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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_ Re-collection


2014년 12월
2014.12.30
한 편의 영화 같은 삶의 주인공, 이사도라 던컨 (Isadora Duncan, 1877-1927)


[사진 1] 이사도라 던컨


 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사도라 던컨’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 1877~1927)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는 한 편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극적인 삶을 살았다. 현대무용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이사도라 던컨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는데, 그녀의 어린 시절 은행가였던 아버지의 파산과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유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음악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녀는 항상 음악과 춤을 곁에 두며 예술적으로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이사도라 던컨은 사상적, 실천적으로 정형화된 발레의 틀을 거부하였다. 즉, 여성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코르셋과 같은 튀튀(tutu)와 토슈즈 대신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반나체에 가까운 그리스풍의 의상과 맨발을 무용에 도입하였으며, 관습적이고 규격화된 기교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에 맞추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춤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자유를 갈망하는 이사도라 던컨의 사상은 신체의 자유를 그리고, 신체의 자유는 자연스레 자유로운 춤으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이사도라 던컨의 새로운 춤은 발레의 거추장스러운 장식과 속박에 대한 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자유무용(free dance)이라 불리며, 우리는 그녀를 해방주의자라고 부른다.



[사진 2] 춤추는 이사도라 던컨

 20세기 미국 여성이라기보다는 그리스 여성에 가까워 보이는 [사진2] 속의 이사도라 던컨의 모습에서 잘 드러나듯이 그녀는 당시 그리스 문화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사도라 던컨은 영국 대영박물관과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제 집 드나들다시피 하며 그리스 예술품들을 관찰하고 그 안에 그려진 사람들의 포즈나 움직임을 모방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발레와는 다른 독자적인 자신의 춤을 완성시켜나갔다. 이사도라 던컨의 이러한 그리스 문화에 대한 유별난 애착은 자연스러운 인체의 곡선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그녀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사도라 던컨의 춤에 관한 이야기 못지않게 흥미로운 사랑이야기는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에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이라는 뼈아픈 기억으로 인해 그녀는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결심하였으나 운명은 그녀를 당대 천재들과의 불꽃같은 사랑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영국출신의 연극연출가인 에드워드 고든 크레이그(Edward Gordon Craig) 사이에서 딸을, 미국출신의 재력가인 패리스 싱어(Paris Singer)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사랑은 반짝 피어오르다 곧 사라져버리는 불꽃처럼 오래가지 못했고, 1913년에는 사랑하는 두 아이들마저 파리에서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황망히 떠나보내는 불행이 이어졌다. 이후 절망적인 심경으로 향한 러시아에서 만난 17살 연하의 천재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Sergei Yesenin)과의 결혼으로 이사도라 던컨의 불행은 마침표를 찍는 듯 했으나 이는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이사도라 던컨과 결혼한 후 신경쇠약, 피해망상증, 환각 증상을 겪고 있던 예세닌은 하루하루를 술에 의존하여 방탕한 나날들을 보냈으며, 이는 두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결국 ‘잘 있거라 벗이여’라는 시 한 편을 남긴 채 그는 1925년 스스로 목을 매어 생을 마감했다.



[사진3] 이사도라 던컨과 아이들


 자신의 두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3] 속의 이사도라 던컨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두 아이들에게만큼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예술가나 남성편력이 대단했던 매혹적인 여성이 아닌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과의 이별이 너무나도 슬프고 힘들었던 탓일까 1927년 이사도라 던컨은 프랑스 니스의 해변에서 한 남성과 드라이브를 즐기던 중 자신이 매고 있던 긴 스카프가 차량의 바퀴에 걸리는 다소 황당한 사고로 인한 질식사로 비운의 삶의 마침표를 찍으며 아이들 곁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한 편의 영화와 같은 극적인 삶을 살다간 이사도라 던컨은 일생동안 춤과 사랑 그리고 죽음의 순간마저도 남다른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사도라 던컨의 춤과 사상은 무용계뿐만 아니라 보다 넓은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던커니즘(Duncanism)’(주1), ‘이사도라 던컨 룩’(주2)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억압된 여성성의 해방, 독자적인 주체로서의 여성성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페미니즘 연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고 할 수 있다.




(주1)-“사람을 춤추게 하는 것은 영혼과 정신이지 기교가 아니다.”라는 사상 (출처: 매일신문. 2010. 05. 27일자)

(주2)-“비극적이지만 매혹적이고도 자유로운 삶을 이미지화한 패션을 말하며, 스카프와 그리스적인 실루엣의 슈트 등 회고적인 커리어 우먼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다.” (출처: 패션전문자료사전, 1997. 08. 25일자)



글_ 신찬은(성균관대 예술학협동과정 석사2기)


사진출처
[사진1]
http://oberon481.typepad.com/oberons_grove/2014/05/honoring-isadora-duncans-grande-marche.html
[사진 2] http://www.duncandancers.com/about.html
[사진 3] http://www.duncandancers.com/abou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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