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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020.02.29
설립자의 유지(遺志)를 받들다- 유니버설발레단 <스페셜 갈라>


  민간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설립자 탄생 100주년 기념' 헌정공연(2월 8~9일, 유니버설아트센터)을 화려하게 가졌다. 설립자 문선명 선생은 발레 불모지였던 1984년에 한국 최초로 민간직업발레단을 창단해 현재에 이르게 한 인물이기에 헌정공연은 의의가 컸다. 특히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작을 모은 이번 <스페셜 갈라>는 뛰어난 해외 스타 무용수들의 참여와 국내 스타들의 활약으로 본 발레단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한국 발레계에서의 위상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또한 출연진의 면면만으로도 그 예술성과 대중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 영상을 통해 발레단의 지나온 발자취를 찾아가는 작업도 의미가 있었다.




   1부 첫 무대는, 앞으로의 미래를 담당할 유니버설아카데미 학생들의 <스페니쉬 카니발>이었다. 수십 명의 어린 발레리나들, 발레리노가 이뤄내는 앙상블은 야무진 표정과 활발한 움직임으로 스페인의 정취를 흠뻑 담아냈다. 손유희,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보여준 <잠자는 숲속의 미녀>3막 그랑 파드되는 클래식발레의 전형적인 테크닉을 잘 담아냈다. 손유희의 힘 있는 하체 동작과 밝은 에너지, 노보셀로프의 깔끔한 턴과 라인은 안정된 장면을 연출했다. 



   국내에 처음 선보인 에드워드 리앙 안무의 모던 발레 <파인딩 라이트>는 전)샌프란시스코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루치아 라카라의 탁월한 신체조건과 상상을 뛰어넘는 유연성, 전)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매튜 골딩의 안정적인 2인무가 백미였다. 매튜 골딩은 유니버설발레단의 2018년 <지젤>의 알브레히트로 한국관객에게 이미 알려져 있다. 어두운 무대와 포그 속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라카라의 활홀한 움직임은 아름다운 선과 자유로운 춤을 통해 인체가 보여주는 아름다움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두 남녀의 그림 같은 하모니가 펼쳐지는 가운데, 가장 기대를 끌었던 만큼 추상적인 작품임에도 감각적이고 섬세한 움직임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 콤비인 강효정과 제이슨 라일리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 역시 주목할 만한 무대였다. 강효정의 탄탄한 기본기와 제이슨 라일리의 야성미 넘치면서도 동시에 절제된 움직임은 오히려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부각시켰다. 순수하지만 열정적인 사랑은 두 무용수들에 의해 세련되게 표현되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 최영규의 2인무는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2017년 <호두까기인형>에서 탄탄한 호흡을 보여준 두 사람은 <사타넬라> 베니스 카니발에서 경쾌한 음악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약동하는 힘을 불어넣었다. 특히 최영규의 역동적 움직임과 깔끔한 회전이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를 더했다. 




   2부에서 선보인 유명한 <백조의 호수>백조 파드되는 라카라의 명성을 인정하게 하는 무대였다. 그녀의 고혹적인 날개짓은 길고 가녀린 팔을 통해 물결치듯 밀려오며 보는 이에게 전율을 일으켰다. 우아하면서도 신성함까지 느껴지는 백색의 존재는 그 세계적인 클래스를 실감케 했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은 순간의 정적을 만들어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이현준이 보여준 창작발레 <춘향>의 해후 파드되는 역시나 아련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로 눈길을 끌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이방인이 표현할 수 없는 우리의 감성은 앞선 <백조의 호수>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미국 조프리발레단을 설립한 현대 무용가 제럴드 알피노가 안무한 신고전주의발레 <루쓰, 리코디 두 퍼 두에>는 최지원과 이동탁의 듀엣으로,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감정의 경계선을 아름다운 신체 언어로 풀어내고자 한 작품이다. 본 발레단의 솔리스트와 수석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두 사람의 무대 역시 뛰어났고, 서정적인 음악과 최지원의 가늘고 긴 신체라인이 롱드레스의 휘날림과 더해져 몽환적이었으나 다른 팀보다 정교한 합이 부족했다. 더불어 롱드레스가 환상성을 더하기는 했으나 반면에 움직임을 방해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강효정과 제이슨 라일리의 격정적인 감정 연기를 담은 <오네긴>은 엇갈린 사랑의 회한을 드라마틱하게 그렸다. 특히 강효정의 감정 연기가 뛰어났기에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날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돈키호테> 3막 그랑 파드되에서는 파드되 뿐만 아니라 최영규와 홍향기가 번갈아 선보이는 뛰어난 테크닉의 솔로 바리에이션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영규의 탄력 넘치는 점프, 홍향기의 날카롭고 정확한 회전은 그 역동성과 활력으로 생명력이 넘쳤다. 

 

   전체를 아울러 <스페셜 갈라> 공연은 발레스타들의 환상적이고 흡입력 있는 장면들로 관객을 매혹시켰고, 세계적인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감성을 느끼게 했다. 특색 있게 각각의 무용수들이 그들의 개성을 드러낸 현장이었으며 ‘설립자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는 의도에 맞게 설립자가 꿈꿨던 바, 한국 발레의 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세계화라는 정체성을 잘 드러냈다. “천상의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예천미지(藝天美地)의 정신 역시도...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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