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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인문학적 춤읽기


2014년 8월
2014.08.25
어원으로 읽는 발레



 ‘인문학적 춤 읽기’는 현재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는 인문학과 예술의 근본적 미학을 이루는 춤을 연계해 인문학을 통해 춤을 이해하고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따라서 각 학문의 요체를 인지,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발전된 현재의 흐름을 읽고 대중과의 소통을 도모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국립예술자료원 주최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강연 원고에 기초하고 있다.




 몇 년 전 우연히 나는 본교 발레 연습실에 들어가 볼 기회를 가졌다. 발레리나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기에 약간 설레기까지 했다. 연습실에는 몇 명의 대학원생들이 교수님의 지도하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고, 교수님은 작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큰 목소리로 열심히 지도하고 계셨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매우 생소한 단어 하나가 내 귀에 들려 왔다. 그것은 ‘론데쟘’이었다. 발레 용어라 프랑스어인 것은 분명한 데 도무지 그 의미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잠시 쉬는 시간에 교수님께 다가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여쭈어 보았다. 그분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지만 그 설명만으로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나는 교수님이 그 동작을 해 보이신 다음에야 비로소 그게 ‘홍 드 쟝브’(rond de jambe)임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내 차례가 되어서 그분께,


[그림 1] 홍 드 쟝브(rond de jambe)


 ‘홍 드 장브’에서 ‘홍’은 ‘원’을 나타내는 명사고,

 ‘드’는 영어 of에 해당하는 전치사고,

 ‘장브’는 ‘말의 발목’을 의미하는 라틴어 gamba(감바)에서 온 명사라는 사실을 알려 드렸다.


 그분은 나의 설명에 큰 관심을 표명하였고, 다음 학기에 열리는 무용과 대학원 이론 수업 하나를 팀티칭하자고 제안하셨다. 이게 ‘어원으로 읽는 발레’의 시작이었다.


 발레가 프랑스어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발레는 본래 이탈리아에서 시작했지만 그것을 국제적으로 확산시킨 나라는 프랑스였기에 그 용어도 프랑스어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어원으로 읽는 발레’ 수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세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먼저, 학생들에게 정확한 발음을 알려주는 것, 다음은 정확한 의미를 설명해 주는 것, 마지막은 발레와 관련된 서양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먼저, 발음 문제를 살펴보면, 발레를 전공하는 교수님이나 학생의 발음은 프랑스어 발음과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tendu를 흔히 ‘탄듀’라고 발음하지만 실제 프랑스어 발음은 ‘땅뒤’다. 이렇게 말하면 일부 사람들은 이제까지 그렇게 가르치고 배웠는데 뭘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일본 사람처럼 외국어 발음을 잘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한국 사람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정확히 발음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만약 정확히 발음할 수 있다면 잘못된 발음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고쳐서 원음에 가깝게 발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다음으로, 용어의 의미 문제다. 언어는 시니피앙(소리)과 시니피에(의미)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어떤 단어를 쓰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모른다면 그것은 그 단어를 모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예를 들어, développé(데블로뻬)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자. 이 단어는 ‘확장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동사 développer의 과거분사다. 이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면, 이 단어는 부정(否定) 접두사 dé-와 ‘싸다’라는 의미의 어간 -velopper로 이루어진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이 단어는 1845년, 사진기 안에 감겨있는 필름을 꺼내는 것을 의미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다리를 길게 뻗는 발레 동작과 연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발레 용어를 어원적으로 분석해 보면 발레 용어와 관련된 서양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발레는 본래 남자들의 무용이었다. 이런 사실은 발레 용어 곳곳에서 나타난다. Cabriole(까브리올)는 ‘노루’에서 파생한 말이고, pas(빠)는 사람이나 동물이 앞으로 나아갈 때 하는 동작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런 동작을 가만히 상상해 보면 사냥을 즐기는 귀족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발레를 할 때 발음을 정확히 하고 의미를 제대로 알고 관련된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유익한 일이 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발레가 더 우아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글_장한업(불문학자, 이화여대 불문전공 교수)

EBS 라디오 프랑스어 회화 진행 및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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