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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친절한 춤 미학 가이드


2017년 4월
2017.05.03
이희나 편집장의 친절한 춤 미학 가이드 5 - 춤의 정의와 경계의 확장
 여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어릴 적에 발레를 조금이라도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한 엄마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예쁜 튀튀를 입고 핑크빛 슈즈를 신고서 사뿐사뿐 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테지요. 그러면서 엄마들도 자연스레 발레와 가까워지고 관심이 생기고 공연을 찾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접하게 되는 춤의 이미지는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조화롭고 형식적으로 완전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클래식 발레로부터 춤의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겠지요.

 이 곳 모스크바에서도 마찬가지로 클래식 발레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에, 긴 선을 가진 우아한 백조 한 마리의 흰 날갯짓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클래식 발레 이외에 춤에 대한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의 이미지를 갖게 해 줄 무수한 춤이 존재하는데 말이지요. 다양한 춤들과 클래식 발레의 관계는 ‘춤’과 ‘무용’의 이미지만큼의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본 지 가이드 1편 참고).

 춤 예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이것이 춤인가?” “어디까지 춤으로 보아야 하는가?” 등 춤의 경계에 대해 물음을 던질 만한 작품(공연)이 많았습니다. 가장 먼저, 그 때까지 서구에서의 유일한 춤 예술 형태였던 발레의 포인트 슈즈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자유로운 도약을 했던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이 있습니다. 발끝으로 서지도 않으며 몸을 조이는 발레복이나 타이츠로 화려하게 치장하지도 않은 채 고대 그리스의 원시적이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춤을 출 때 당시의 기성 관객들은 “저것이 과연 춤이냐?”고 의문을 던졌지만 결국 모던댄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춤을 탄생시키는 효시가 되었지요.
*모던댄스(Modern Dance)는 통상 현대무용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의 삼분법적인 의미로 현대무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발레 및 포스트모던댄스나 그 이외의 춤 형태들과 구분되는 춤 형태로서의 모던댄스는 고유의 용어로 표기하였다.

 20세기 초, 디아길레프가 러시아의 발레 무용수들로 구성하여 당시의 러시아와 유럽에서 활동 중이었던 진보적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유럽을 거점으로 활동하였던 발레 뤼스(Ballet Russes) 역시도 클래식 발레와는 전혀 다르게 새롭고 전위적이어서 충격적이기까지 한 시도들을 거침없이 해내었습니다. 포인트 슈즈를 벗어던진 것은 기본이고, 발레의 기본자세인 턴 아웃(turn-out)조차 버리고 새로운 동작으로 구성된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모던발레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지요.


[사진1] 발레 뤼스의 <목신의 오후>

 그뿐만이 아닙니다. 20세기 사회, 문화, 예술을 전반적으로 지배했던 사상이자 사조였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시도가 끊임없이 있었습니다. 재현(representation)을 거부하고 예술의 매체성(medium)을 드러내는 모더니즘의 흐름에 맞추어 춤 역시도 이야기의 재현을 넘어서 움직임 자체를 부각시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어떤 무용가는 서사성을 배제한 채, 움직임의 연결조차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는 식의 우연으로 배치하여 공연자의 움직임 자체로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머스 커닝햄의 경우). 어떤 무용가는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춤을 무대에 올려 춤의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메타 댄스를 실험하기도 하였지요(폴 테일러의 경우). 때로는 잘 짜여진 안무를 훈련하여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수들의 몸이 서로 만나는 지점과 순간으로 중심을 이동하며 서로의 몸과 힘을 주고받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스티브 팩스톤 등의 접촉즉흥). 전문무용수의 의상을 거부하고 일상적 옷차림과 스니커즈를 신고 일상적 움직임으로 무대 위에 선다든지, 근대적 공연의 형식을 벗어나기 위해 일상적 공간에서 춤 공연을 벌이는 시도도 있었습니다(건물 외벽을 타고 오르내리던 저드슨 댄스 그룹 등에서 시작).



[사진2] 트리샤 브라운의 <Roof piece>

 이 글에서 모두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러한 흥미로운 실험적 춤 시도들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용사적으로 포스트모던댄스, 컨템포러리 댄스 등의 이름으로 바꿔가며 당대의 최전선에서 우리가 ‘춤’이라고 암묵적으로 동의하였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으로 춤의 범위를 확장시켜 왔지요. 오늘날에는 딱히 무어라 명명(命名)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하고 독창적인 각각의 작품, 작업들이 생성됩니다. 각각의 작업마다 나름의 콘텍스트와 해석의 틀을 가지고 감상하여야만 이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넓어진 춤의 스펙트럼을 경험하면서 관객들은 진심으로 줄기차게 다음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것도 정말 춤인가?” “도대체 어디까지가 춤인 걸까?”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음악과 의상, 무대 모두를 갖추고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전통적 춤 형태가 공존하고 있기에 그 질문이 더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예술이나 춤에 대해 연구하는 미학자 혹은 비평가들이 내리는 춤의 정의에 명확한 해답은 없습니다. 무용사를 거슬러 오며 내린 춤에 대한 정의를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인간의 움직임(human movement)
2) 양식화 되어있거나(stylized) 특정 공연의 양식을 갖추고 있는 등 형식화 되어있음
3) 우아함, 고상함, 미 등의 성질을 지님
4) 음악이나 율동적 사운드를 동반함
5) 어떤 스토리를 보여줌
6) 인간의 감정, 주제(themes), 생각(ideas)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목적을 지님
7) 마임, 의상, 무대장치, 조명 등의 도움을 받음

 이 특징들은 서구에서 발레가 하나의 예술 장르로 양식화 되고 미학(Aesthetics) 개념이 등장하였던 때부터 예술의 정의 불가능성을 논하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되어온 춤에 대한 정의를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광범위하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춤의 장르에 따라, 춤을 인식하는 학자들의 시각에 따라 위의 특징은 빠지기도 하고 특정한 번호가 부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중에서 빠질 수 없는, 춤의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1)번, 인간의 움직임입니다. 물론 모든 인간의 움직임이 춤이 될 수는 없으며, 이 시작점에서 춤으로 나아가기까지는 많은 설명과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글_ 편집장 이희나(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참고문헌>
Julie C. Van Camp, Philosophical Problems of Dance Criticism, CreateSpace Independent Publishing Platform, 198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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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사람들 _ 편집주간 최해리 / 편집장 이희나 / 공동편집장 장지원 / 편집자문 김호연, 장승헌 / 편집위원 윤단우
시각 및 이미지 자문 최영모 / 기자 김현지, 윤혜준, 원서영 / 웹디자인 (주)이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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