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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_ 비디오 댄스의 뉴패러다임


2019년 6월
2019.07.02
퍼포먼스 작품의 판매, 구입 그리고 재현 (1)
현대 예술가들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일상의 오브제로부터 소리, 움직임과 같은 비물질적인 재료들 그리고 소멸을 전제로 하는 순간적이고 금새 사라져 버리는 재료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무형의 현대 예술 작품들이 아이디어와 과정을 중심으로 창작되고 있다. 이러한 무형의 작품들은 어떻게 보존, 기록되며 어떻게 판매되고 판매 이후 작품의 재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현대미술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하고 독특한 재료들은 작품의 전시 형식 뿐 아니라 보존과 복원의 문제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본 글에서는 두 차례에 나누어 비물질적인 재료와 같이 보존하기 어려운 재료들로 제작되는 현대미술 작품의 관리와 재현에 대해 그리고 영상, 사진 등 자료로써 기록되는 모든 종류의 아카이빙을 거부하는 현대 예술가 티노세갈(Tino Sehgal, 1976-)의 퍼포먼스 작품 판매 방식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출처] Banksy 인스타그램


  현대미술 작가들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작품의 ‘향방’ 이를테면 작품의 보존과 복원의 문제, 작품의 향후 존재 방식까지도 함께 예측하고 계획해야 하는지 모른다. 작가의 내면세계를 표출하거나 물성에 바탕을 둔 작품들과는 다르게 한편 상당히 많은 현대 미술 작품들이 작품의 콘텍스트와 아이디어, 작품이 발생시키는 다양한 이슈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담론화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뒤샹의 <샘>(Fontaine, 1917)은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들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예술적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런던 소더비 현대미술 경매에서는 한화 약 15억에 낙찰된 뱅크시(Banksy)의 <풍선과 소녀> (Girl With Balloon) 작품이 낙찰 순간 액자 밑으로 찢어지면서 또 하나의 예술적 메시지를 생산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해프닝 직후 작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몇 년 전 작품제작 과정에서 직접 액자에 분쇄기를 설치하는 동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작품에 숨겨진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작가들은 제작이 끝난 자신의 작품에 여러가지 방식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작품을 원형 그대로의 상태로 보존, 복원하는 것만이 작가나 미술관의 역할이 아님을 뱅크시의 해프닝은 보여주고 있다. 그가 영상을 공개하면서 올린 인스타그램의 댓글에는 피카소의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인용되어 있다. 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 (작품을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또한 창조의 욕망이다.) 이처럼 작품의 향방, 존재 방식은 복원 매뉴얼에 따라 원본 상태를 단순히 그대로 유지하는 것 이상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기존의 고미술 복원 매뉴얼로 복원할 수 없는 새로운 매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보존할 수 없는 재료들을 사용하는 현대미술 작품의 보존과 복원에 대한 연구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끊임없이 해결해야 할 동시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의 보존과 복원의 경우에도, 독일, 미국, 영국 등 해외의 여러 미디어 아트 전문기관들이 모여 국제적 기술 표준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을 통해 미디어 아트 작품의 원본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근 몇 년간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고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 <다다익선>(1988, 국립 현대 미술관 소장)은 수명이 다한 모니터 교체 문제를 놓고 작품의 원본성, 경제성, 안정성, 지속성을 고려한 해결책을 찾고자 여러 전문가들이 모색 중에 있다. (출처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만약 생존 작가의 경우라면 작가의 동의 하에 작품의 향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겠지만, 작가 사후의 미디어 아트 작품의 보존 및 복원의 문제는 더욱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며 여러 기준을 놓고 열띤 논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작품 복원의 문제 뿐 아니라 작품 판매와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작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순수하지 못한 생각으로 여겨지던 때와는 달리 현대 미술 작가들은 저작권과 작품 가격을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이슈와 논란이 많은 작품일수록 더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1960-70년대 브루스 노먼(Bruce Nauman, 1941- ), 비토 아콘치(Vito Acconci, 1940-2017)와 같은 몇몇 비디오 아트 1세대 작가들은 자신의 사적인 작업실에서 셀프 촬영에 의한 비디오 테입 작품들을 제작하였는데 이러한 일련의 비디오 퍼포먼스들은 당시에는 그림이나 조각처럼 상업적 거래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극소수의 예술가들만이 자신의 행위를 촬영하는 작업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브루스 노먼이 60-70년대에 제작했던 수십 편의 비디오 퍼포먼스들은 한번도 관객들 앞에서 공연된 적이 없었으며 폐쇄된 스튜디오에서 셀프 카메라를 앞에 두고 촬영한 매우 사적이고 일상적인 행위의 반복적 수행이 기록된 비디오 작품들이었다. 작가 자신조차도 판매를 생각하지 못했던 퍼포먼스 행위들은 비디오아트 역사에 <비디오 퍼포먼스>라는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다음 연재에서 소개할 티노세갈의 경우처럼 어떠한 문서 기록도 없이 구두 계약만으로도 매매가 이루어 지기도 한다. 

  1960년대 이후 이브 클레인, 미니멀 아티스트 그리고 랜드아트 예술가들을 비롯한 많은 개념주의 미술가들은 결과물로써 존재하지 않는 퍼포먼스를 작품으로 만들어 왔으며 이러한 작품들은 이후 다시 전시/재현되기 위해서 작품의 제목, 재료, 설치 방법 등을 기입한 서류가 작품의 매뉴얼로, 아카이빙의 형식으로 보관되어져 왔다. 20세기 이후 현대 미술에서 보관이 쉽지 않은 재료들의 사용은 주세페 페노네 (Giuseppe Penone, 1947- )를 비롯한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의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흙, 모래, 나무, 건조 식물 등 부서지기 쉬운 자연의 물질을 사용하는 독일 현대작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 )의 경우는 실제로 식물 보존과 곰팡이 문제로 인해 미술관 작품 매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스위스 제네바 현대미술재단 FCAC(fonds cantonal d’art contemporain)의 책임자인 Diane Daval은 이러한 문제들이 현 시점에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하며 FCAC은 매입 및 보관이 까다로운 퍼포먼스 작품의 경우, 퍼포먼스 시나리오를 사는 것 보다 퍼포먼스 작품제작을 지원하고 있으며 주로 어떤 특정 카테고리로 분류되기 어려운 작품일수록 작품의 제작 과정을 지원한다고 한다. 회화나 조각 작품의 경우 작품 매입을 전제로 작품을 의뢰하는 경우가 설치나 퍼포먼스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많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작품의 보존 문제와도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Jana Sterbak, Vanitas; Flesh Dress for an Albino Anorectic, 1987
[출처] 퐁피두 센터의 소장 작품 콜렉션 사이트> 야나 스테르박의 작품 페이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작품이 부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야나 스테르박 (Jana Sterbak, 1955-)의 소 옆구리 살로 만든 드레스 작품 또한 어려운 보관 절차가 미술관 매입 과정에서 논의된 바 있다. 1996년 프랑스 퐁피두 센터에서 작품을 매입할 당시, 생고기로 만든 드레스 작품을 그대로 얼릴 것인가 아니면 매번 다시 제작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작품은 매번 새롭게 제작되는 조건으로 매입되었다. 퐁피두 센터의 소장 작품 콜렉션 사이트에는 야나 스테르박의 작품 Vanitas; Flesh Dress for an Albino Anorectic (알비노 아노레틱을 위한 살코기 옷 *Albino, Anorectic 은 각각 의학 용어로 ‘색소 결핍’과 ‘식욕부진’을 뜻함)에 다음과 같은 작품 정보가  명시되어 있다. “이 드레스는 부패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매 전시 때마다 새롭게 제작된다”(Cette robe doit être confectionnée à chaque nouvelle présentation afin qu'il soit donné à voir le processus de vieillissement). 체코 출신의 캐나다 작가인 야나 스테르박의 작품은 1987년에 제작되었는데 소금에 절여 자연 건조시킨 70kg의 소 옆구리 살로 만들어진 생고기 드레스이다. 이 작품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비틀고 여성을 동물적인 살 혹은 음식처럼 먹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적 시각을 비판한다. 작품에서 동물의 살은 옷으로 대상화된/사물화된 여성을 표상한다. 매번 새롭게 제작되는 살코기 드레스는 1987년 버전의 살코기 드레스 원본 작품과는 다르지만 시간에 따라 부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의 원본성 (또는 작품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 매입과 보존의 예를 따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시 되는 퍼포먼스를 비롯한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 ‘현재’라는 한 순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품들을 보존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티노세갈의 퍼포먼스 작품 매매 과정과 퍼포먼스의 일회성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에 일격을 가한 제롬벨의 경우를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_박은영 (작가, 파리 1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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