavlovich Diaghilev)




[사진 1]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1년 365일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프랑스 파리. 그 중에서도 파리 북부에 위치한 몽마르트르는 파리 여행자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꼭 방문해야할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세기 근대예술 발상의 중심지였던 몽마르트르가 후에 많은 예술가들이 몽파르나스로 이동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한지 10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예술가들의 터전이 되고 있는 그 곳에 서있노라 하면 작가이자 시인, 영화감독으로 활동하였던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음악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와 같은 아방가르드(Avant-Garde) 예술가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당시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작업하게 되기까지는 몽마르트르라는 장소뿐만 아니라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Pavlovich Diaghilev,1872~1929)’라는 인물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 2] 디아길레프와 장 콕토        [사진 3] 디아길레프, 니진스키, 스트라빈스키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는 러시아 출신으로 미술 평론가, 발레 프로듀서, 흥행주, 후원가 등의 다양한 수식어로 대변된다. 그는 최초의 개인 경영 발레단인 ‘발레뤼스’ 창단, 발레단 장기 세계 순회공연, 미하일 포킨(Michel Fokine),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zinskii),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와 같은 훌륭한 안무가들과 무용수들을 발굴‧육성하는 등 발레사에 큰 획을 긋는 많은 업적을 남겼다. 디아길레프는 발레에 관련한 어떠한 교육도 받은 적 없는 법학을 전공한 법학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다양한 수식어와 생애 업적이 설명해주듯 발레에 대해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불새>, <목신의 오후>, <봄의 제전>과 같이 해외 유수의 발레단에서 지금까지도 무대에 올리는 걸작들을 다수 제작해냈다. 이러한 작품들은 주로 당시 파리 몽마르트르에 모여 활동하던 각 장르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하였는데, 앞 서 소개한 장 콕도, 스트라빈스키, 피카소 등이 이에 속한다. 예술사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주의의 등장 이후 생겨난 탈장르화 현상에 따라 장르간 크로스오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일종의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는 예술사적 흐름을 고려해봤을 때, 디아길레프는 이미 100년도 훨씬 이전에 그만의 방식으로 트렌드를 개척해나간 선구자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바슬라프 니진스키 <목신의 오후>

 

  뿐만 아니라,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는 그의 ‘연애사’ 마저도 시대를 훌쩍 뛰어 넘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는 일생동안 독신으로 살면서 많은 동성과 사랑을 나눈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유명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단연 당시 발레뤼스의 스타무용수였던 바슬라프 니진스키와의 러브스토리이다. 무용수인 니진스키에게 발레단 단장이자 후원자인 디아길레프와의 동성애는 많은 가능성과 제약을 함께 가져다주었다. 마치 그가 출연한 작품 <페트루슈카>에서 마법사에 의해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처럼 말이다. 이는 디아길레프가 유일하게 동행하지 않았던 1913년 남아메리카 장기 순회공연 중 니진스키가 헝가리 출신의 여성 무용수 로모라(Romola de Pulszky)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결혼식을 올리자 이 소식을 들은 디아길레프가 니진스키를 단칼에 해고해버린 사건만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후에도 디아길레프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니진스키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그에게 니진스키는 그가 교제해온 '동성애자 중 한 명’이 아닌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을 만큼 각별한 존재였음은 분명하다.

 

 혹자들은 이와 같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개인적 감정만으로 한 명의 전도유망한 무용수의 삶을 단숨에 나락으로 떨어트리고만 디아길레프 대해 비난의 화살을 꽂기도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발레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열정, 시대를 뛰어넘는 획기적 경영 및 기획 방식, 종합예술로서의 발레의 입지를 바로 세우고 현대발레의 시초를 열어준 그가 제작한 작품들의 가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도 그의 예술경영, 기획 방식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예술가보다 더 예술가다운 삶을 살다가 끝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고독히 생을 마감한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그의 삶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도록 하자.

 


글_ 인턴기자 신찬은(성균관대 예술학협동과정 석사2기)

 

 

사진출처
[사진 1]
http://www.russianballethistory.com/sergediaghilevfounder.htm
[사진 2]
http://www.russianballethistory.com/diaghilevsartists.htm
[사진 3]
http://reviews-and-ramblings.dreamwidth.org/1608137.html?thread=8147913
[사진 4]
http://pages.uoregon.edu/kimball/sac.1904.191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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