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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춤비평 담론


2015년 11월
2015.11.30
몸학(Somatics)과 몸학교육(somatic education)



 소매틱스는 소마(soma)라는 용어를 가지고 만든 학문의 이름이다. 소마의 뜻을 알아보려고 영영사전을 찾아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그것은 단순히 정신에 대비되는 의미의 ‘신체’(body)라고 되어 있다. 또한 의료적 용어로 주로 사용되는 ‘체세포’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이 용어는 모든 실기교육과 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또는 학문에 쓰일 수도 있다. 국내에서 이 용어에 대한 깊은 의미가 간과된 채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전에서 이야기하는 문자적 의미의 소매틱스는 이처럼 몸에 관한 학문과 어떠한 실기교육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토마스 하나(Thomas Hanna)에 의해서 명명된 ‘소마’나 몸학교육(somatic education), 몸학(Somatics)이라는 전문용어와 다른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특별한 번역어를 사용한 것도 ‘소매틱스’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적인 사용과 차별화하기 위함이다. 우리말에서 몸이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포용적 의미가 토마스 하나가 찾아낸 ‘소마’라는 개념과 놀랍게도 일치한다. 다만 오늘날 몸이라는 용어가 서양의 이원론 영향으로 마음이나 정신으로부터 분리하는 혼란 때문에, ‘소마’라는 용어만큼은 외래어로 사용하고 있다.


 시카고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면서 현상학과 실존주의, 실용주의 등을 깊이 연구한  토마스 하나는 인간의 몸과 자유의 문제를 깊이 궁구한 철학자였다. 1969년 저술한 『Bodies in Revolt: A Primer in Somatic Thinking』이라는 저서에서 분리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작용을 표현하는 복합적 용어로서 ‘소마’를 다루기 시작하였다. 살아있는 몸인 ‘소마’가 주체적으로 작동할 때 몸/마음의 이분법은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 이론적 뒷받침을 위해 그는 칸트에서 니체에 이르는 철학자들과 다윈에서 빌헬름 라이히에 이르는 과학자들에 이르기까지 근대 서양지성의 흐름을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그러나 이론적 시도만으로는 소마 세계의 이해와 탐구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토마스 하나는 본격적으로 몸학교육의 현장에 뛰어들었다. 초기에 휄든크라이스에게 가르침을 받아 이른바 몸학교육 전문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하나는 1970년 대 중반부터 ‘소매틱스’ 학회(Somatics Society)를 조직하고 전문저널인 ‘Somatics’를 발간하면서 이 용어가 학계에 공식화된 것이다. 이 모임이 구성되자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지고 곳곳에 흩어져 일어나던 몸학교육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관계로 몸학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데에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토마스 하나가 실기교육, 나아가 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야기할 새로운 학문분야로서 몸학 전통들은 다음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몸학교육이란 몸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나는 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움직임 안에서 몸과 마음, 무의식과 의식이 함께 만나고 영성의 세계까지 열리는 현존체험을 이루는 교육을 말한다. 이 때 움직임을 통해 발생한 자각은 전체성의 체험과 연결된다. 전일적 체험 안에서 치유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둘째, 몸학교육에서의 학습이란 기존의 실기교육방법처럼 지도자의 움직임을 모방하거나 반복훈련을 통한 기능학습이 아니다. 몸학적 학습(somatic learning)이란 각성을 통해 몸 안에 무의식의 상태로 들어있는 잘못된 습관이나 트라우마를 인지하고 이것들을 의식의 영역에 끄집어내는 구체적인 작업이다. 이 때 소마의 움직임은 학습자의 자각을 돕고 몸의 정렬상태를 재조정(repatterning)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의식은 확장되고 삶은 행복한 상태로 변화된다.


 셋째, 몸학교육이 바탕을 이루는 몸학은 내면에서 ‘체험되는 몸’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몸을 대상으로 놓고 연구하는 의학이나 생물학과는 달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자체험이 학문의 핵심원료가 된다. 따라서 책이나 설명서, 비디오 매체나 몇 차례의 워크숍 등을 통하여 접한 소매틱스는 몸에 ‘관한’ 피상적으로 이해에 불과하다. 예술가나 무용수를 삼자 방식으로만 교육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오히려 몸학이 지향하는 핵심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몸학교육은 이미 설정된 이론에서 실습으로 가는 일반 교육과는 달리, 실기를 통해 학습자의 새로운 자각이 일어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몸학에서는 이렇게 체험 데이터(somatic data)가 누적되면서 철저한 자기몰입을 통해 창의적 세계를 열어나가는 교육이 이루어진다.


 몸학이 이 사회에 기여야할 수 있는 일은 여기서 지면이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폭넓고 다양하다. 핵심을 말하자면 그것은 추상적인 의미의 참살이와 힐링을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선사한다. 현대사회는 개인이나 사회가 해리(dissociation)와 분열을 경험하기 쉬울 만큼 척박한 환경 안에 놓여있다.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소마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감각을 닫는 일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좀비영화나 공상과학 영화들은 이러한 단절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테크놀로지에 둘러싸여 몸적 자아(somatic self)를 잃고 사이버 공간 속에 아바타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러한 분리의 표면적 결과가 바로 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디프레션, 만성질환, 중독, 자살, 몸의 폐기, 외모주의, 극도의 개인주의 등이다. 사실 예술은 바로 그러한 상처를 고발하고 치유하는 작업이다. 예술 자체가 전체성으로 통합을 이루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몸학은 예술이 이루는 이러한 통합공정을 때로 교육으로, 때로 과학적 방식으로 보여주는 체계적 학문이다.


 몸학의 개척자들 가운데 무용전문가들이 특별히 많은 이유는 바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 몸적 감수성에 예민하고 전체적인 감각을 깨우는 예술이 무용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에는 수십 종의 몸학 관련 자격전문과정이 있다. 몸학은 그 다양한 시스템들의 우산개념이다. 우리나라에도 휄든크라이스 코리아, 한국알렉산더테크닉 협회, 안나 할플린의 한국타말파연구소 등이 3년 전문가 자격과정을 공식 운영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피터 레빈(Peter Levine) 계열의 몸학 ‘Somatic Experiencing’ 과정이 상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자체에서도 심도 있는 몸학과정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것은 몸학교육은 그 본질에서 속성교육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오랜 시간 숙성되어야만 개인은 물론 이 사회와 학문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_김정명(명지대 예술체육대학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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