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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_ 비디오 댄스의 뉴패러다임


2018년 5월
2018.06.04
매체 변화에 따른 댄스필름의 새로운 패러다임

영상매체의 변화와 예술 형식, 개념의 변화

 <댄스 필름>, <씨네 댄스>, <스크린 댄스>, <무용 영화>, <비디오 댄스>, <비디오 퍼포먼스>, <라이브 퍼포먼스>, <웹댄스>, <실험 무용 영상> 등의 용어들은 분명 시대와 상황에 따라 대동소이한 의미들을 갖는다. 공통적으로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제작되거나 혹은 최종 결과물이 영상물인 이러한 장르들의 형식을 지칭하는 <비디오>, <영화>, <퍼포먼스>, <웹> 등의 용어들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의미와 기능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매체 용어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술 영역에서의 용어 사용과 개념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초기 기록 매체이며 저장 매체였던 비디오 테이프는 90년대 디지털화 라는 혁신적인 큰 변화를 맞이하며 작가들의 작품 제작 방식과 작품 형식에도 많은 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인터넷 또한 초기의 정보 검색 위주의 용도에서 벗어나 현재는 모바일 1인 미디어로서의 SNS소통이 부각된 플랫폼으로, 새로운 소통과 상영이 가능한 실험적인 관람 방식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개념의 진화와 함께 이전 시대의 용어로 설명되지 않는 작품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제롬 벨의 <셔톨로지> (Jérôme Bel, Shirtology, 2012)가 보여주듯 1960년대 통용되던 퍼포먼스의 주요 개념들-일회성, 즉흥성, 현존성-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듯 하며 기존의 개념 자체를 뒤흔들기도 한다. 작가의 내면세계 탐구에 천착했던 모더니즘적 사고와 다양한 해석을 요하는 현대예술의 다원주의적 경향이 공존하는 시대에, 새로운 차원의 시공간에 대한 기대,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롭게 펼쳐지는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에 조우하는 몸, 몸의 새로운 감각들을 탐구하는 동시대 작가들과 관객들 또한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창작-수용 방법론에 직면하게 된다.

매체에 따른 예술 형식의 구분

 1960년대 이후 90년대 디지털 시대로의 진입 이전에 제작된 <영화>와 <비디오 아트>는 사용된 장비에 의해 장르를 구분한다. (마이클 러시 Michael Rush). 백남준을 비디오 아트 작가로, 플럭서스 필름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앤디 워홀을 미국 언더그라운드 영화 감독으로 보는 이유도 그들이 사용한 주 매체에 따른 분류라고 할 수 있다. 누벨 바그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인 장 뤽 고다르의 경우는 프랑스에서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도 여겨지는데 80년대 안느 마리 미에빌 (Anne-Marie Miéville)과 공동 제작한 일련의 비디오 작품들은 전 과정을 타인의 도움없이 영화 장비가 아닌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한 고다르의 대표적인 비디오 아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90년대 이전의 시기가 장비에 의한 장르 구분이 가능했던 시대였다면, 90년대 디지털화 이후의 시기는 장비나 매체에 의해 작품의 장르를 분류하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 해졌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보급화된 다양한 편집툴들,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와 촬영기법들 그리고 스마트폰 영화제 등의 새로운 상영 플랫폼 등의 발달로 <영화>와 <비디오 아트>의 경계는 허물어졌으며, <비디오 아트> 혹은 <비디오 아티스트> 라는 명칭 또한 현 시대에는 점차 사용되지 않는 용어들이다. <비디오>는 <미디어> 라는 좀 더 포괄적인 용어로 대체되고 있다. 대개 예술작품을 형식적으로 분류하는 매체의 명칭들 이를테면 <비디오 아트>, <뮤직 비디오>, <미디어 파사드>, <넷아트> 등은 어떤 동시대의 작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장비와 플랫폼을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이러한 명칭-형식에 따른 분류는 하나의 편의상의 분류 기준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매체나 기술은 어느 특정 시대의 현상으로 규정될 수 있지만, 창작자들은 그들이 속한 연대기적 시대의 어느 동시대만을 살지 않으며, 작가들은 전형화된 동시대를 각자의 방식으로 조우하며 또 다른 시대들- 과거, 현재, 미래-을 자유롭게 넘나들기 때문이다.



[사진] Maya Deren, A Study in Choreography for Camera, 3min, 16mm film, B&W, 1945 (출처: 위키피디아)



마야 데런의 탐구와 댄스필름의 새로운 패러다임

 움직임과 일루전에 대한 욕망, 새로운 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은 20세기 초 비약적인 광학기구들의 발명을 가져왔다. Kaleidoscope, Zoetrope, Praxinoscope 와 같은 옵티컬 토이로 불리는 기기들, 1870-80년대 머이브리지(Muybridge), 머레이(Marey) 등의 연속촬영, 모션픽쳐, 크로토포토그래픽 등을 이용한 기초적인 움직임에 대한 분석적인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실험들은 1940년대 마야 데런의 댄스 필름 작품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무용과 관련하여 탐구 되기 시작한다. 뉴욕타임지의 무용평론가인 존 마틴(John Martin)은 마야 데런의 작품을 코레오씨네마(choreocinema)로 명명하는데 이는 데런의 주요한 두 가지 중심 주제인 <몸의 해방>과 <영화적 프로세스>로부터 도출된 용어로서 댄스 필름의 또 다른 초기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1945년 16mm 필름 카메라로 제작된 3분 남짓의 무성 단편영상인 A Study in Choreography for Camera 는 마야 데런의 <몸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매우 극명하게 보여준다. 숲-실내-뮤지움의 공간을 오가며 공간과 공간 사이에서 카메라의 다양한 앵글과 줌인아웃으로 연출된 무용수(Talley Beatty)의 몸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이러한 탐구는 오늘날에도 비디오 댄스에서 다루는 공통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몸에 대한 이같은 일련의 실험들은 무용/안무가 주가 되는 비디오 댄스 장르뿐 아니라 1960-70년대 비디오 아트의 한 유형인 <비디오 퍼포먼스>에서도 브루스 노먼(Bruce Nauman)과 같은 작가들에 의해 탐구 되기도 하는데 공통적으로 비디오라는 매체를 사용하는 이 두 장르에서의 실험은 동시대 영상 매체인 텔레비전과 영화와의 관계 속에서 살펴볼 때 더욱 흥미롭다. <비디오 댄스>와 <비디오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다음 번 기고에서 다루기로 한다.

 영화관과 같은 별도의 상영 플랫폼 보다는 주로 페스티벌 형식으로 전시/상영되고 있는 댄스 필름은 영어권에서는 보통 Dance film, Cinedance, Choreocinema 혹은 Screendance, Dance for camera 라고 불리운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 <Dance on camera>라는 페스티벌로 처음 선보인 댄스 필름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권에서는 비디오 댄스(Vidéodanse)라는 용어로 불리는데, 프랑스에서는 장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매년 약 한 달간 무료 관람으로 열리고 있는 퐁피두 센터의 연례 문화 예술 행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행사는 1982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상영되었던 무용에 관한 필름들을 같은 해 퐁피두 센터에서 재상영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주로 초기 페스티벌에서는 무용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안무자/무용수에 관한 다큐멘터리 위주의 작품들이 상영되었고 이후 백남준의 <Global Groove>, <Merce by Merce by Paik> 등과 같은 작품들이 추가 상영되면서 모든 무용 장르를 포함하는 매우 광대한 범주의 <비디오 댄스 페스티벌>로 발전하였다. 퐁피두 센터의 통계에 의하면 2014년까지 2500여 편의 비디오 댄스 작품들이 퐁피두 <비디오 댄스 페스티벌>을 통해 상영되었으며, 1963년 이후 현재까지 퐁피두 센터 산하 뉴미디어 컬렉션에서 소장하고 있는 비디오 아트 작품은 약 2000여점에 이른다.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된 백남준과 머스 커닝햄의 작품들, 영화 장비로 촬영한 마야 데런의 작품들 등 비디오와 영화 장비로 제작된 1990년대 이전의 비디오 댄스 작품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영상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비디오 댄스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비디오 댄스에 접근하는 매체들이 다양해 졌으며, 이는 작품 플랫폼의 변화, 쟁점, 담론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비디오 댄스의 주요 플랫폼인 페스티벌 형식에도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퐁피두 센터의 <비디오 댄스 페스티벌>은 2014년부터 CND(Centre national de la danse 프랑스 국립 무용 센터)와 협력 파트너를 이루며 Nouveau festival 이라는 보다 폭 넓은 프레임을 통해 스크리닝에만 머무르지 않고 퍼포먼스, 전시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다원 예술 형식을 띄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페스티벌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복합적인 장르간의 협업이 활발한 현대예술의 경향은 몸에 관한 연계 학문 분야들-시지각, 인지과학, 뇌과학 등-과의 공동연구를 더욱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특히 댄스 필름에서 다루어지는 미디어와 몸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실험들은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유연한 접근 방식이 더욱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존의 관람 방식-갤러리, 공연장, 상영관 등의 공공장소에서 여럿이 함께 관람하는 형식-은 인터넷과 1인 미디어 그리고 VR, AR 플랫폼을 이용한 1인 가상 공간에서의 몸과 몸의 감각에 관한 새로운 실험들로 어떻게 변형되고 지속될지 주목되며, 시 공간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댄스 필름의 패러다임은 어떠한 형식으로 현실의 몸과 조우 하게 될지 등 앞으로 많은 가능성과 잠재성이 기대된다.


글_ 박은영 (작가, 파리 1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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