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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니체의 춤 철학


2014년 11월
2014.11.25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II)

  편집자 주: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현대철학에 끼친 영향을 사람들은 흔히 지축을 뒤흔든 지각변동에 비유한다. 니체는 스스로 자기로 말미암아 세계사가 두 동강이 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가 신봉했던 진리와 가치 체계를 전도시켰으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제시한다. 니체는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현대무용은 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니체의 철학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니체 철학, 특히 그의 몸철학예술생리학이 현대무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지난 97일 한국무용기록학회 주최로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2. 라반, 뷔그만과 니체


 던컨이 무용에 새로운 양식을 도입한 후 수 많은 추종자들이 그녀를 따랐다. 20세기 무용은 몸과 몸의 동작 자체에 새로운 이해에서 출발하며, 이점에서 던컨은 현대 무용의 선구가 된다. 그녀의 문제의식을 더욱 심화시키고 발전시킨 무용가들이 뒤를 이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독일의 무용가이자 이론가인 루돌프 폰 라반과 그의 제자인 마리 뷔그만이다. 라반은 무용이론가로서 현대 무용의 이론적 정초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는 몸의 움직임에 철저한 연구를 통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가 개발한 움직임 기록법인 라바노테이션(Labanotation)은 현대무용의 과학적 연구에 토대가 되었다. 그래서 그를 흔히 ‘무용학의 아버지’라 부른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대작 <동작들의 합창>(1910)과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스게임을 안무하기도 했다. 그 후 그는 무용 교육과 움직임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는데, 1946년에는 ‘움직임 예술 스튜디오(The Art of Movement Studio)’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에서 그는 무용을 비롯한 일체 인간의 움직임을 연구했고, 심지어 인간의 움직임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산업에 이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무용동작을 지배하는 신체의 유기적 관계를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용을 위한 훈련체계도 세웠다. 이러한 라반의 노력은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과 여타의 신체움직임을 기록한 ‘라바노테이션’이라는 표기법으로 이어진다.


 라반과 니체의 관계는 라반이 교류했던 문학가와 화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라반은 시인이자 화가로서도 활동했는데,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청기사운동과 다다이즘 그리고 초현실주의와 교류가 많았다. 또 그가 창안한 개념인 ‘운동의 합창(Bewegungschöre)’은 우주의 춤에 인간이 참여한다는 의미인데, 이 개념을 고리로 일체를 무용의 예술로 표현가능하다고 보았다. 그가 시도한 무용비극, 무용시, 무용희극, 무용심포니는 바로 ‘운동의 합창’을 실험한 결과이다. 이러한 그의 실험 정신 뒤에는 니체의 철학이 있다. 니체는 춤은 사물에 대한 최상의 비유이고, 춤을 통해서 비로소 인간은 존재의 뿌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형이상학적 신학적 사유에 사로잡힌 무거운 정신이 “자신을 넘어 춤추는 것을 배울 때” 중력의 악령을 떨쳐버릴 수 있다. 니체에게 “사유도 일종의 춤”이다. 우리가 춤을 배울 때처럼 사고하는 것도 “정신의 가벼운 발이 근육 전체로 옮기는 그 정교한 전율”을 느끼고 배워야만 한다. 인간의 행위와 사고 모두는 춤의 변형물이다. 춤의 정신은 웃음, 정신의 가벼운 발, 사유의 가벼움을 가능하게 하고 이 모든 것은 인간을 옭아매는 무거운 정신을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즉 자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라반의 제자인 뷔그만은 독일의 현대 표현주의 무용의 창시자이다. 그는 스승의 움직임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토대로 무용에서 자기표현에 중심을 둔 움직임을 무용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다. 그녀는 움직임 그 자체를 무용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음악 등과 같은 요소를 무용에서 완전히 배제하려하였다. 이것이 바로 뷔그만의 ‘절대무용’이다. 그래서 그녀의 무용은 음악 없이 정적 속에서 공연된 경우가 다수이다. 뷔그만은 음악이나 무대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움직임의 표현만으로 관객들에게 무용의 핵심을 전달한다. 그녀는 “무용의 예술성은 내면적으로 넘치는 움직임에 근거한 것으로, 이미 만들어진 음악의 리듬에만 맞추는 것은 그 순수성이 파괴된다”고 말한다.


 무음악의 무용을 통해 춤추는 사람은 몸의 표현에만 집중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포장 없이 전달할 수 있었다. 뷔그만의 무용에는 아름다운 동작보다는 어두침침한 무대에서 혐오스럽게 몸을 뒤트는 등 관객이 보기에 불쾌감을 야기하는 동작들이 다수 표현된다. 그녀의 대표작인 <마녀의 춤>(1914)은 여기에 대한 적절한 예일 것이다. <마녀의 춤>은 결코 ‘아름다운 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정직한 대답일 것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덮은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무시무시한 가면을 쓴 뷔그만이 악마의 마술에 걸린 듯 황홀경의 상태에서 온 몸을 비튼다. 주변의 어두침침한 조명은 더욱 분위기를 괴기스럽게 한다. 이 무용을 통해 뷔그만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내면세계의 한 단면일 것이다. 니체에 정통한 스승을 통해 뷔그만은 니체철학을 접했을 것이고 그가 교류했던 다리파와 표현주의의 화가들을 통해서도 니체를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녀가 무용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몸과 본능에 대한 정직한 기술이고, 세계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태도, 즉 운명을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그것을 긍정하는 태도이다.


글_ 정낙림(예술철학가)

독일 부퍼탈대학 철학박사, 경북대 강의교수, 한국니체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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