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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니체의 춤 철학


2013년 12월
2013.12.13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I)



 편집자 주: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현대철학에 끼친 영향을 사람들은 흔히 지축을 뒤흔든 지각변동에 비유한다. 니체는 스스로 자기로 말미암아 세계사가 두 동강이 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가 신봉했던 진리와 가치 체계를 전도시켰으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제시한다. 니체는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현대무용은 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니체의 철학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니체 철학, 특히 그의 몸철학예술생리학이 현대무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지난 97일 한국무용기록학회 주최로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3.1. 낙타: 의무를 다하는 인간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세 가지 변화’에서 낙타와 사자 그리고 아이의 정신적 변화를 통해 인간의 유형을 설명한다. “어떻게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마침내 사자는 어린이가 되는가?” 낙타는 주인이 실은 짐을 지고 묵묵히 사막을 건너는 동물이다. 주인에 대한 낙타의 절대적 복종심과 불모의 사막은 니체가 낙타 단계의 인간 정신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암시한다. 낙타의 등 위에 실린 무거운 짐은 신 혹은 선조의 이름으로 전래되어 온 가치관이다. 짐을 싣기 위해 무릎을 꿇는 낙타는 전통에 대한 절대적 순종과 자신을 낮추는 자기비하의 태도를 상징한다. ‘너는 해야만 한다’가 낙타에게 부여된 명령이며, 낙타는 이것을 반항 없이 수행한다.


 낙타에게 힘은 무거움을 참아내는 능력에 비례한다. 낙타의 정신은 무거움을 보다 잘 참아내기 위하여 전통에 더욱 복종하고 그것에 반항하려는 자신의 오만함을 질책한다. 그는  오만 대신에 굴종을, 자유 대신에 구속을, 지혜 대신에 어리석음을, 승리 대신에 패배를, 불손 대신에 겸손을, 자신의 이익 대신에 공동체의 이익을 선택한다. 낙타적 정신은 낯설고 추상적이며 실체도 없는 허구적 힘에 복종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부정하고 노예로서의 삶을 꿈꾼다. 이들의 정신은 노예 도덕의 전형이다.


 낙타적 정신은 사막이 그렇듯이, 스스로 생각과 행위에 대한 기준을 만들 수 없는, 즉 가치를 창조할 수 없는 정신적 불임상태를 의미한다. 그 대신 그는 전통에 복종함으로써, 홀로서기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들은 진리와 허위, 영혼과 몸, 선과 악은 신과 이데아에 의해 미리 주어져 있다고 믿으며, 신의 착한 종이 되기 위해 신이 원하는 것만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믿는 가치들이 인간들에 의해 창조된 것임을 그리고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3.2 사자: 거부하는 인간


 낙타가 짊을 싣고 묵묵히 가는 사막에서 정신의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불모의 사막에서 낙타는 사자로 변한다. “사자가 된 낙타는 이제 자유를 쟁취하여 그 자신이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왜 정신은 전통적 규범에 복종해야하는가? 사자적 정신은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는 도덕의 권위에 저항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한다. 전통에서 해방되기위한 투쟁은 정신적 자유를 위한 선결조건이며, 그것은 『차라투스트라』에서 사자와 용의 전투로 상징된다.


 그렇다면 정신이 주인 혹은 신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용의 정체는 무엇인가?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가 바로 거대한 용의 이름이다.” 용의 “비늘 하나하나에는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명령이 금빛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이들 비늘에는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치들이 번쩍인다.” 용은 사자에게 모든 가치가 이미 자신에 의해 창조되었고 새로운 가치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용의 명령은 신의 전능한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강변한다. 그러나 사자는 ‘너는 마땅히 해야 하다’는 정언명령에 “‘나는 하고자 한다’”로  맞선다. 사자의 정신은 전통에 대한 부정과 저항의 정신을 대변한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의 창조, 사자라도 아직은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


 낙타에서 사자로의 정신적 변화는 자기 부정을 전제한다. 옛 가치와 지배체제를 타도하기 위한 피비린내 나는 혁명은 자기 부정의 정신이 외화된 것이다. 근대의 유혈 시민혁명 후 구시대의 가치와 지배체계가 붕괴되었듯이, 사자의 ‘나는 하고자 한다’의 포효 후 낙타와 용 그리고 사막은 사라진다. 사막이 사라진 후 열린 새로운 공간은 새로운 가치의 탄생을 준비한다. 사자의 정신은 낙타의 정신이 보여주는 명령과 의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켰으나, 낙타의 등에 실린 중력의 가치를 대신할 어떠한 새로운 가치도 창조하지 못한 채 방황한다. 즉 그들은 신을 살해함으로써 종교와 도덕의 절대적 권위를 붕괴시켰으나 그를 대신할 가치의 부재로 인하여 심한 허무감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허무감은 니힐리즘 시대의 정신을 대변한다.


3.3 아이: 놀이하는 인간


 사자의 자유는 부정하는 자유일 뿐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니다. 여기서 사자의 정신은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왜 강탈을 일삼는 사자는 이제 어린아이가 되어야 하는가?” “어린아이는 순진 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거룩한 긍정이다.” 사자의 정신은 혁명과 거부의 정신을 상징할 뿐 여전히 새로운 가치가 수립되지 않은 의미의 진공상태, 즉 허무주의 단계에 머무른다. 부정의 정신은 가치의 공백 상태를 스스로 극복해야 하며, 그것은 어린아이의 단계에서 가능하다. 어린아이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정신의 탄생을 의미한다.


 우선 어린아이의 망각과 순진무구의 정신은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라는 규범에서, 즉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능력이다. 어린아이의 정신은 의미의 시작이 스스로 구르는 바퀴처럼 자신에서 시작하여 자신에로 돌아가는 원운동이라는 것을 체득하고 있다. 가치의 시작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자각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을 의미한다. ‘지금 바로 여기 이곳’의 삶에 대한 절대적 긍정 없이 원운동은 불가능하다. 어린아이는 과거로부터 해방됨으로써 미래에 대한 헛된 꿈도 가지지 않는다. 아이의 정신은 대지의 삶을 긍정하고 자유롭게 가치창조의 놀이를 한다. 놀이는 원인이나 목적에 의해 방해 받지 않는다. 놀이자체가 유일한 원인이며, 목적이다. 또한 그는 세계와 타자를 복종의 대상도 강탈의 대상으로도 보지 않는다. 사자의 약탈하는 자유는 이제 놀이하는 아이의 정신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향유한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거룩한 긍정이 필요하다. 정신은 이제 자기 자신의 의지를 원하며,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게 된다.”


 니체는 놀이하는 아이의 정신을 통해 니힐리즘의 터널을 뚫고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한다. 아이의 정신은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에 짙게 드리워진 가치들을 떠나보낸다. 그는 전통적 형이상학과 그리스도교적 도덕을 대신하여,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그리고 운명에 대한 사랑을 가르친다. 우리는 니체의 낙타-사자-아이의 단계를 진화론적 변화 혹은 변증법적 발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들 사이의 변화는 도태나 선택 혹은 부정의 부정을 통한 집단의 발전을 의미하기 보다는 자기 결단과 실천을 통한 개인 정신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글_ 정낙림(예술철학가)
독일 부퍼탈대학 철학박사, 경북대 강의교수, 한국니체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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