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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친절한 춤 미학 가이드


2016년 10월
2016.11.10
이희나 편집장의 친절한 춤 미학 가이드 3 - 춤의 이해와 감동
 러시아에 살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발레공연을 보러 갈 기회가 많습니다. 혼자 갈 때도 있지만 지인들과 함께 가기도 하는데, 발레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면 그들은 이렇게 반문하곤 합니다.

 “내가 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춤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공연을 보게 된다면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생길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 춤은 언어를 사용하는 구체적 개념작용을 요하는 예술도 아니요, 음악처럼 완전히 추상적이어서 상상과 감정으로 일관하게 되는 장르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춤은 춤꾼들의 몸을 사용하기에 가장 구체성을 띨 것만 같지만, 구상화를 하려면 할수록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춤을 어려워하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진1] 마티스의 <춤>
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개념예술(conceptual art)이 아닌 이상, 모든 예술은 특정한 매체(medium)를 통해 작품으로 표상되어 수용자에게 지각됩니다. 매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매개체’인 것으로서 예술 장르에 따라 특징적인 전달 방식이 존재하지요. 매체는 그 매체를 드러내기 위한 재료(materials)와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회화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재료는 안료가 되는 것이고 매체는 그것으로 표현되는 선과 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의 재료는 한 음 한 음이 될 테고, 그 음들이 배열되어 구성하는 화성과 멜로디가 매체가 되겠지요. 연극이라면 배우의 목소리를 재료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일 것입니다.
*예술이 예술작품이라는 결과물과 동일시되어 예술에 대한 논의를 예술작품에 대한 논의로 치환하여 설명하는 것이 전통적인 예술론이라면 개념예술이란 완성된 예술작품보다 아이디어나 작업 과정 자체를 예술로 간주하는 현대예술의 경향을 뜻한다. 여기서는 작품의 표상보다도 아이디어의 독창성이나 의미 부여가 중시된다. 극단적으로, 작품의 결과물이 전혀 없이 그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빼곡히 적은 보고서나 작업 과정 자체를 그대로 전시하는 등의 활동이 개념예술의 일례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춤의 매체는 무엇일까요? 흔히들 춤은 ‘몸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춤꾼의 몸이 춤의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춤에는 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가령, 무대 위에 춤꾼들이 등장해서 몸을 드러낸 채 가만히 서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관객들은 춤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에 감탄할 테지만 이는 사람의 몸으로 전시된 3차원적 조각상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현대 안무가인 폴 테일러(Paul Taylor)는 작품 <듀엣(Duet)>(1957)에서 춤꾼이 등장하여 춤을 추지 않고 퇴장하는 등의 반무용적 안무를 통해 춤이라는 매체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메타 댄스(meta dance)를 구현하였지만, 이것이 일반적인 춤의 형태는 아니다.

 결국 몸은 춤의 재료이며 그 몸의 움직임을 매체로 하여 관객들에게 지각됩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움직임은 일상적 움직임과 구별되는, 리듬을 가진 율동적인 움직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종종 춤 공연을 보며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저 발레리나는 정말 팔다리가 길어.” “저 무용수는 몸이 좋아.” 그러나 이제는 한 계단 나아가 그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들과 그 움직임이 그려내는 흔적의 이미지에 집중해 보기로 합시다.

 예술 작품의 구성은 내용(content)과 형식(form)으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예술 작품이 하고 있는 이야기, 표현하고 있는 바를 내용이라고 하자면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을 형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내용과 형식은 칼로 자르듯 구분될 수는 없습니다. 특정 내용은 특정 형식(매체)을 요청하게 되며, 또한 형식의 종류에 내용이 구애되기도 합니다. 매체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선언한 바대로 “미디어가 곧 메시지”인 것입니다.

 이 내용과 형식의 구도에 따라, 춤 작품에서도 역시 내용과 형식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춤꾼들의 몸이 빚어내는 일련의 움직임을 지각하면서 춤의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이 뜻하는 바를 해석하여 주제를 찾아냅니다. 춤의 움직임은 형식의 측면이 될 터이고 소재와 주제는 내용의 측면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가령, 클래식 발레와 같이 스토리가 명확한 작품에서는 형식보다는 내용이 먼저 이해됩니다. 춤에는 클래식 발레와 같이 마임까지 표현하는 아주 구체적인 것도 있지만 특정 소재나 주제에 대한 인상과 이미지를 움직임으로 추상화하여 표현하는 모던 혹은 컨템퍼러리 댄스도 있습니다.


[사진2] 클래식 발레는 마임을 알아야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관객들이 범하는 흔한 실수는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춤의 움직임이란 마임과 달라서 움직임마다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클래식 발레나 특정 전통춤에서처럼 약호화된 움직임이 있어 그것을 알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밖에 오늘날의 춤을 감상할 때는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춤의 매 움직임을 보면서 ‘저것은 무슨 의미일까?’ ‘지금 어떤 내용이지?’ 라는 생각에 매달려 초조해 할 동안 춤의 더 깊은 표현을 놓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춤을 감상하면서 “내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버려도 될 듯합니다.

 여느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춤 역시도 내용과 형식이 어우러진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춤꾼들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움직임, 그리고 그 움직임이 표현하는 주제 및 내용과의 만남을 두루 지각하며 춤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춤을 바라보다 보면 나의 몸을 감싸는 춤의 아우라에 빠지는 강렬한 순간과 조우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춤에서의 감동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글_ 편집장 이희나(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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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사람들 _ 편집주간 최해리 / 편집장 장지원 / 부편집장 윤단우 / 편집자문 김호연, 이희나, 장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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