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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020.02.29
새로운 바체바 시대에서 오하드 나하린의 역할



원제목: Batsheva-A New Era, a New Role for Ohad Naharin

작성자: 브라이언 쉐퍼(Brian Schaefer)

출 처: <뉴욕타임즈> 2019322

www.nytimes.com/2019/03/22/arts/dance/batsheva-ohad-naharin-gili-navot.html


 

   이번 주 뉴욕의 브루클린음악아카데미(BAM) 무대에 바체바무용단(Batsheva Dance Company)이 오를 때 관객들은 그동안 사랑해왔던 그 무용단이라고 여길 것이다. 다소 신비로우며 조금은 건방진 듯한 느낌을 주는 그 무용단 말이다. 이 느낌은 사실 오랜 기간 바체바무용단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였던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과 연관된 특성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근거지로 하는 바체바무용단은 나하린의 최신 작품 <베네수엘라(Venezuela)>(2017)를 공연한다. 여기에는 무섭게 몰아치는 독무, 만화경 같은 앙상블, 연극적 순간 등 나하린 안무의 익숙한 모습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더 대담한 개념 구조를 따른다. 같은 안무를 두 번 반복해서 공연하는 것이다. 무용단은 40분이 지나면 같은 안무를 반복하는데, 전반부의 출연진과는 다른 무용수들이 다른 음악과 다른 조명 속에서 공연하는 것이다.

 

   이번 바체바무용단의 방문이 이전과 다른 면은 또 하나 있다. 나하린이 이제는 바체바무용단의 예술감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30년간 감독직을 맡아오던 나하린이 작년 9월에 전직 무용수 길리 나봇(Gili Navot)에게 지휘봉을 넘겨주었다고 한다. 나하린의 새로운 직책은 상주 안무가이다. 나하린은 이 직책으로 바체바를 위해 계속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며, 나봇은 무용단의 의사 결정과 장기적인 방향을 책임진다.

 

   이것을 새로운 바체바무용단의 시대가 열렸다고 볼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조직 개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가? 텔아비브의 나봇에게 전화로 인터뷰를 하자 저도 간혹 ~ 이건 정말 큰 변화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오하드와 나는 우리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그녀는 오하드는 여전히 여기에서 창작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매우 활기차며, 매일 뭔가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느낌이 동시에 드는 것 같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바체바의 역사에서 긴장감 넘치는 전환의 장이 마무리된 셈이다. 바체바는 이스라엘에서 대단한 무용 붐을 일으켰으며, 이스라엘을 현대무용의 중심지로 드높인 무용단이다. 바체바는 1964년에 창단하자마자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의 작품을 열정적으로 해석하면서 빠르게 명성을 얻었다. 또 한편으로는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와 도날드 맥케일(Donald McKayle)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을 초청하여 강력한 레퍼토리를 구축했다. 그러나 10년 후 바체바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레이엄이 자신의 작품들을 거둬들이면서 무용단은 자신의 예술적 목소리를 찾기 위해 분투하여야 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2, 3년마다 예술감독이 바뀌면서 무용단의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1990년에 나하린이 오면서 달라졌다. 사실 그는 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 바체바무용단의 전직 무용수이며 그레이엄이 자신의 무용단에 입단하기를 원했던 나하린이 예술감독이 된 것이다. 안무가인 그는 과감한 신체적 표현으로 블랙코미디 작품들을 만들면서 바체바에 짜릿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부여했다. 나하린의 지도력으로 바체바는 세계무대에서 상위급 현대무용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소속 무용수들이 이스라엘에서 안무가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으며, 그들 중 몇몇은 인상적인 작품으로 국제무대에서 경력을 쌓았다.

 

   하이파(Haifa) 출신의 열정적 무용수였던 나봇(38)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고등학생 때 이 무용단을 만났고 나하린의 작품으로부터 시각적으로나 감성적으로 강한 인상을 받았다. 나봇은 18세 때 바체바의 주니어 무용단인 영 앙상블(Young Ensemble)에 입단했다. 졸업 후에는 바체바의 메인 무용단으로 옮겨가 7년간 활동했다. 그 후 가정을 꾸리고 무용교육 분야에서 학위를 받기 위해 10년간 무용단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나하린의 작품을 재공연하고 가가(Gaga)라고 알려진 대중적인 움직임 메소드를 가르치기도 했다. 나봇은 자신이 상속받은 유산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나는 그 무게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나하린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그녀는 놀라워서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되는지 여러 번 자문자답해보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일단 시도를 하기 위해 합법성도 부여해보았다고 했다.

 

   나하린은 이메일을 통해 나봇의 연구와 창작이 흥미로워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다라며 그녀는 갈등을 대화로 전환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하린은 조직을 관리하고 기부자를 찾는 관리자의 역할보다는 작품을 만들고 움직임을 탐구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그래서 2003년에 이사직을 사퇴하고 요시푸미 이나오(Yoshifumi Inao)에게 양도한 바 있다. 그러나 1년 후 무용단에서 여전히 그를 필요로 한다는 결정에 따라 다시 돌아왔다. 그는 무용단이 이제 재정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더 나은 위치에 있으며 유기적인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가 행복해하는 것은 분명하다. “내 어깨 위에 있는 많은 무게가 덜어졌다라고 말했다. “감독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고, 아마 더 좋아졌음을 알기에 평온함을 느낀다라고 했다.

 

   나봇의 임명은 사실 1년 전에 발표되었다. 그녀는 20181월부터 나하린을 보좌하며 무용단의 운영에 참여했다. 그녀는 이에 대해 점차적으로 요리되었다라고 표현했다. 지금도 둘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나봇은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나거나 대화한다고 했다. 그리고 때로는 큰 그림에 대해 내가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이기 때문에 나하린이 그 그림에 자신의 의견을 추가한다고 말했다.

    



바체바무용단의 <베네수엘라>


   확실히 최근 몇 년간 나하린의 작품은 보다 확장되었고, 집중감도 높아졌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나하린은 무용을 위한 음악은 필요하지 않으며 작품에서 음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는 한계를 테스트한다. 그는 <베네수엘라>에서 전반부의 음악이었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미국의 메탈그룹)의 곡을 후반부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로 대체한다. 그러면서 당신 내부에서 일어나는 그루브(, 리듬)’을 탐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하린은 작품의 추상적이고 삽화적인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한 버전에서 그는 지구본을 회전시키고 베네수엘라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 나라의 정치 상황은 수년 동안 악화하였다. 그러나 2017년 텔아비브에서 이 작품이 초연될 때 그것은 중요한 뉴스가 아니었다. 무용단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실제 베네수엘라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의 30년 동안 미국 관객들은 나하린의 작품을 통해서만 바체바를 알아 왔다. 나하린이 상주 안무가로 있으므로 그 인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봇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그녀는 의미 있는 과정이 될 거예요라며 초빙 안무가를 언급했다. 그리고 순회공연을 계속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나봇은 메인 무용단과 주니어 무용단 모두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하린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내가 해야 할 일과 비슷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역할에는 어린 딸을 돌보아야 하는 가정에 대한 의무와 가가 테크닉을 공유하고 새로운 작품 만들기가 포함된다.


바체바무용단의 네브 샤아난 캠퍼스 조감도


   현재 나하린과 나봇은 텔아비브시와 함께 바체바무용단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을 복합예술센터(multi art campus)를 건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센터의 설계는 영국의 유명한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가 맡았다. 센터가 들어서는 곳은 텔아비브에서 매우 오래된 버스정류장이며,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사는 네브 샤아난(Neve Sha'anan)라는 저소득층 지역에 있다. 일부 주민은 이 프로젝트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이에 대해 바체바무용단의 행정감독 디나 알도르(Dina Aldor)우리는 그러한 이유로 데이비드 아자예와 함께 일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건축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프로젝트로 수행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자체와 함께 이 프로젝트에 지역사회를 참여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의 비용은 5,200만 달러에 달하며 내년에 착공하여 2022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 센터가 완공되면 바체바무용단은 상주기관으로써 시각예술 분야와 공연예술 분야의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기획할 것이다. 바체바는 이 센터를 자신들의 보금자리 창출이 아니라 예술가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일 뿐만 아니라 텔아비브의 문화적 삶을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10년 전만 해도 무용수에 불과했던 나봇에게 인상적인 포트폴리오가 되어 줄 것이다. 그녀는 바체바의 무용수가 된다는 것은 항상 한계를 탐험한다는 것을 뜻하죠. 저는 안전지대 밖에 저 자신을 밀어 넣는 것을 즐기죠라고 말했다.”

 

번역_ 김수인(성균관대 무용학과 강사)

감수_ 최해리(댄스포스트코리아 편집주간)

참조 사이트

https://batsheva.co.il/en/repertory?open=Premiere

https://www.youtube.com/watch?v=HsHjQbNeEIU

https://www.bam.org/dance/2019/venezuela

https://www.haaretz.com/israel-news/.premium.MAGAZINE-batsheva-s-new-arts-center-may-do-more-harm-than-good-1.634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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