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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니체의 춤 철학


2014년 8월
2014.08.25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

  편집자 주: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현대철학에 끼친 영향을 사람들은 흔히 지축을 뒤흔든 지각변동에 비유한다. 니체는 스스로 자기로 말미암아 세계사가 두 동강이 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가 신봉했던 진리와 가치 체계를 전도시켰으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제시한다. 니체는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현대무용은 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니체의 철학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니체 철학, 특히 그의 몸철학예술생리학이 현대무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지난 97일 한국무용기록학회 주최로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3. 확장된 예술개념


 니체는 예술의 본질을 예술작품과 그것의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는 전통적 관점을 거부하고 인간의 근본충동에서 찾음으로써 예술을 새롭게 정의한다. 예술생리학의 핵심주장은 예술행위와 생리적 도취는 해석학적 순환의 고리에 있다는 것, 따라서 예술과 삶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예술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천재가 자연 혹은 세계의 본질을 작품 속에 구현한다. 칸트는 이러한 천재를 ‘자연의 총아’라 부른다. 작품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천재가 전하는 진리를 감상하고 그것의 의미를 되새김질 한다. 창작자와 감상자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특히 감상자는 작품을 수동적으로 수용할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예술생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반(反)예술적 태도이다. 예술생리학에 따르면 몸의 생리적 도취의 느낌, 즉 힘의 상승과 충만의 느낌과 연관된 일체의 생명의 체험 그 자체가 예술이다. 예술 생리학은 예술을 연주회나 전시회에 묶어두는 박제된 예술작품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전문가로부터 해방시킨다.


 예술생리학은 예술과 삶에 대한 새로운 정립을 통해 예술의 본래적 지위를 회복시켜준다. 예술이 도취, 즉 힘에의 고양과 뗄 수 없는 것이라면, 자기고양에 관한 모든 행위는 예술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예술생리학에서 예술의 무게중심은 예술가와 작품에서 창조성과 관련된 활동 자체로 옮아가게 된다. 힘을 극대화하고자하는 인간의 의식적·무의식적 활동 모두는 본질적 의미에서 예술이다. 니체는 이러한 활동주체를 직업적 예술가에 대비하여 ‘원예술가(Urkünstler)’로 표현한다. 자신의 삶을 조형하려는 일체의 생각과 행위는 선과 악, 미와 추, 진과 위의 결과와 상관없이 예술적 행위에 포함된다. 즉 그것이 학문의 차원이든 윤리의 차원이든 일체의 창조행위는 예술적이다. 니체의 이러한 생각은 세계에 대한 자신의 통찰에서 비롯된다. 세계는 그 자체 어떤 질서도 목적도 없는 영원한 생성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이것을 니체는 디오니소스적인 영원한 자기-창조와 자기-파괴의 과정에 비유한다. 따라서 세계에 대한 유일무이한 하나의 진리나 규범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세계는 해석 주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세계를 자신의 관점으로 파악한다는 것 그리고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가치를 조형한다는 것은 근본적 의미에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행위이다. 이런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모든 인간은 예술가이다. 니체에게 예술가는 “자기 자신을 조형하는 자(der Sich-selbst-Gestaltende)”의 다른 이름이다. 여기서 우리는 니체의 예술생리학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예술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그것은 예술을 예술창작자/감상자, 예술 창작자와/ 작품 간의 문제로 규정하는 전통 예술 혹은 미학에 대한 거부와 동시에 가치 창조 행위자체를 예술로 봄으로써 인간 개개인을 가치창조의 주체로서 세우고자 한다. 즉 인간이 자기 자신의 힘을 고양시키고 그것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 극복을 함으로써 가치의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가치의 창조자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가치 창조의 주체자인 인간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고 살아가며 삶의 과정을 예술창작의 과정으로 여긴다. 신의 죽음이후 도래한 의미의 공백상태인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길은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데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예술은 삶을 위한 최고의 자극제 역할을 하고 삶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치료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을 조형하는 행위는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가? 어떻게 하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예술작품을 창작하듯이 살 수 있을까? 예술생리학에서 미의 창조는 놀이의 형태로 나타난다. 세계를 설명하는 유일한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가야할 단 하나의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법칙의 필연성은 우연성으로, 규범의 엄숙함은 놀이로 전도된다. 결국 모든 가치는 창조될 수밖에 없고 그것의 최초의 방식은 놀이와 실험이다. 모든 가치의 탄생은 놀이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니체는 아이들의 놀이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그것은 놀이이다. [...] 그것을 도덕적으로 보지 말라! [...] 아이는 마치 예술가가 자신이 창조하고 있는 작품에서 누리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그 안에서 갖는다.” 아이들의 놀이는 곧 예술적 충동을 의미하며 모든 인간은 예술가가 된다. 이점은 니체가 음악을 설명하는 곳에서도 잘 드러난다. “음악은 [...] 어떻게 모든 것이 놀이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이유는 음의 차이와 반복을 통해 긴장과 이완 등의 효과를 시도하는 음악은 근본적으로 파괴와 생성의 디오니소스적 놀이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놀이하는 존재이고 이런 점에서 모든 인간이 예술가이고 그들의 행위가 예술이라는 예술생리학의 핵심 주장은 ‘확장된 예술’의 이념을 제시한다. “천재 대신에 나는 자기 자신을 넘어 인간을 창조하는 그러한 인간을 내세운다. (예술작품의 예술에 반대하는 새로운 예술개념)” 니체의 확장된 예술은 인간의 근본적인 조형능력에서 예술을 정의하기에 우리는 이것을 ‘존재론적 예술’ 또는 ‘삶의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예술 생리학에서 아름다움이란 자신이 가진 힘을 극대화함으로써 가치를 창조하고 자신을 극복하는 곳에 있다. 예술생리학에서 예술은 더 이상 아름다운 가상, 즉 허구를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경험, 일상적 행위와 몸짓, 자기 자신이나 타인 및 세계에 대한 관계나 태도, 행동방식 등 이 모든 것을 의미한다. 가치를 형성하는 이 모든 것은 자기극복의 과정이며, 이것은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를 변형하고 혁신한다. 니체의 예술생리학은 예술의 예술, 아름다운 예술 혹은 예술작품에 관한 논의로서의 협의의 미학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변형시키는 삶의 예술이다. 이러한 니체의 예술관은 20세기 철학뿐만 아니라 예술계에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글_ 정낙림(예술철학가)
독일 부퍼탈대학 철학박사, 경북대 강의교수, 한국니체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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