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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_ 비디오 댄스의 뉴패러다임


2018년 10월
2018.11.06
스크린/ 스크린 댄스(2)

4. 미술관 속 집- 몸 들여다보기




Sidi Larbi Cherkaoui&Gilles Delmas, La Zon-Mai, 2007
[사진 출처]  http://www.zon-mai.com/accueil_fr




Sidi Larbi Cherkaoui&Gilles Delmas, La Zon-Mai, 2007
[사진 출처]  http://www.codadancefest.no/en/2015/program/la-zon-mai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1c6mAbG8Opg

 


  2007년 초연된 시디 라르비(Sidi Larbi)의 <라 존-메(La Zon-Mai)>는 (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메종(maison)을 거꾸로 쓴 제목) 미술관에 설치된 집 형상의 구조물, 무용영상 비디오, 퍼포머들로 구성된 작품이다. 수집, 분류, 보존의 기능을 하는 미술관/박물관의 역사는 인간의 소유 욕망과 권력이 낳은 식민지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데 시디 라르비의 <라 존-메>는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미술관의 장소적 특성을 전제로 이주, 영토, 국경 그리고 정체성, 이타성에 폭넓게 접근한다. 프로시니엄 극장 구조와 달리 전시장은 대게 작품을 정면 뿐 아니라 입체적으로도 관람할 수 있는데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 설치된 <라 존-메>를 관람하는 관객은 집 구조물 밖에서(만) 바라보는 방식으로 관람 하게 된다. 창문도 문도 없는 스크린으로 된 집 구조물의 벽과 지붕에는 21명의 다양한 국적의 이주 경험을 가진 무용수들의 영상이 프로젝션 되고 있다. 거실, 방, 부엌, 화장실, 복도 등 각자 자신만의 공간에서 춤추고 있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집을 둘러싼 스크린 벽에 영사된다. 집은 무용수에게 있어 가장 사적인 무대 공간이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지만 한편 자신의 정체성과 직접 대면하게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무용수들의 일상 동작들은 마치 의식적인(ritual) 행위처럼 반복되고 춤으로 확장되는 잠재성을 내포한다. 집은 몸이 지닌 모든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보호받을 수 있는 은신처 같은 곳이다. <라 존-메>는 어떤 의미에서는 외부 세계로 열려있는 몸이 되는 것이다. <라 존-메>의 내부에 진입하지 못하는 관객은 타인의 몸을 그저 주변에서 들여다보듯 관람하게 된다. <라 존-메>는 하나의 여행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무용수들에게 ‘집’, ‘자기 집에 거주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뒤집혀진 집: 라 존-메의 외피를 채우고 있는 여러 몸들의 춤 행위를 통해 우리는 곧 스스로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실제로 <라 존-메>의 참여 무용수 중 집 없이 떠도는 이민자 신분의 한 무용수는 미술관의 흰 벽을 배경으로 영상을 촬영하기도 하였다. 



5. 안과 밖의 세계_ 양면 스크린




Bill Viola, The crossing, 1996
[사진 출처] 
http://artelectronicmedia.com/artwork/the-crossing




Claude Monet, Water Lilies, 1906, Art Institute of Chicago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laude_Monet#/media/File:Monet_-_Seerosen_1906.jpg




  안과 밖이 동시에 투영되는 양면 스크린 또는 샤막 스크린은 매우 흥미로운 무대 장치이다. 조명, 영상, 그림자와 실제 오브제들이 공존하는 듯 한 일루젼을 만들어 내는 효과적인 무대막으로 불투명한 단면 스크린에 비해 공간을 보다 신비롭고 입체적으로 연출한다. 어떤 두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이 반투명의 희미한 경계 면은 상반된 안과 밖의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도 하며, 두 세계를 감싸 안으며  통합하기도 한다. 두 세계가 공존하는 이러한 경계 면은 20세기 초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수련 연작을 통해 주목한 세계 즉 수면의 세계와 흡사하다. 수련 연작의 화면(畫面)- 수면(水面)은 물 속 그림자를 반영하는 동시에 외부 세계를 거울처럼 보여주는 전이(轉移)적 단계의 화면이라고 할 수 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서구 미술사에서 인상주의를 대표하기도 하지만 수면이라는 세계의 발견은 현대 스크린의 출현을 알리는 중요한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Stéphanie Katz, L'ÉCRAN, DE L'ICÔNE AU VIRTUEL- La résistance de l'infigurable) 스테파니 카즈는 벽(면)에 대한 동서양의 다른 인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서구적 논리는 오랫동안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에 등장하는 불투명한 동굴 벽 즉 이데아와 허구의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사고에 익숙한 반면 동양인들에게 벽이라는 개념은 일본식 반투명 병풍이 그렇듯이 오히려 두 세계를 통합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모네의 수면의 세계, 전이적 단계의 상태를 빌 비올라의 작품에서도 만나게 된다. 기독교, 중세 신비주의, 불교의 선사상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영적 세계에 깊이 영향 받은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의 작품 <The Crossing>은 물과 불이라는 상반된 두 세계를 양면 스크린 장치를 통해 통합한다. 한쪽 면에는 물에 의해 소멸되는 인간을 다른 면에는 불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인간을 느린 시간의 순환 속에 담아낸다. <The Crossing>은 전이(轉移)적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혹은 전이(轉移)적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물과 불의 교차를 통해 삶과 죽음의 공존을, 순간과 영원을 일종의 세례 의식처럼 암시한다.



6. 기억 스크린




David Bowie, Tony Oursler music video Where Are We Now? 2013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WtsV50_-p4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Where_Are_We_Now%3F#/media/File:Where_Are_We_Now_video.jpg 


  작가의 스튜디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억이며 온갖 기억의 흔적들이 쌓여있는 공간이다. 크고 작은 정형 비정형의 영사막들이 공존하는 뮤직 비디오 <Where Are We Now?> 는 과거와 현재 풍경이 교차하는 일종의 기억의 장소이다.  2016년 타계한 뮤지션 데이빗 보위(David Bowie)와 비디오 작가 토니 아워슬러(Tony Oursler)가 협업한 <Where Are We Now? >(2013년)는 뉴욕에 있는 토니 아워슬러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뮤직 비디오로 데이빗 보위의 1977-78년 독일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세트로 구성 되어있다. 화면 중앙에 위치한 사각 스크린에 프로젝션 되고 있는 흑백의 거리 풍경은 데이빗 보위가 촬영한 비디오이며 토니 아워슬러 특유의 프로젝션 장치들_ 헝겊 인형 위의 얼굴들_과 어울려 멜랑콜릭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토니 아워슬러는 90년대부터 여러 다양한 프로젝션 방식들을 실험하고 있는 작가로 그의 광범위한 프로젝션 작품들은 미술사적으로도 현대 미술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물리적 현상으로서의 투사를 의미하는 프로젝션은 토니 아워슬러의 작품에서 보다 복잡한 심리적인 관계들을 만들어 낸다. 정신 분석에서의 프로젝션은 마음 속의 것을 외부세계로 방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가 1999년 전시 타이틀로도 사용한 바 있는 인트로젝션(Introjection) 은 타인의 사고를 무의식중에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작가는 물리적인 프로젝션 방식을 통해 심리적인 프로젝션과 인트로젝션을 시사하는데 미디어의 일방적인 주입, 즉 대중 매체의 이미지/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사고하게 되는 점에 대해 질문한다.





글_박은영 (작가, 파리 1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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