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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인문학적 춤읽기


2014년 2월
2014.02.14
향토춤의 가치와 미학



 ‘인문학적 춤 읽기’는 현재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는 인문학과 예술의 근본적 미학을 이루는 춤을 연계해 인문학을 통해 춤을 이해하고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따라서 각 학문의 요체를 인지,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발전된 현재의 흐름을 읽고 대중과의 소통을 도모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국립예술자료원 주최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강연 원고에 기초하고 있다.




 1.  우리 전통춤의 갈래를 사회적 공간을 기준으로 궁중춤, 민간춤, 종교의식춤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다음 작은 갈래로 궁중춤은 궁중제의춤과 궁중잔치춤으로 나누고 종교의식춤은 불교의식춤과 무속의식춤으로 나눌 수 있다. 민간춤은 춤을 추는 주체와 사회적 공간을 기준으로 향토춤, 기방춤, 재인춤, 한량춤으로 작은 갈래를 나눌 수 있다. 이중 향토춤을 변별적 특성을 준거로 소리춤, 모방춤, 도구춤, 민간의식춤, 허튼춤 등으로 잔 갈래로 갈래지을 수 있다.  이 중에서 허튼춤은 명칭이 붙은 것도 있지만, 붙지 않은 것이 더 많을 정도로 다양하고 아직 조사되지 않은 것도 부지기수다. 이와 같은 향토춤은 다양하게 많을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춤의 기층적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  향토춤은 고장을 바탕으로 생성 발달하였으므로 지역성이 강하다. 향토춤은 고장의 자연, 역사, 풍속, 기질, 문화, 음악 등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특히 그 고장의 보편적 음악을 반주로 춤을 춘다. 호남에서는 산조나 살풀이장단에 주로 춤을 추고 영남은 굿거리장단으로 춤을 많이 추는 것을 보면 지역의 특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향토춤은 일부러 배운 것이 아니라 절로 익혀져서 추는 춤이다. 그러므로 자연발생적이라 할 수 있다. 창작자는 물론 발생 연대도 알 수 없다. 춤추는 주체의 필연성에 의하여 추어지고 변한다. 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것이다. 억지로 유래를 견강부회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진리를 밝히는 길이다.


 향토춤은 생업과 가사에 종사하고 살아가면서 추는 춤이므로 생활의 일부로 춤을 춘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춤이라기보다 춤꾼이 스스로 즐기는 자족적인 춤이다. 향토춤은 놀이적이고 오락적이다. 향토춤은 즐겁고, 신나고, 흥취있고, 재미나다. 민중은 그것을 통해서 해방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사진 1] 동래야류 뒷풀이에서 허튼춤인 덧배기춤


 향토춤은 삶의 춤이다. 그러므로 춤에 삶의 애환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표현한다. 향토춤에 민중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으나 즐거운 놀이공간에서 추어지므로 슬픔보다 기쁨이 많이 표현된다. 축제 기간의 전도(顚倒)된 질서가 골계가 되고, 웃음과 장난기가 표출되어 삶의 활력을 준다.


 향토춤은 굿판, 놀이판, 잔치판, 난장판에서 추어지는 회취(會聚)춤, 축제춤, 명절춤이다. 우리 향토춤은 특히 명절에 많이 추어졌다. 명절에 일하지 않고 놀 수 있는 춤 공간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명절에 춤을 많이 춘 연유를 그 유래에서 찾을 수가 있다. 명절은 개인 혹은 공동체가 계절에 따라 기원을 하는 제례에서 유래하였다. 비는 제의가 끝나면 신께 올린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신과 참석자와 개인이 연결되어 일체감을 느끼는 음복(飮福)을 한다. 음복이 끝나면 술기가 올라 놀이판이 벌어지고 자연히 춤이 추어진다. 이런 사실은 역사서에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가무를 하였다(晝夜飮酒歌舞)” 등의 표현으로 기록되어 있다.



[사진 2] 밀양백중놀이에 추는 향토춤의 한 갈래인 병신춤


 제의를 지내는 과정은 신을 위한 시간, 신성 공간, 종교, 금기, 엄숙, 규칙 등의 어휘로 그 성격을 말할 수 있고, 제의를 마친 뒤는 인간의 시간, 세속 공간, 오락적, 해방, 도착(倒錯) 등의 키워드로 그 성격을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명절에 추는 향토춤은 의식춤이 아닌 경우는 제의 후의 자유, 오락, 혼돈의 춤인 경우가 많다. 허튼춤이 오신(娛神)의 춤이라고도 하는데, 오신은 제의과정 (강신(降神)-오신(娛神)-송신(送神))의 세 단계 중의 가운데 행하는 중심 과정이다. 허튼춤이 오신춤에서 영향을 받기는 하였으나 오신춤 자체가 아니라 송신 후에 추는 인간적인 춤에서 그 본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그 고장에 사는 토박이들이면 누구나 이런 명절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참여한 지역공동체 구성원이면 누구나 추고 즐기는 것이 향토춤이다. 향토춤은 민간춤 중에서 특정한 예능적 직업이 없고 춤에 대한 소양이 미약한 상민(常民)의 춤이다. 비전문가의 춤이다. 민중의 춤이다. 따라서 가장 보편적인 민족의 몸짓언어라고 할 수 있다. 향토춤은 홀춤이라도 이웃과 더불어 즐기면서 추므로 공동체 단합의 기능을 지닌다.


 향토춤 중에서 특히 허튼춤은 즉흥적으로 마음대로 추기 때문에 비정형적이다. 그러나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고, 자유자재한 것 같으나 큰 틀이 있다. 어려운 춤사위도 있으나 대개 단순하고 반복적이라 쉽다.


 3.  미적 특징을 몇 마디의 어휘로 재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한정된 지면에 우리 전통춤의 미학적 특징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 함축적 한자의 사자성어를 빌어서 언어표현을 해 볼까 한다.


 나는 우리 전통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미적 근간은 ‘멋’이라고 생각한다. 멋은 조화다. 그래서 그 기조는 음양조화(陰陽調和)다. 공간적으로는 수족상응(手足相應)하고 시간적으로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동작 원리가 작동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조화가 아니라 한국인의 미의식에 의하여 약간의 변화를 주어야 멋지게 된다.


 궁중춤이 정중성과 규격성을 기본으로 하고, 종교의식춤은 상징성(종교적)과 신비성을 기본으로 한다면, 민간춤은 민중성과 생활성을 기본 특질로 하면서 이 미적 원리가 전체를 지배한다고 보인다.


 민간춤의 작은 갈래들은 그 춤을 추는 주체에 따라 기방춤은 교태성과 한(恨)을 기본으로 하고, 재인춤은 남성춤이라서 교태성 대신에 기교성이 강화되고, 한량춤은 향토춤의 특질을 지니면서 기생춤의 영향을 받아서 세련화된 것이다. 향토춤은 그 지역의 진한 지역성과 토박이의 자족적인 흥취가 기본이 되면서 환호작약(歡呼雀躍), 유위자연(有爲自然), 절이부단(絶而不斷), 화이부동(和而不同), 해학풍자(諧謔諷刺) 등의 몸짓 원리가 작용하는 것이 보인다.


 허튼춤을 비롯한 향토춤은 그 비정형성, 변화성, 즉흥성, 단순성, 반복성 때문에 쉽게 목적에 따라 새로운 춤으로 형성되기도 하고 다른 공연예술 장르에 삽입되거나 융합되기도 한다. 이리하여 향토춤은 전통공연예술의 현대적 정착에 공헌을 하였다. 이런 점은 춤 창작에도 공헌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글_ 정상박(민속학자)

부산대 문학박사, 동아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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