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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_ Re-collection


2014년 11월
2014.11.25
예술가, 교육자, 어머니 그리고 인간 박외선


[사진 1] 무용가, 무용교육자 박외선


 어떤 화려한 수식어로도 한 인물의 삶을 근접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무용가이자 무용교육자로서의 역할에 한 평생을 바친 박외선(1915-2011)의 삶이 바로 그렇다. 박외선은 한국의 1세대 현대무용가로서 당시에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양무용을 국내에 알리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 무용학과 개설이라는 한국무용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사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처럼 평생 동안 무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산 박외선이 무용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학교 학예회에서 <한 떨기 장미꽃>이라는 무용작품에 출연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다. 어린 시절부터 무용을 좋아했던 박외선은 마산여고에 진학하여 3학년이 되던 해에 마산극장에서 당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무용가 최승희의 공연을 보게 된다. 바로 이 공연 관람을 계기로 박외선의 머릿속과 가슴속은 온통 무용으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스무 살도 채 안 된 어린나이에 부모님 몰래 마산에서 서울까지 최승희의 집에 직접 찾아가 춤을 배우고, 바로 그 최승희가 소개해준 다카타 세이코를 찾아 일본 동경으로 훌쩍 떠나버리는 등의 행동을 보면 그 당시 무용에 대한 그녀의 열망과 집념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사진 2] 이화여대 재직 당시 박외선과 아들 마종기 시인


 일본으로 건너간 후 박외선은 다카타 세이코 무용연구소에서 약 4년간 발레와 현대무용을 수련하며 무대 경험을 쌓았고, 그 후 동경음악학교에서 전문 무용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녀의 남편인 마해송(1905~1966, 동화작가)과의 인연도 일본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당시 일본에서 무용 발표회를 앞두고 있던 조택원이 후원을 부탁하기 위해 자신의 파트너인 박외선과 함께 월간지 <모던일본>의 사장이었던 마해송을 만나러간 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이러한 운명적인 만남을 계기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 박외선은 화려한 예술가의 삶을 뒤로하고 슬하에 2남 1녀를 둔 평범한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삶을 꾸려나간다. 다소 가부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마해송은 박외선이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였는데, 이는 천부적으로 춤추는 것을 좋아하던 박외선에게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준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사진 3] 박외선의 저서 「현대무용창작론」1985.03.01.보진재


 박외선 인생의 제2막은 1953년 이화여대 체육학과 강사로 재직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재직하는 동안 그녀는 끊임없이 당시 학장이었던 김활란에게 무용학과 독립 개설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였고 1963년, 오랜 기다림 끝에 그녀의 오랜 숙원이었던 무용학과 개설이 현실화되었다. 무용학과 개설 이후 박외선은 후학 양성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능력을 다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작품창작활동 및 학술활동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특히 국내 최초의 무용학 이론서적인 『무용개론』, 『현대무용창작론』과 같은 전문서적을 출판함으로써 학문으로서 무용의 존재의미와 가치를 타당한 방식으로 증명해냈다. 주고 또 줘도 부족함을 느끼는 부모의 마음처럼 박외선은 일생동안 자신이 지닌 모든 지식과 경험을 제자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전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것으로도 모자라 1977년 약 24년 동안 교육자로서의 사명을 마치고 교단을 내려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퇴직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후,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가볍게 떠났다. 그 후 노년의 생활을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서 보낸 박외선은 2011년, 후배들과 제자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96세의 나이로 나비처럼 훨훨 가볍게 날아 작별을 고했다.


 언제나 ‘예술가로서의 성공’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완성’을 강조하였던 진정한 교육자 박외선. 그녀의 이러한 무용교육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도전정신이야말로 무용교육이 통폐합 되어 무용학과의 입지가 위태로워져가는 현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되새겨봐야 할 정신이 아닌가 싶다. 한국 무용계의 따뜻한 어머니이자 강인한 스승이었던 박외선, 그녀가 문득 그리워진다.



글_ 신찬은(성균관대 예술학협동과정 석사2기)



참고문헌
문애령(2003), 표현주의 현대무용의 한국 도입과정에 대한 고찰, 『대한무용학회 논문집』 제36호.
김주희, 정의숙(2013), 한국 현대무용 토착화 과정에서 박외선의 역할, 『무용예술학연구』 제41집, 2호.


사진출처

[사진 1] 한국 현대무용 선구자 故 박외선을 회고하다, 뉴스천지, 2012.09.18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148654
[사진 2] [삶과 추억] 한국 현대무용 1세대 박외선 여사 별세, 중앙일보, 2011.09.05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6127595&cloc=olink|article|default
[사진 3]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344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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