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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춤비평 담론


2015년 12월
2015.12.31
소매틱스(Somatics, 몸학)와 춤

 소매틱스(Somatics, 몸학)는 몸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몸에 관한 연구는 주로 의학과 생리학에서 이루어졌지만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인문학, 사회과학 그리고 예술학 등 학문의 전 영역으로 몸 담론이 확장되었다. 이제는 다양한 시각에서 몸을 연구하는 시대가 되었고 몸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명료해 질 것만 같았던 몸이 더욱 난해한 대상이 되었다.

 몸(soma)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결코 명쾌하거나 간단하지 않다. 몸이란 단순한 육신(body)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 지성, 영성이 통합된 삶의 현장이다. 몸은 ‘지금(now) 여기(here)’서의 체험이 몸의 핵심이다. 생명체는 몸으로 이 세상에 들어왔고 몸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은 몸으로 마음을 수련하고, 인성을 고양하고, 창의성을 향상한다. 또한 몸으로 아름다움의 경지를 추구한다. 이것이 바로 춤이다.

 몸을 가장 잘 알 것 같은 무용수들이 정작 몸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은 경우를 종종 본다. 무용인들의 몸에 대한 오해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몸은 기량을 보이기 위해서 조련해야하는 대상이나 도구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늘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을 대상화하여 혹독하게 다룬다. 춤 예술의 주체는 안무가나 교사이고 정작 무용수는 그들에 의해서 조련당하는 대상이 되고 만다. 이럴 경우 춤을 추면서 자신의 춤 체험에 대한 감각이나 의식 또는 각성은 이루기 힘들게 된다. 몸을 혹독하게 다루어 무리하게 춤을 추다보면 통증을 동반하고 그러다보면 몸은 반란을 꾀하게 된다. 이럴 경우 자신이 추는 춤에 대한 의미부여나 해석도 가능하지 않다. 그러다 고통이 축적되면 결국은 그 몸은 춤으로부터 도망가게 된다.

 둘째, 몸은 춤추는 사람의 내면(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악기라는 생각이다. 즉 몸은 정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하인이고 마음은 몸을 조정하는 주체이자 주인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몇 세기 간 서양에서 이어져온 이분법적 사고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를 질문하게 된다. 마음은 저 하늘에 있는 것인가 땅속에 있는 것인가. 도대체 마음이 어디에 어떻게 있기에 몸이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가. 그리고 몸이 악기라면 그 악기는 누가 연주하는가.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에 의해 조련되는 존재가 춤추는 몸인가. 그렇다면 이 생각을 따른다고 해도 춤추는 몸을 명기로 만드는 게 목표가 되고 몸은 연주자에 의해서 조련되어야 하는 대상이 된다.

 포스트모던 시대가 도래하고 이분법적 사고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이분법에 대한 자기반성이 니체, 퐁티 등 서양학자들 사이에서 진행된다. 니체는 ‘몸이 바로 나다’라고 말하며 일원론적 전인성을 강조했고 퐁티는 현상학에서 몸의 구체적인 체험과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읽어내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1975년 토마스 하나(Thomas Hanna)에 의해서 몸학(Somatics)이 하나의 학문으로 구축되게 된다. 머스 커닝험 이후 포스트모던 무용수들은 일원론적 시각을 지향하여 몸에 정서, 마음, 영혼이 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춤추는 몸은 더 이상 도구나 악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주체가 되는 것이다. 몸학의 가르침에 의하면 춤추는 몸은 그 자체로 주체이고 주인이다. 인간은 몸으로, 몸에 의해 자신의 춤 체험의 의미를 축적하며 춤과 인격이 함께 성장한다. 춤추는 몸은 내면 깊숙이 성찰하지만 결코 작은 자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타인을 포용하여 우주만큼 확장된 자아가 된다. 이 모든 것은 다 몸으로 행해진다. 몸학적 접근에서 중요한 것은 민주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본 필자의 경우 대학에서 발레무용수들에게 몸학을 이해시키고 몸에 대한 이해를 인도하니 그들의 발레 기량이 더 늘고 예술성이 풍부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몸학은 무용가들이 자신의 작품과 춤체험을 연구하는데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한다. 한국의 무용과에 실기 석·박사 과정이 여러 대학에 개설되었는데 학생들이 자신의 졸업작품을 연구하는데 몸학은 핵심적인 방향타가 되리라고 믿는다. 또한 무용가인 교수들이 자신의 작품을 연구하는데도 몸학은 무용철학과 구체적인 연구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글_ 조기숙(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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