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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인문학적 춤읽기


2014년 7월
2014.07.24
<신화학>편 - 인도무용과 인도신화



 ‘인문학적 춤 읽기’는 현재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는 인문학과 예술의 근본적 미학을 이루는 춤을 연계해 인문학을 통해 춤을 이해하고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따라서 각 학문의 요체를 인지,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발전된 현재의 흐름을 읽고 대중과의 소통을 도모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국립예술자료원 주최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강연 원고에 기초하고 있다.




 한 무용수가 무대에 들어선다. 꽃으로 장식한 머리,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 커다란 눈을 한층 강조한 분장, 경건하게 합장한 두 손 그리고 발목에 찬 작은 방울 꾸러미와 붉게 칠한 맨발. 무용수는 악사들이 불러내는 리듬과 가사 속에서 서서히 변신하기 시작한다. 선신이 되기도 하고, 악신이 되기도 하며, 사제, 사랑하는 연인, 동물 등 각 역할에 맞추어 춤추며 연기한다. 신과 인간의 이야기가 무용수의 춤과 연기를 통해 재연됨에 따라 그곳은 신화적 공간으로, 신화적 시간으로, 신화적 에너지로 바뀌기 시작하고, 무용수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점차 신화 속으로 들어간다. 춤이 추어지고 있는 그곳은 -그곳이 어디든지 간에- 신의 현존과 사업을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는 우주적 사원으로 탈바꿈한다. 인도에서 춤이란 신에게 이르는 가장 강력한 통로 중 하나이다.


 인도무용은 내용과 기법에서 크게 두 장르로, 즉 순수 무용Pure Dance, Nritta과 표현 무용Expressive Dance, Nritya으로 나뉜다. 순수 무용은 특별한 이야기나 감정의 굴곡 없이 기쁨의 엑스타시와 인체의 미학, 춤추는 무용수와 연주하는 악사들의 모습 등의 다양한 조각들을 하나의 긴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패턴으로 이어서 나타낸다. 여덟 개의 인도 고전 무용이 각각 확연히 다른 신체 움직임과 음악의 양식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 순수 무용에서 각 무용의 개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인도무용에 입문하면 먼저 기본적으로 이러한 여러 동작들의 수련을 통해 신체의 균형과 독특한 미학, 춤에 대한 태도와 정신 등을 익히고 이것이 어느 정도 정립되면 비로소 표현 무용에 들어간다.



[사진 1] 금빛나 - 시바 신의 제 3의 눈이 열리는 장면


 인도무용의 정수는 바로 이 표현 무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현 무용에서는 힌두 신들과 여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와 기승전결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감정들을 춤으로 연기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연극적인 신체 연기법이 중요하다. 평범한 일상사가 아닌 신들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므로 다양하면서도 정확하고 아름다운 특별한 신체 표현법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고대로부터 『나티아 샤스트라Natya Shastra』와 『표현의 거울Abhinaya Darpana』2등의 극도로 체계적인 지침서가 등장했다.


 인도무용에서는 왜 신화를 연기하는 것이 이토록 중요할까. 오랫동안 힌두 사회에서 제시하는 구원의 길은 너무 지적이고 엄격하며 출가자 중심적이었는데, 신에게 헌신적으로 봉헌하고 깊은 사랑을 바치면 신과 합일하여 완전한 자유에 이를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길, 신애Bhakti 운동이 등장하면서 신애 사상을 담은 종교서사시가 힌두 사원에서 널리 음송되기 시작했다. 이때 서사 내용을 관객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낭송자가 손짓과 표정 등을 사용하였고 이것이 바로 인도의 연극과 무용이 (발달하기) 시작된 사회문화적 계기라고 일컬어진다. 전통적으로 인도무용은 일인무로 혼자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는데 이는 한 명의 낭송자가 신화 속 여러 등장인물들의 역할을 소화했던 것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사실 이런 형태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엄마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등장인물과 감정에 따라 목소리를 바꾸어 소녀가 되기도 하고, 귀신이 되기도 하고, 호랑이가 되기도 하여,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사진 2] 금빛나 - 코끼리 얼굴을 한 거네셔 신의 모습, 커다란 귀와 긴 코


 신들의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주기적으로 재연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신의 내력에 대한 설명을 통해 신들을 보다 생생하게 이해하고 느끼는 동시에 그들은 이미 이 세상에 내려와 우리 곁에 있게 된다. 즉 신들의 우주적 유희를 모방하여 재구축함으로써 신들이 인간 세계에 나타나는 것이다. 『나티아 샤스트라Natya Shastra』의 도입 부분에 명백하게 기재되어 있듯, 인도인들은 연극(무용극)이 브라흐마신의 창조물이며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로 간주한다. 인간은 이를 다시 정성스럽게 연출하여 신에게 공물로써 바침으로서 신을 기쁘게 해 드린다. 이러한 신성한 관계가 형성되는 신화극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신을 찬양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 되고 자연스럽게 신의 축복과 구원을 얻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이렇게 신화를 음악과 춤과 연기로서 표현함으로서 얻고자 하는 더욱 정교하고 높은 차원의 목표가 있다. 즉 표현 무용의 모든 극적 전개와 연기적 요소가 이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관객에게 '라사Rasa'를 창출하는 것이다. 라사란 즙, 맛, 에센스, 궁극의 일자와 합일, 미학적 기쁨, 순수 기쁨, 해방, 자유, 엑스타시 등으로 복합적으로 번역될 수 있다. 이는 일상적인 맛이나 효능이 아니라 마치 감로수처럼 특별한 힘을 부여하는 어떤 맛이다. 이것을 경험하면 시간과 마음의 인과 작용이 끊어지고 개인의 에고가 사라진다. 일상의 다양한 감정들 즉 사랑, 용기, 분노, 웃음, 슬픔, 역겨움, 두려움, 놀람, 평화 등의 감정들이 무용수의 신체 연기 기술과 극의 결정적 계기로서 잘 조리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원래 내재해 있는 이 특별한 맛, 라사가 흔들어 깨워지면 최종적으로 관객의 내면에 질적 변화가 생긴다. 즉 인도무용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란 미적 체험을 통한 구원의 길인 것이다.


[사진 3] 구루 겅가더러 쁘러단 - 창문을 보는 장면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신화를 춤으로 어떻게 나타낼까. 첫 번째로, 낭독되는 종교서사시가 ‘들리는 시’라면 표현 무용은 그 서사시5를 몸짓으로서 나타내는 ‘보이는 시’ 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시’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음악과 움직임과 연기는 뜻이 담긴 시적 운율 안에서 표현되어야 한다. 이 리듬으로 인해 보다 부드럽고 깊은 맛의 라사가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두 번째로,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해당하는 상징적 움직임과 제스처와 표정을 통해 이야기를 구현한다. 다양한 손동작은 주로 서사를 표현하고, 눈을 비롯한 얼굴 표정은 감정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훨훨 솟아오르는 불길을 나타낸다면 뜨리뻐따꺼 손동작Tripataka Mudra을 양손 각각 취한 후 손을 미세하게 떨면서 수직적 원을 그리며 둥글게 올라갔다 내려가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또한 이쪽으로 오라고 동일한 손동작을 하면서도 화가 난 눈 모양이나, 깜짝 놀란 눈 모양이나, 사랑스런 눈빛으로 나타낸다면 각각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가진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극 전체를 신체의 상징적 암시들을 통해 풀어나가면 리얼리즘은 떨어지지만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는 효과적이고, 그 상상력은 라사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도하기 전 신의 주의를 끌어내기 위해 신전 앞에 걸린 작은 종을 치듯, 경쾌한 소리가 나는 수많은 작은 방울을 발목에 달고서 신에게 가는 길을 안내할 준비를 마친 무용수가 무대 뒤에 섰다. 무용수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아 춤을 창조하신 신과 그 춤을 자신에게 내려주신 스승 그리고 춤출 장소를 마련해주신 대지의 여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그들의 축복을 받는다. 그리고 이제, 춤과 연기로서 사원을 만들어낼 무용수는 마치 사원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듯, 맨발로 무대에 오른다.



글_ 금빛나
인도 고전 무용 오디시ODISSI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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