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古典)은 그 책이 쓰인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며 꾸준히 읽히는 책을 말한다. 이는 고전에 나타난 서사구조나 인물의 성격, 주제의식 등이 시대정신과 맞물려 심미성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가치를 드러낸다. 특히 한국에서 판소리계 소설은 민족문화의 여러 원형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고전으로 의미를 지니는데 현대에서는 원소스멀티유즈의 원천으로 지속적으로 모티브로 수용되는 점에서도 새로운 전형적 의미를 만든다.
2019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공연된 라만무용단의 <新청 랩소디>(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020.2.14.-15)는 심청전을 모티브로 하면서 여기에 생명에 대한 본질적 고민을 교차적으로 투영하여 실존적 의미를 깊이 있게 풀고자 한 작품이다. 전체적인 흐름은 존재론적 심리의 병리적 양상을 어두운 정조(情操)로 풀어내면서 ‘메멘토 모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표현한 점에서 작품의 명확한 의식을 전해준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책 속의 심청과 현실의 심청 그리고 무대의 심청에 대한 변별적 묘사 혹은 무대에 등장한 작가의 개성적 역할과 표현이 두드러지지 않다보니 무엇을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하는지 주제의식이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이는 심청전의 리얼리즘에 대한 그대로의 반영과 현대사회에 대한 직시적 수용이 아닌 이면적 주제의 새로운 인식이 있었으면 질감이 달라지고 관객을 흡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 그러하다.
전체적으로 음악이나 연출, 안무는 완성도가 있었다. 음악은 이 작품이 댄스드라마로 느껴질 만큼 상황에 대한 묘사가 움직임과 조화를 이루었다. 또한 2인무, 군무는 잔잔하게 흐름에 몰두하면서 갈등적 양상에 대한 유동적 표현으로 몰입감을 주었고, 여러 색다른 표현 방식을 통해 확장적 볼거리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공들인 작품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글_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라만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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