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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세계 공연예술의 현재


2017년 7월
2017.08.07
한일교류공연 〈세레모니〉
#하나로 프로젝트#

 “하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한일연극교류를 도모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일연극교류는 여러 형태의 방식이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부산과 후쿠오카를 잇는 연극 교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부산과 후쿠오카 연극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프로젝트는, 올해 4회째 공연을 맞이했다. 양국의 희곡을 교환해 공연하는 방식에서 많은 고민과 극복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창작극을 올리게 되었다. 또한 이번에는 부산과 후쿠오카의 연극인들이 같은 무대에 오르는 방식을 취하면서 연출도 한국과 후쿠오카의 두 연출가가 맡았다. 부산일보 2017년 7월 3일자 신문에서 조영미 기자는 올해 공연이 특히 의미가 컸다고 지적한다.


 이전에도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며 공연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부산팀, 후쿠오카팀이 같은 작품을 연출해 따로 올리는 등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창작 연극인 데다, 마지막 3부에서 두 나라 연극인이 어우러져 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과거와는 달리 이번 공연 <세레모니>(박훈영 작, 송근욱/고다 마사히로 공동연출)는 한국팀과 일본팀의 장면이 나누어져 있고, 마지막 3부에서 한일 연극인들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3부가 아니더라도 한일 연기자들이 한두명 섞이는 장면이 1부와 2부에도 존재하는데, 한국팀과 일본팀은 각각 자신의 나라에서 연습을 진행한 후에, 공연 전에 만나 함께 합동 연습을 진행했을 것이다. 각각의 팀이 하나의 작품을 연출해 만나는 일보다 한일 양팀이 같은 무대에 서는 이런 방식이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본공연까지의 조율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세레모니>는 부산과 후쿠오카의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사진 1] 부산 공연 포스터 / [사진 2] 후쿠오카 공연 포스터


#희곡<세레모니>#

 이 프로젝트의 발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인의 의뢰로 번역 작업을 담당하면서, 작품에 대해 많은 의문과 걱정이 앞섰다. 이번 공연의 희곡 <세레모니>는 부산의 젊은 작가가 창작한 작품으로 ‘축구’를 작품의 비유적 소재로 끌어들이고 있다. 작품 내용은 한일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 크루즈선에서 올릴 예정인 한국인 신랑과 일본인 신부의 결혼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마지막 대본이 나오기까지 몇 번의 수정을 거듭해야 했고, 처음에는 전혀 대본 속의 스토리 자체가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예를 들면, 처음에 등장해 이목을 끌게 된 인물이 나중에 수습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던가 하는 매끄럽지 않은 전개. 한일 축구 경기가 하필이면 결혼식 날에 열린다는 설정과 함께, 신랑 쪽 고모와 신부 쪽 아버지가 축구공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고, 축구공 하나만을 쫓아 시합을 승리로 이끌려는 축구팀 선수들과 신랑/신부를 빗대는 대사 등등... 축구라는 비유를 무리하게 구축하려고 하는 작가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결과 ‘왜 이렇게 축구라는 소재가 꼭 필요하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신부 대기실에 쥐가 나타나 소동이 벌어지는 장면에서는, 그런 진부한 코미디로 사람들을 웃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공연이 임박해지고 몇 번의 수정 대본을 거치면서 내용은 정돈되어갔고, 이 작품이 배우들과 잘 어우러진다면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 작품은 반 정도 그 기대에 부합하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진 3] 〈세레모니〉 중 축가 장면


#한국 배우들/일본 배우들의 코믹 연기#

 <세레모니>는 대체적으로 1부가 한국팀의 공연, 2부가 일본팀의 공연, 3부가 한일팀이 어우러지는 공연이다. 한국팀 공연에서 한국 배우들은 진지하거나 코믹하기도 한 장면을 잘 소화해냈고 좋은 리듬을 탔다. 특히 신랑의 스토커녀(주례, 조카도 겸함)로 출연한 여배우는 코믹한 장면에서 굉장한 매력을 발산했다. 이 배우의 연기가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도 탄력을 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코믹한 장면을 익숙하게 연기하는 한국 연기자들에 비해 일본팀 공연에서는 이유 모를 어색함이 연출되는 장면이 많았다. 코믹한 장면에 배우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신부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는 긴장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전신을 덜덜 떠는데,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지 않은 채 부자연스럽게 눈에 띄었다. 배우가 굉장히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무리하고 있으며 그런 배우의 힘들게 애쓰는 모습을, 어떤 동정을 갖고 보게 되는 것이다. 그건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라기보다 안쓰러움을 안겨 주는 연기였다. 그런 배우를 마주하게 되면, 작품의 내용과는 별개로 그 배우 자체에만 집중하게 된다. 또한 신부 대기실에서 신부와 신부의 언니, 친구 세 명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희곡대로라면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는 존재했다. 하지만 세 배우의 밋밋한 연기는 그 장면을 진지한 장면으로 탈바꿈시켜 버렸다. 희곡 자체가 세 명의 캐릭터를 분명하고 개성있게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배우들 각자의 캐릭터로 분명한 개성을 드러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이런 점은 연출과도 연결되는 부분일 것이다.

 이번 작품 외에도 일본에서 한국 작품을 공연할 때, 그 작품에 특히 코믹한 캐릭터가 등장할 시, 일본 배우들의 어색함을 목격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분이 있는 일본 배우도 그 점에 동감하면서, 좋은 배우가 아니기 때문일 거라고 추정한다. 나 자신은 그것이 한국적인 코미디에 익숙하지 않거나 진지한 연기를 중심적으로 해 온 연기자가 코믹 연기에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한국 배우들은 코믹 연기든 진지한 연기든 양쪽 다 대체적으로 소화해내며, 그 리듬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런 한일 양국 배우들의 차이는 실력의 차이를 넘어 문화적이나 환경적인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니 앞으로도 고찰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면, 한일 양국 배우들은 아마추어 배우가 아니었고, 오디션으로 뽑힌 프로 배우들이었다.

 딱 한 명, 일본 배우들 중에서도 코믹 연기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한 배우가 있었다. 신부의 삼촌 역으로 등장한 그 배우는 한일 모든 배우들을 통틀어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의 연기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모든 장면을 타고 넘었다. 다만 그 배우가 코미디 전문 배우인지 아닌지, 진지한 연기가 몹시도 궁금해졌다.


[사진 4] 〈세레모니〉 중 결혼 장면

 이번 공연은 여러 가지 걱정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많은 호응과 웃음을 얻었다. 전해들은 부산 공연 풍경은 웃음 많은 한국 관객들을 만족시켜 준 듯했다. 직접 방문한 후쿠오카의 공연에서도 보조석이 펼쳐지고 극장이 꽉 찰 정도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축구라는 비유를 납득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한일 커플의 결혼이라는 소재는 한일교류공연의 목적을 제대로 상기시켜 준다. 적기는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각기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도 체험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사는 부산 사투리/하카타벤(하카타 사투리)으로 각각의 지역성을 살렸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와,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정감 넘치는 하카타벤만으로 관객은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한일교류공연을 볼 때마다 한일 연기자의 연기 비교가 가능할 뿐 아니라 좋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에는 울컥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기성 작품이 아닌, 창작극을 택한 의미가 앞으로 “하나로프로젝트”의 발전에 이바지하리라 믿는다.


글_ 심지연(한일연극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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