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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니체의 춤 철학


2014년 5월
2014.05.19
니체의 몸, 예술생리학 그리고 현대무용 (VII)



  편집자 주: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현대철학에 끼친 영향을 사람들은 흔히 지축을 뒤흔든 지각변동에 비유한다. 니체는 스스로 자기로 말미암아 세계사가 두 동강이 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가 신봉했던 진리와 가치 체계를 전도시켰으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제시한다. 니체는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현대무용은 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니체의 철학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니체 철학, 특히 그의 몸철학예술생리학이 현대무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지난 97일 한국무용기록학회 주최로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예술가-형이상학의 이념과 한계

 

 1870년대 중반까지 니체의 예술에 대한 사유는 ‘예술가-형이상학’(Artisten-Metaphysik)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것은 ‘학문을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보고, 예술을 삶의 눈으로 바라볼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예술가-형이상학은 예술가들이 창작과정을 통해 가지는 생각 혹은 가치관을 염두에 두고 쓴 개념이다. 예술가들은 대상 세계를 개념으로 파악하는 과학자들보다 세계를 훨씬 더 깊이 바라본다. 학문은 기본적으로 언어를 매개로 성립되는데, 즉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은 학문의 세계에서 추방된다. 그러나 언어의 그물망이 잡을 수 없는 보다 근본적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예술은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세계와 관계한다. 세계와 삶을 학문만으로 파악할 수 있고, 그것이 세계와 삶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만약 이 사실을 간과할 때, 삶은 형해화한 논리의 노예가 된다. 삶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학문을 위해 삶이 존재할 때, 삶은 왜곡될 것이고 문화는 병든다. 니체는 근대가 삶과 학문의 위계가 전도된 세계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예술가-형이상학’의 핵심 주장은 ‘세계와 실존은 미학적으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소크라테스 이래로 관철되었던 이성에 경도된 철학과 도덕이 더 이상 세계와 삶을 정당화하는데 유효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세계와 삶을 정당화하고 지=덕=행복의 도식으로 사멸적이고 가변적인 삶에 위안을 주었던 전통 형이상학의 역할을 어디에서 찾아야할 것인가? 니체는 예술과 삶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했던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로 되돌아감으로써 현대의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고자했다. 왜 역사상 가장 건강한 민족으로 평가받는 고대 그리스인들은 철학이외에 비극을 필요로 했던가? 예술은 현상계의 변화와 개별화의 고통을 넘어선 ‘근원일자’(Ureine)와의 합일에의 길을 제시하며, 따라서 삶의 고통을 이겨낼 위안을 제공한다. 니체에게 예술이 줄 수 있는 위안의 실재적 사례는 그리스 비극에서 관객이 얻는 감흥이다. 여기서 예술은 종교이자 형이상학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니체에 따르면 소크라테스적 이론적 낙천주의는 이성에 대한 과도한 믿음과 스스로를 뒤돌아 볼 수 없는 무능으로 실천적 염세주의(praktische Pessimismus)로 귀결된다. 실천적인 염세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삶을 위한 보호와 치료제(Schutz und Heilmitel)가 시급히 요구되는데, 니체는 그것을 예술에서 발견한다. “학문의 제어는 이제 단지 예술을 통해서만 일어난다.” 니체에 따르면 예술은 삶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래서 예술만이 직접적으로 “세계의 핵심과의 합일을 중재할 수 있다.” 니체의 초기 논문 「진리의 파토스에 관하여」(Ueber das Pathos der Wahrheit)는 예술과 지식(Wissen) 의 관계에 관하여 명확히 밝히고 있다. “예술은 인식보다 더 강하다, 왜냐하면 예술은 삶을 원하지만 지식은 마지막 목표로써 단지 삶의 부정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예술과 삶의 본질적 관계를 간파하고 있었다. “예술이 그리스인을 구했으며, 예술을 통해서 그리스인 스스로를 구했고 - 삶을” 구했다.


 니체는 예술이 그리스인을 구했듯이 현대인을 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삶과 세계의 미학화(Ästhetisierug)는 비록 많은 부분 바그너의 이론에 힘입고 있지만 예술에 대한 니체의 독자적 사유도 포함되어 있다. 니체는 ‘예술가-형이상학’의 정신에 대해 많은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1883년『비극의 탄생』을 뒤돌아보며 “내게 첫 해결책은 현존의 미적 정당화였다”고 적고 있다. 『비극의 탄생』에 대해 1886년에 새로 쓴 「자기비판의 시도」라는 두 번째 서론에서 그는 이러한 자신의 철학적 작업을 ‘예술가 형이상학’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자신의 처녀작의 핵심사상으로 간주하였다. 이러한 니체의 시각은 『즐거운 학문』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미적 현상으로서 현존은 우리에게 언제나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예술을 통해 우리의 눈과 손, 무엇보다도 선한 양심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그러한 현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학문이 삶을 지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치료할 치료제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허구를 창작해낼 수 있는 힘, 즉 예술이라는 사실을 간판할 정도로 지혜로웠다. 그리스 비극은 그리스인들이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었던 삶의 잔혹함과 무상함 그리고 불투명함에 대한 대결의 결과물이다. 그들은 비극을 통해 삶이란 비록 그 어떤 고통과 예측불가능성에도 결코 파괴되지 않는 강력하고 즐거움으로 가득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스인들에게 비극은 형이상학과 종교를 대신하여 삶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니체는 비록 예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지만 예술이 삶에 가지는 근본적 가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나의 첫 번째 해결책은 실존을 미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


 그러나 니체는  예술이 삶과의 관계에서 가지는 근본적 지위를 끝까지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예술가-형이상학이 표방하는 형이상학적 위안은 스스로 철회한다. 니체에 따르면 형이상학을 대신한 예술은 삶의 실상을 포장하는 위장술에 불과한 것이다. 삶은 결코 형이상학이나 유사형이상학을 통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되며, 또한 정당화 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형이상학과 종교의 역할을 대신하는 예술 정신의 결과는 ‘염세주의’와 ‘낭만주의’ 혹은 데카당의 극단이다. 예술이 형이상학의 역할을 대신할 때, 그것은 삶을 배반하고 몽롱한 환각의 상태로 우리를 인도할 뿐이다. 니체가 바그너 음악을 ‘데카당의 예술’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강한 예술은 삶과 세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름다운 가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히 지금 여기의 삶을 인정하고 찬양하는 데서 가능하다. 지금 이곳의 삶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을 니체는 디오니소스적 지혜 또는 긍정이라고 본다. 예술은 이제 형이상학적 위안물이 아니라 실재적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디오니소스적 지혜를 구현해야 한다.



글_ 정낙림(예술철학가)
독일 부퍼탈대학 철학박사, 경북대 강의교수, 한국니체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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