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름
이메일
뉴스레터 수신받겠습니다.
  

Article_ 니체의 춤 철학


2014년 10월
2014.10.25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I)


  편집자 주: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현대철학에 끼친 영향을 사람들은 흔히 지축을 뒤흔든 지각변동에 비유한다. 니체는 스스로 자기로 말미암아 세계사가 두 동강이 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가 신봉했던 진리와 가치 체계를 전도시켰으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제시한다. 니체는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현대무용은 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니체의 철학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니체 철학, 특히 그의 몸철학예술생리학이 현대무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지난 97일 한국무용기록학회 주최로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현대 무용의 영역에서도 니체의 영향은 지대하다. 니체는 음악과 함께 춤을 대표적인 디오니소스적 예술로 본다. 무용이 근본적으로 몸의 예술이고, 몸의 도취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다.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인간은 노래하고 춤추면서 (......) 스스로를 신으로 느끼며, 마치 꿈속에서 신들이 소요하는 것을 본 것처럼 그 자신도 황홀해지고 고양되어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그의 철학의 정점을 보여주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이제 나는 가볍다. 나는 날고 있으며 나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제야 한 신이 나를 통해 춤을 추고 있다.” 그리고 “나는 춤추는 신만을 믿을 것이다.”고 단언한다. 니체는 춤이 몸을 고양시키고 고양된 힘은 바로 삶과 세계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확신한다.


 몸과 춤의 가치에 대한 니체의 가르침은 20세기 무용계의 중요한 지침이 된다. 19세기까지 무용은 주로 발레의 형태로 유지되었는데, 발레는 단지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과 기교를 중시하는 것으로, 니체가 보기에 그것은 춤이 가진 원래의 가치를 전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교양인의 고상한 취미 또는 허영에 부합할 뿐 디오니소스적 예술과는 무관한 것이다. 발레는 음악에 종속되어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로 주목받지 못했다.  20세기에 들어와 무용이 예술의 한 양식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몸에 대한 새로운 평가에서 비롯되었다. 니체의 몸에 대한 새로운 가치부여는 발레의 형식에 묶여 있던 몸을 해방시켜 춤의 원래 가치를 회복시켜 주는 단초를 마련해주었다. 니체의 철학, 특히 예술생리학은 현대무용이 탄생하고 발전해 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많은 무용가들이 니체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 대표적인 경우를 들자면, 현대무용의 시작을 알린 던컨(Isadora Duncan)이다. 그녀는 니체의 저서를 경전처럼 여겼으며, 니체의 철학을 춤 속에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녀는 발레에 묶여 있는 춤을 해방시켜 춤을 몸과 정신의 자유로움을 완벽하게 추구하는 예술로 만들었다. 니체의 몸 철학을 보다 근본적으로 무용에 수용한 사람은 라반(Rudolf von Laban)이었다. 교육자이자 안무가였던 라반은 현대무용의 이론적인 체계를 수립한 예술가이다. 그는 몸의 움직임에 대한 해부학적, 역학적, 생리학적인 연구를 통해 춤에 적용하였다. 라반의 제자이자 협력자였던 마리 뷔그만(Mary Wigman)은 스승의 연구를 토대로 인간의 심층적 본능을 춤을 통해 그대로 드러냈다. 그녀는 무용을 특히 음악에서 독립된 독자적 예술로 규정했으며, 움직임의 표현만으로 무용의 핵심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보고 ‘무음악 무용’을 적극적으로 실험했다. 무용에 대한 또 한번의 근본적 변화는 스스로 자신의 무용을 ‘신무용’으로 칭했던 커닝엄(Merce Cunningham)에 의해 성취되었다. 그는 무용을 특별한 동작으로 규정하던 입장을 폐기하고 인간의 모든 일상적 움직임이 무용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무용의 원칙을 거부하고 우연성을 무용에서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였다. 그의 ‘열린 장’의 개념은 바로 이러한 그의 생각을 잘 드러낸다. 이러한 그의 실험 속에서도 니체가 말하는 ‘미래 예술의 핵심 이념’인  ‘예술가 없는 예술작품’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1. 던컨과 니체

 

 현대무용이 이사도라 던컨에서 출발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던컨은 자신의 삶과 예술을 통해 어떻게 인간에게 완전한 자유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몸을 속박하던 토슈즈와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맨발에 그리스풍의 튜닉을 입고, 때로는 나체인 상태로 그녀가 선택한 공간, 그것이 그리스 신전이든 바닷가이든,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춤을 추었다. 던컨은 발레에 묶인 춤을 과감히 버리고, 춤이 가진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한다. 그녀가 찾은 춤의 첫 번째 고향은 자연이다. 자연에 순응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최초의 선택은 몸에 대한 억압적 장치를 걷어내는 것이다. 그녀가 발레의 필수품인 코르셋, 페티코트, 긴소매와 무거운 치마를 버린 것은 바로 이 이유에서이다. 몸의 해방은 곧바로 움직임에서 무한한 자유를 부여한다. 그녀에게 춤은 발레리나들이 판에 박힌 행위를 묘기하듯이 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의 일렁임과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던컨이 걷기, 달리기, 건너뛰기, 수직으로 뛰기 등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춤의 요소로 받아들인 것은 바로 춤을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순한 동작들은 신체의 강력한 힘과 함께 단순미를 보여줌으로써 춤과 일상의 동작 사이의 차이를 없애 버렸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서의 춤은 본능에 충실한 춤을 의미하며, 이러한 춤은 테크닉으로 체계화될 수 없고 춤추는 사람의 자유와 즉흥성이 춤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또한 던컨의 춤은 무대의 거대한 장치나 안무가의 화려한 의상을 통해 청중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할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춤은 오로지 안무가 자신의 그때그때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녀의 이러한 춤에 대한 생각은 무용을 형식과 기교에서 몸의 움직임 자체로 무게 중심을 옮겨놓았고, 현대무용이 이른바 ‘움직임의 시’(Poetry of motion)로 태어나는 단초를 마련했다. 던컨은 자신의 무용의 모델은 그리스 무용이라고 주장하고, 그리스야말로 자연에 이은 자신의 춤의 두 번째 고향으로 지목한다. 그녀에게 그리스 문화는 자연에 가장 가깝다. 그녀가 고집한 헐렁한 무대 의상은 바로 그리스인의 복장을 재현한 것이고 토슈즈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춤을 추게 한 것, 신체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도 모두 그리스의 춤에서 출발한다.


 던컨이 자신의 무용에서 중심개념으로 받아들였던 몸, 자연, 자유는 니체에게 많이 빚지고 있다. 던컨은 자신에게 최초로 춤을 추게 한 것은 “바람과 파도, 새와 벌의 날갯짓”이며, 최고의 스승은 “루소, 휘트만, 니체”라고 고백한다. 그녀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경전과 같이 생각하고 머리맡에 두었다고 한다. 그녀의 자연스러운 춤은 바로 다음과 같은 니체의 생각을 닮았다.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자연의 본질은 상징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새로운 상징체계가 필요하다. 우선 입, 얼굴, 말의 상징적 표현뿐만 아니라 몸의 모든 부분을 율동적으로 움직이는 춤의 몸짓으로도 말이다.” 이것을 던컨은 자신의 방식으로, “자연을 보라, 자연을 연구하라, 자연을 이해하라, 다음에는 자연을 표현해보라”고 말한다. 무용이란 “동작을 통해서 인간의 영혼을 표현하는 예술일 뿐만 아니라 보다 자유로운 삶, 보다 조화 있고 보다 자연스러운 삶의 완전한 개념”이라는 던컨의 말 속에서도 우리는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 예술의 극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니체가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전했던 가르침 ‘대지에 충실하라’에 던컨은 전적으로 따르고 있다. “무용은 대지의 움직임과 조화된 인간 육체의 움직임이다. 대지의 움직임과 조화되지 않으면 그 무용은 그릇된 것이다.”


 던컨은 전통무용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었던 몸의 자연스러움을 복권시킴으로써 전통무용의 가치들을 전도시킨다. 그녀에게 이상적인 몸이란 발레에서 볼 수 있듯이, 가냘픈 여성의 몸, 마치 하늘을 향해 무중력으로 도약하는 듯한, 그래서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천사 같은 몸이 아니다. 그녀에게 몸은 하늘을 향해 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지에 뿌리 내리는 몸, 더 이상 천상을 희망하지 않고  현실의 고통을 당당히 받아들이는 몸이다. 즉 몸은 무용의 이상을 위해 포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주체가 된다. 이성의 타자가 아닌 몸 자체의 가치와 춤이 가진 근본적 의미를 던컨은 니체를 통해 배웠다. 그녀가 자신의 춤의 고향으로 지목한 그리스는 춤추는 디오니소스가 자연과 하나 되는 문화를 창조한 곳이다. 어쩌면 그녀가 추구했던 최고의 무용은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성취되었던 인간과 자연의 완전한 화해일 것이다. 이렇게 현대무용을 연 던컨의 무용에는 니체의 철학이 함께 한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4개(1/1페이지)
ARTICLE
발행월 제목
2014년 12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V)
2014년 11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II)
2014년 10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I)
2014년 9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I)
2014년 8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X)
2014년 7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X)
2014년 6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VIII)
2014년 5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VII)
2014년 4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VI)
2014년 3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V)
2014년 2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V)
2014년 1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II)
2013년 12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I)
2013년 11월 [니체의 춤 철학]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I)

만드는 사람들 _ 편집주간 최해리 / 편집장 장지원 / 부편집장 윤단우 / 편집자문 김호연, 이희나, 장승헌
시각 및 이미지 자문 최영모 / 기자 김현지, 윤혜준 / 웹디자인 (주)이음스토리

www.dancepostkorea.com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31-15 (합정동, 리츠하우스) 101호 / Tel_ 02.336.0818 / Fax_ 02.326.0818 / E-mail_ dpk0000@naver.com
Copyright(c) 2014 KD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