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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춤비평 담론


2017년 6월
2017.07.02
인공지능과 춤을! - 4차 산업혁명과 무용의 미래
 2016년 3월, 대한민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프로바둑 세계 최강의 이세돌 9단이 IT 기업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에 무참히 패했다. 경기 시작 전 승패를 놓고 의견은분분했다. 아주 소수를 빼고는 인간의 우세를 점쳤다. 전문가들조차 20년 전 IBM의 컴퓨터가 체스 최고수를 이겼지만 바둑은 아직 난공불락이고 생각했다. 체스에 비해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한 바둑은 아직 인간 정신의 성역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결과는 5전 4승 알파고의 승리.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한 사람들조차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서늘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알파고 외에도 인간 운전자가 필요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 실제 체험보다 더 생생한 현실감을 주는 가상현실 VR,  작곡하고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 AI 등 공상과학 소설에서 보던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럴듯한 타이틀을 붙여서 컨셉 잡고 분류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이런 흐름을 그냥 둘리 없다. 그들은 21세기 초 IT 기업을 시작으로 유통업과 제조업으로 퍼져 나가는 디지털 데이터 기반의 산업 혁신 흐름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이 언론에 회자되기 전에 산업계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란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해왔다. 어쨌든 스타트업과 플랫폼 기업을 다루는 다큐를 만들었던 필자는 이런 흐름에 주목해 2015년 하반기부터 4차 산업혁명 관련 다큐  [카운트다운, 4차 산업혁명]을 두 편 준비해서 2016년 1월 방송했다. 마침 그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 이어서 경제계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정부 부처를 비롯해, 국회, 기업에서 4차 산업혁명 논의가 활발하게 일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2천 년 초반부터 선진국의 산업계는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IT기업을 필두로 제조-유통업, 정부, 지역 사회의 시스템이 데이터 기반으로 유지, 관리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알파고에서 보았듯, 이 거대한 흐름이 인류의 삶을 뿌리부터 바꿔 놓으리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국 역시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으로 사회와 경제를 리셋하고, 산업구조를 혁신해야만 21세기형 국가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을 제품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첫째,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둘째, 생산과 관리는 고객 맞춤형으로 변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새로운 생산자인 ‘메이커’는 기존 기업 중심의 생산 체계에서 벗어나 아두이노(Arduino)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 테크솝(Techshop) 같은 공동 작업장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메이커들은 골방에서 홀로 작업하는 전통적인 발명가, 기술자, 장인과는 달리 공개, 공유된 IT 기술을 밑바탕으로 혁신적인 물건을 만들어낸다. 생산 know-how를 공유하는 IT 플랫폼, 3D 프린터가 일반화되면서 동료와의 협력 생산(P2P, Peer to Peer Production), 생산의 민주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디지털  ‘혁신 제조업체’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유통-사후 관리하면서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맞춤 생산(mass customization)으로 생산방식을 변환시킨다. 전통 제조공장에서는 단일 품목을 대량생산해야 수지가 맞았다. 제품에 변화를 주려면 생산 라인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데이터 기반 생산으로 전환하면 각 부품마다 ID가 부여되고, 지능을 가진 생산설비가 서로 다른 설계도대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스마트 팩토리’ 의 대표인 독일 지멘스의 한 공장은 취향이 서로 다른 고객을 위해 단 하나의 제품도 생산 라인시설 변경 없이 생산한다.

 혁신제조업의 또 다른 갈래는 고객 자산의 효용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GE다. GE의 계열사인 GE항공은 항공기 제트엔진 생산-판매 세계 1위의 업체이다. GE항공은 항공기 엔진에 수백 개의 센서를 부착해 항공기가 운항할 때마다 운항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서 고장이나 정비 시점을 예측해주는 운항 보조(Fleet Support)서비스를 시행한다. 이를 자산 활용관리 (APM, Asset Performance Management)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정비 불량, 엔진 고장을 미연에 방지하고 하루 수 백 억 원에 달하는 고객사의 항공기 미 운항 손실을 줄여준다.



무용도 디지털 혁신이 가능한가? 

 진정한 예술가는 늘 시대를 앞서간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기 전부터 일군의 예술가들은 디지털 미디어아트, 컴퓨터 아트를 개척하고 작품을 창작했다. 무용가, 안무가들도 뒤지지 않았다. 컴퓨터를 활용한 춤 분석과 안무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인간의 움직임, 무용의 동작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고 패턴을 분석해서 새로운 움직임, 춤을 만들어냈다. ‘알고리즘 안무’, ‘생성적 안무’(Generative Choreography)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물리적인 컴퓨팅 능력이 발전하고 데이터 수집이 쉬워지고,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 보급되면서 확산하는 추세다. 포사이드 컴퍼니 (Forsythe Company)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Motion Bank, Choreographic Coding Lab 등의 실험그룹은 무용과 안무를 디지털 데이터화하고 축적, 분석해서 온라인 디지털 무보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들의 작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만약 무용에 관심이 많은 IT 기업가나 혁신가가 거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금까지 공연된 모든 무용을 디지털 무보로 번역해서 데이터베이스로 만든다고 해보자. 그의 원대한 꿈은 알파고가 인간 최고수를 이긴 것처럼 최고로 멋진 무용작품을 창작할 안무 인공지능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은 막대한 컴퓨팅 능력으로 바둑고수들이 몇 천 년 동안 만들어낸 수백 만 건의 기보를 단기간에 집중 학습했기 때문이다. 무용에 최적화한 인공지능이라면 가능한 많은 수의 무보를 학습할수록 더 멋진 안무를 만들어 낼 것이다. 물론 바둑과 무용은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허황된 꿈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구에서는 젊은 안무가들이 더 많이, 더 빨리 코딩과 머신 러닝을  배우고 무용의 디지털 혁신, 무용의 4차 산업혁명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무용계는? 아직도 전근대적 수공업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때다.


글_ 손현철(무용애호가, KBS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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