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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_

2019년 6월
2019.07.12
대한민국발레축제 리뷰 ② 움직임의 확장, 그 즐거움 - 허용순 프로젝트 <완벽하지 않은 완벽함(Imperfectly Perfect)>과 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 세븐(Minus 7)>


유니버설발레단은 축제의 폐막작으로 허용순 안무의 신작 <완벽하지 않은 완벽함(Imperfectly Perfect)>과 인기 레퍼토리인 <마이너스 세븐(Minus 7)> 두 작품을 선보였다. 

  <완벽하지 않은 완벽함>은 구조와 상황 속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마침내 도달한 완벽함 어디선가 결핍을 발견하거나 반대로 완벽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완벽에 다가가려 하는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완벽함이라는 이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한편 그럼에도 그 허망한 완벽을 갖고자 안간힘 쓰는 인간의 모습에서 인생의 본질을 발견하게 된다.

  허용순은 이 작품을 위해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진영, 마리오엔리코 디 안젤로, 사울 베가 멘도자를 특별 캐스팅했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한상이, 예카테리나 크라시우크,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 제임스 프레이저, 루이스 가드너, 패트릭 부르파처가 함께하고, 최지원이 히든카드처럼 깜짝 등장한다.




허용순 프로젝트 <완벽하지 않은 완벽함(Imperfectly Perfect)> 
Photo by Kyoungjin Kim ⓒ Universal Ballet

  공연이 시작되기 전, 깔끔한 입성의 최지원이 마이크를 차고 등장해 자신을 소개하고 인사말을 시작한다.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의 시그니처가 된, 공연 전 작품해설을 위해 등장한 듯하다. 오늘 공연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최지원이 아차, 하는 얼굴이 되어 허용순의 작품 제목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그가 ‘Imperfectly’까지만 발음하고 작품의 전체 제목을 잊어버렸는지 손에 들고 있던 큐 카드를 내려다보자, 그의 당황스러움을 진정시키고 응원하는 의미로 관객들이 힘찬 박수를 보내준다.

  그러나 이는 작품의 일부로 연출된 ‘페이크’다. 자신없어하는 목소리로 “작품 제목은…”이라며 말문을 연 최지원은 “Imperfectly…”라는 말만 반복하며 관객들을 등지고 무대 뒤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무대 위에는 최지원이 반복하던 “Imperfectly…”만 에코가 되어 남고 그는 무대 뒤로 사라진다. 이제 관객들은 최지원과 함께 무대 위에서 펼쳐질 ‘완벽하지 않은’ 세계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원진영은 완벽한 관계를 찾아 헤매며 디 안젤로와 멘도자 사이를 오가지만 두 남자 모두 그녀에게 완벽을 가져다주진 못한다. 반대로 강미선과 노보셀로프는 완벽한 관계로 보이지만 그 관계 속에는 균열이 있다. 무대 위에는 완벽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 어떻게든 완벽을 향해 다가가려 하는 이들의 안간힘과 완벽함 속에서 완벽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하는 이들의 두려움이 교차한다.


허용순 프로젝트 <완벽하지 않은 완벽함(Imperfectly Perfect)> 
Photo by Kyoungjin Kim ⓒ Universal Ballet

  원진영과 두 남자 무용수는 서로의 눈을 가리며 현실을 애써 회피하려 하거나 서로 몸이 뒤엉킨 채 움직이며 파워풀하면서도 풍부한 질감의 춤을 보여주고, 이와 대조적으로 강미선과 노보셀로프는 조화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움직임은 간혹 어긋나고 스텝은 위태로워 언제 관계의 끈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함께 전달한다. 그리고 강미선이 토슈즈 끝을 내디디며 한 걸음 한 걸음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기는 장면은 많은 움직임 없이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를 확인시켜준 장면이기도 했다. 여섯 명의 다른 무용수들은 중심축을 이루는 두 커플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발레의 날카로운 아름다움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최지원의 목소리에서 시작된 “Imperfectly…”라고 중얼거리던 흐릿한 속삭임은 작품 마지막에 이르러 두 남자 무용수와 뒤엉켜 춤추던 원진영이 이제 완벽함을 찾느라 방황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몸짓으로 춤을 멈춘 순간 “Perfect!”라는 강렬한 외침이 내리꽂히며 무대의 불이 꺼진다. ‘완벽함’이 ‘완벽하지 않음’ 위에서 완성된 것이다. 세련된 안무는 물론 메시지의 전개와 완결, 공연과 비공연을 연결하는 매끄러운 연출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것이 없는 공연이었다.

  오하드 나하린 안무의 <마이너스 세븐>은 2002년 바체바무용단의 내한공연에서 처음 소개된 뒤 2006년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발레단 초연으로 공연하면서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정착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모던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디스 이즈 모던’ 공연에서 가장 열띤 환호를 이끌어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더블 빌로 구성된 공연에서 관객들이 1부 공연 관람을 마치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휴식을 취하는 동안 무대 중앙에는 남자 무용수가 서 있다. 지난 몇 년간 샤이 건이 맡았던 이 역할이 올해는 리앙 시후아이에게 돌아갔는데, 그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그러나 이를 춤이라고 불러야 할지 헷갈리는 어딘가 우스꽝스럽고 기괴해 보이는 동작들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 세븐(Minus 7)> Photo by Kyoungjin Kim ⓒ Universal Ballet 

  막간 휴식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아 객석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고 왔다 갔다 하는 관객들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지만 무용수는 개의치 않는다. 관객들이 어리둥절해하며, 혹은 피식피식 입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무대를 지켜보는 동안 그는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될 무대 속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1부에서 최지원이 몽환적인 목소리로 데려간 세계가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면 2부에서 리앙 시후아이가 능청스러운 몸짓으로 데려간 세계는 1부의 긴장을 다 내려놓게 만드는 해방구 같은 공간이다.




유니버설발레단 <마이너스 세븐(Minus 7)> Photo by Kyoungjin Kim ⓒ Universal Ballet 

  무용수 25인이 의자에 앉은 채 보여주는 역동적인 군무와 여자 무용수들의 위트 있는 6인무로 구성된 <아나파자>를 지나 <마불>에서 남녀 무용수의 차분한 2인무를 감상하고 나면 마지막 무대인 <자차차>로 진입한다. 무용수들은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의 관객들을 훑기 시작하는데, 무대로 데리고 갈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이 공연은 객석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관객들이 무대로 올라가 무용수들과 어우러져 흥겨운 춤판을 벌이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작품이 10년 넘게 발레단의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어느덧 작품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무용수 못지않은 끼와 춤솜씨를 보여주는 것도 놀랍지 않은 일이 되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발레축제 프로그램으로 이 작품을 공연한 바 있는데, 올해도 객석을 웃음바다로 물들이며 폐막작으로 축제를 흥겹게 마무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글_윤단우(무용칼럼니스트) 
사진제공_대한민국발레축제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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