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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_

2020년 1월
2020.01.29
닫힌 구조에 대한 새로운 변용과 인식 - 음악그룹 나무 <8음>

근대 이전 한국에서 예술은 분리된 형태가 아닌 통합적 의미를 지니며 전승되어 왔다. 물론 음악과 무용 등이 갈래 속성에 맞게 원형을 가지고 이어졌지만 근대 이전에는 악가무(樂歌無)라는 이름으로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응집되었다. 이러한 형태는 특히 유교적이면서 정치적 관념이 결합된 형식에서는 여러 담론을 형성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을 들 수 있다.




ⓒ옥상훈


종묘제례악은 조선 세종 때 정통적이며 동시대적 가치를 수용하며 주체적으로 만들어졌고 이후 실연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또한 1964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가치가 있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종묘제례악을 음악그룹 나무가 <8(八音)>(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20.1.17.-18)이라는 이름으로 재해석하여 무대화하였다.




음악그룹 나무



어찌 보면 종묘제례악은 종묘제례악 그 자체라는 인식 때문에 새로움을 줄 게 없을 것 같고, 이를 변용해서는 안 된다는 고답적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하나의 정전(正典)이기에 오히려 새로운 변용이 가능하고, 시대적 인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도는 새로움과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음악그룹 나무


우선 형식은 거가출궁(車駕出宮), 초헌례(初獻禮), 종헌례(終獻禮), 음복례(飮福禮), 망료(望燎) 등의 형식을 취사선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제례적 수용이나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율적이고 젊은 창작자들이 인식한 종묘제례악과 가무악적 인식에 따른 변용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서도 그대로이다. 이는 종묘제례악 일무(佾舞)의 규칙적인 움직임에서 벗어나 역동적이며 무용수들 제각각의 움직임 속에서 총합적인 균형을 만들려 하고, 이것은 합을 이루며 공감각적 이미지를 조성한다. 이러한 감정적 인식은 종묘제례악이라는 시공간의 제한적 요소가 아닌 제의적이며 강유의 움직임이 보편성을 띠며 형성되기도 하였고, ‘음복례에서는 움직임과 타악의 조화를 통해 전체적인 흐름에서 하나의 휴지(休止)이면서 또 다른 열린 흐름으로 나아고자 하는 문턱으로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옥상훈


이 작품에서는 제목처럼 다양한 음색이 나온다. 원래 팔음은 악기를 만들 때 재료가 되는 , , , 대나무, 바가지, , 가죽, 나무등을 말하는 것으로 이 공연에서는 이에 바탕을 두면서 대금, 피리, 태평소, 타악과 베이스 등을 비롯한 현대 전자 악기가 공존한다. 이러한 융합적 요소는 정적일 수 있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확장성을 전해주고, 움직임에서도 역동성을 전해주면서 인식할 수 있는 범위의 기승전결 구조를 만드는 기호로 작용하였다.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음률과 이에 따른 움직임은 종결인 망료에서 전통적인 요소를 정제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내재적 인식의 통합적 측면과 더불어 정적인 맺음이라는 보편성이 기저를 둔 측면일 것이다.




옥상훈



이 작품은 종묘제례악의 동시대 인식에 따른 변형이다. 종묘제례악이 문헌과 여러 전승 방식을 통해 이어졌다고 하여도 근저의 사상적 인식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를 표현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원형(여기서는 原型, Archetype의 의미가 아닌 元型)을 제대로 이음과 함께 본질적 의미의 변용은 항상 새롭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전승하고 그 민족문화의 원형을 기억할 것은 형식이라기보다는 정신이며 철학적 인식이라는 측면과 그 DAN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측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팔음>은 미시적이지만 종묘제례악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동시대 대중에게 역으로 종묘제례악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음악그룹 나무 / 창작산실(옥상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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