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_ 니체의 춤 철학
편집자 주: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현대철학에 끼친 영향을 사람들은 흔히 지축을 뒤흔든 지각변동에 비유한다. 니체는 스스로 자기로 말미암아 세계사가 두 동강이 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가 신봉했던 진리와 가치 체계를 전도시켰으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제시한다. 니체는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현대무용은 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니체의 철학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니체 철학, 특히 그의 ‘몸철학’과 ‘예술생리학’이 현대무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지난 9월 7일 한국무용기록학회 주최로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
현대 무용의 영역에서도 니체의 영향은 지대하다. 니체는 음악과 함께 춤을 대표적인 디오니소스적 예술로 본다. 무용이 근본적으로 몸의 예술이고, 몸의 도취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다.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인간은 노래하고 춤추면서 (......) 스스로를 신으로 느끼며, 마치 꿈속에서 신들이 소요하는 것을 본 것처럼 그 자신도 황홀해지고 고양되어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그의 철학의 정점을 보여주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이제 나는 가볍다. 나는 날고 있으며 나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제야 한 신이 나를 통해 춤을 추고 있다.” 그리고 “나는 춤추는 신만을 믿을 것이다.”고 단언한다. 니체는 춤이 몸을 고양시키고 고양된 힘은 바로 삶과 세계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확신한다.
1. 던컨과 니체
현대무용이 이사도라 던컨에서 출발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던컨은 자신의 삶과 예술을 통해 어떻게 인간에게 완전한 자유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몸을 속박하던 토슈즈와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맨발에 그리스풍의 튜닉을 입고, 때로는 나체인 상태로 그녀가 선택한 공간, 그것이 그리스 신전이든 바닷가이든,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춤을 추었다. 던컨은 발레에 묶인 춤을 과감히 버리고, 춤이 가진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한다. 그녀가 찾은 춤의 첫 번째 고향은 자연이다. 자연에 순응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최초의 선택은 몸에 대한 억압적 장치를 걷어내는 것이다. 그녀가 발레의 필수품인 코르셋, 페티코트, 긴소매와 무거운 치마를 버린 것은 바로 이 이유에서이다. 몸의 해방은 곧바로 움직임에서 무한한 자유를 부여한다. 그녀에게 춤은 발레리나들이 판에 박힌 행위를 묘기하듯이 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의 일렁임과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던컨이 걷기, 달리기, 건너뛰기, 수직으로 뛰기 등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춤의 요소로 받아들인 것은 바로 춤을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순한 동작들은 신체의 강력한 힘과 함께 단순미를 보여줌으로써 춤과 일상의 동작 사이의 차이를 없애 버렸다.
던컨은 전통무용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었던 몸의 자연스러움을 복권시킴으로써 전통무용의 가치들을 전도시킨다. 그녀에게 이상적인 몸이란 발레에서 볼 수 있듯이, 가냘픈 여성의 몸, 마치 하늘을 향해 무중력으로 도약하는 듯한, 그래서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천사 같은 몸이 아니다. 그녀에게 몸은 하늘을 향해 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지에 뿌리 내리는 몸, 더 이상 천상을 희망하지 않고 현실의 고통을 당당히 받아들이는 몸이다. 즉 몸은 무용의 이상을 위해 포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주체가 된다. 이성의 타자가 아닌 몸 자체의 가치와 춤이 가진 근본적 의미를 던컨은 니체를 통해 배웠다. 그녀가 자신의 춤의 고향으로 지목한 그리스는 춤추는 디오니소스가 자연과 하나 되는 문화를 창조한 곳이다. 어쩌면 그녀가 추구했던 최고의 무용은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성취되었던 인간과 자연의 완전한 화해일 것이다. 이렇게 현대무용을 연 던컨의 무용에는 니체의 철학이 함께 한다. 글_ 정낙림(예술철학가) 독일 부퍼탈대학 철학박사, 경북대 강의교수, 한국니체학회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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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월 |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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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V) |
2014년 11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II) |
2014년 10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I) |
2014년 9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 |
2014년 8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 |
2014년 7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X) |
2014년 6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VIII) |
2014년 5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VII) |
2014년 4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VI) |
2014년 3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V) |
2014년 2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V) |
2014년 1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II) |
2013년 12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I) |
2013년 11월 |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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