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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Re-collection


2015년 5월
2015.05.31
일본 근대무용의 선구자, 이시이 바쿠(石井漠, 1887-1962)


[사진 1] 환하게 웃는 이시이 바쿠


 한국에서 ‘신무용(New Dance)’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춤이 1920년대에 등장한 이래로 그 것이 하나의 장르로서 조류를 형성하기까지는 최승희, 조택원과 같은 무용가들의 국내외를 넘나드는 눈부신 활약이 있었다. 이들의 새로운 무용관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스승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시이 바쿠(石井漠, 1887~1962)이다. 이시이 바쿠는 일본인 무용수이자 무용교육자로서 그의 이름 뒤에는 일본 근대무용의 선구자라는 수식이 따른다. 혹자는 한국적 색채의 새로운 춤이 탄생, 정착하는데 있어서 일본인 무용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두고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적, 문화적 배경으로 볼 때, 당시로서는 무용뿐만 아니라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일본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이시이 바쿠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문학, 음악과 함께 성장해왔다. 고향인 아키타현에서 동경으로 상경한 그는 1911년에 제국극장의 가극부 제1기생으로 합격하여 본격적으로 무용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가 입단한 이듬해인 1912년에 제국극장은 이탈리아 출신의 발레마스터 비트리오 로시(Giovanni Vittorio Rosi)를 초빙하여 단원들로 하여금 체케티(Cecchetti)방식의 발레를 연마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시이 바쿠에게 발레는 그동안 자신이 보고, 배운 일본의 전통예술인 가부키(歌舞伎)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춤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으나 그 이상의 매력을 어필하지는 못했다. 즉, 인간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생명의 리듬감과 운동성을 강조했던 이시이 바쿠에게 발레는 정해진 규칙, 형식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춤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발레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마침내 1914년에 제국극장을 떠나게 된다.



[사진2] 서양의 무용수와 2인무를 추는 이시이 바쿠


 아이러니하게도 제국극장을 떠난 후에 이시이 바쿠의 무용 활동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는 발레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느꼈지만, 당시 마리 뷔그만(Mary Wigman), 달크로즈(Emile Jaques-Dalcroze), 이사도라 덩컨(Isadora Duncan) 등에 의해 유럽에서 새롭게 대두되었던 서양의 무용에 매료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무용조류에 영향을 받은 이시이 바쿠는 ‘무용시’ 운동을 주창하였는데, 이는 일본의 전통 가부키와 유럽의 고전 발레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가부키가 문학적 표현의 주체인 ‘인간의 말’에 종속되어 있는 것임을 직시하고 그것을 부정하여 ‘언어의 신체’를 중시, 그 자체를 표현의 주체로 삼아 시(時)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이시이 바쿠는 서양에서 시작된 현대무용을 자국의 실정에 맞게 받아들여 일본 근대무용의 기틀을 세웠다.

*성기숙(2003), 일본 근대무용의 선구자 이시이 바쿠 연구, 무용예술학연구 제 11집, pp. 49.


 뿐만 아니라, 이시이 바쿠는 자신이 주창한 무용시, 순수무용 방법론을 바탕으로 작품 창작은 물론이고 무용교육, 무용서 집필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50편이 넘는 창작 작품과 10권의 무용서, 국적을 불문한 제자들의 육성은 무용에 대한 그의 순수한 열정을 가늠케 해준다.



[사진3] 이국적인 무대소품을 착용한 이시이 바쿠


 이처럼 일본 근대무용의 효시로서 창작, 저술, 교육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춤이 갖고 있는 이론적, 방법론적 기틀을 견고히 한 이시이 바쿠는 한국 무용사의 변천과 떼려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가 최승희, 조택원, 강홍식 등의 한국인 제자들에게 전수한 일본의 근대무용이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적으로 재해석됨으로써 신무용으로 탄생했다는 점, 뿐만 아니라, 한국 무용사의 한 획을 긋는 중차대한 역할을 해낸 이들이 무용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계기 또한 1926년부터 1942년까지 수차례 이루어진 이시이 바쿠의 내한공연 덕분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그가 비록 외국인이지만 한국무용사에서 남다른 위치와 의미를 차지하고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한 편, 한국 무용사뿐만 아니라 한국사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발견되듯 한국에서 새로운 문화의 탄생이 온전히 일본의 문화도 서양의 문화도 아닌 무언가 뒤섞인 애매한 상태의 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시작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의 무용가들이 기존에 갇혀있던 틀을 깨고 보다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 시야를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이시이 바쿠가 한국무용사의 발전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사진출처:
사진1_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c/cb/Baku_Ishii_01.jpg/428px-Baku_Ishii_01.jpg
사진2_
http://ryubin.com/ryutan/persons/ishii_baku/ryutan_photos_baku.html
사진3_
http://www.matometa.org/i/BQ1IKSFWGfbXvo2VAtsL



글_신찬은(성균관대 예술학협동과정 석사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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