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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020.03.31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공연 1 - 관객 없는 공연 생중계 시나브로 가슴에 <Hit & Run>




 

  지난 3월 6일(금) 시나브로 가슴에의 신작 <Hit & Run>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 공연을 끝으로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무용 부문 선정작 일곱 편이 모두 무대에 올려졌다.


  그러나 앞서 여섯 편의 공연과 달리 <Hit & Run>은 6일과 7일 이틀간 공연될 예정이었던 것과 달리 6일 하루만, 그것도 무관객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관객들은 공연장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포털사이트 네이버 TV가 생중계해주는 공연을 모니터 앞에서 감상해야 했다.


  네이버에서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연 홍보를 위해 제작한 안무가 및 무용수들의 인터뷰 영상을 틀어주며 중계를 기다리는 동안 시청자 관객들이 공연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더 접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평소의 관극대로였다면 공연장 무대에서 안무가와 무용수들을 만났을 관객들은 비록 짧은 시간 동안 일방향으로 전달된 영상이라는 한계가 있긴 했지만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Hit & Run>이라는 제목은 야구 경기에서 수행하는 작전명에서 따온 것으로, 누상에 나간 주자는 타자가 공을 치는 것과 동시에 다음 루를 향해 달려야 하며, 타자는 치기 좋은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공을 쳐서 출루를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주자가 아웃되지 않고 무사히 진루할 수 있다. 야구의 대표적인 작전명이기도 하거니와, ‘Hit & Run’은 복잡한 규칙과 수많은 작전으로 이루어진 야구 경기를 간단히 압축한 표현이기도 하다. 야구는 치고(Hit) 달리지(Run) 않으면 경기가 성립되지 않으며, 선수들은 9회 동안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히기 전에 최대한 많이 치고 달려 최대한 많은 점수를 뽑아내야 한다.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한 작품은 많다. 이 작품에서도 야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인생에 가 닿는다. 안무를 맡은 안지형은 야구는 ‘99%의 아웃 확률에서도 1%의 세이프 확률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것이며, 이렇듯 죽지 않기 위해 몸을 내던지거나 살기 위해 전력질주 하는 것이 인생과 매우 닮아 있다고 말한다.


  공연은 똑같은 흰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 안무와 출연을 겸하는 안지형 외에 권혁, 김소연, 김혜진, 문수주, 변혜림, 이학, 임희종까지 총 여덟 명이 똑같이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야구 경기가 시작되기 전 가벼운 캐치업을 하며 몸을 푸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하고 0:0의 팽팽하고 지루한 경기를 겨우 이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무용수들은 무대 한쪽에 몰려 선 채 무릎을 구부려 몸을 앞으로 기울이거나 팔을 들어 올려 앞으로 던지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제한된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계속한다. 이 움직임이 언제까지 계속되는 건지, 모니터에 몰두한 시청자 관객들의 몸이 긴장감으로 서서히 굳어갈 무렵 무용수들은 대형을 바꾸고 위치를 이동해 다른 움직임을 이어간다. 움직임은 점증적으로 커지고 사용하는 무대 공간도 점점 넓어진다. 하지만 50여 분의 공연 시간 동안 무용수들은 공을 던질 듯 던지지 않고, 달릴 듯 달리지 않으며 보는 이들의 애를 태운다. 경기는 단 한 명의 타자도 누상에 나가지 못한 퍼펙트게임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관객들이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싸인 채, 공연이 거의 끝날 무렵에 이르러서야 투수는 투구를 하고 타자는 그 공을 받아친다. 물론 무대 위에 공이나 글러브, 배트 같은 것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퍼펙트게임이 되려다 만, 아마 이대로 경기가 끝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일 9회 말 투 아웃의 순간에 마지막 공을 쳐내며 점수를 내는 극적인 경기를 무용수들은 오로지 움직임만으로 구현해낸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틱한 승리는 공연 시간의 대부분을 지배한,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고요하고 반복적인 움직임이 쌓여 이뤄낸 것이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공연이었기에 카메라는 멀찌감치 객석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클로즈업해 그들의 표정이나, 동작이 이뤄질 때 주된 움직임을 수행하는 부위(팔이나 다리), 컨택으로 만들어내는 호흡 같은 것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객석에 앉아 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공연장의 경험과는 다른 즐거움을 전달해주는 것은 분명 공연 중계의 장점이었다.



 

  반면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시선에 맞춰 공연을 봐야 하는 시청자 관객들은 스스로의 의지에 따른 감상이 아닌,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수동적인 위치에 놓인다. 모니터 앞에서 주의력이 분산되기 쉬운 관객들을 집중시키려는 전략이었는지는 몰라도 무용수들의 실제 움직임에 비해 카메라 워크는 매우 역동적이었는데, 이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무대와는 어떤 조화를 이루어내는지 확인할 수 없는 난점을 만들어냈다. 가령 무용수들이 무대 한쪽 공간에만 몰려 있을 경우 전체 무대에서 발생하는 여백은 무용수들의 제한적인 움직임과 어떻게 공명하는지, 점증해가는 움직임은 또 어떻게 무대를 장악해가며 공간의 흐름을 바꿔놓는지 같은 것을 전혀 볼 수 없어 절반의 감상으로 그치는 결과가 되었다.


  비록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외부 요인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지난해 창작산실 공연이라는 사업의 성격이 공연 시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닌 무관객 공연으로 예정된 날짜에 강행하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지만, 공연장이 아니라 모니터 앞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스트리밍 또는 재생 방식은 앞으로 관객들의 공연 관람 태도는 물론 공연 제작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창작자들은 모니터 앞에서 언제든 공연 밖으로 이탈할 수 있는 관객들의 주의력을 어떻게 공연에 집중시킬 것인가라는 전달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생겼다. 메시지는 보다 이해가 쉬워지도록 단순해지고, 전달 방식은 보다 강도 높고 자극적인 방식이 채택될 것이며, 주의력 분산을 막기 위해 공연의 템포 역시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는 공연의 주제 선정과 표현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와 지금까지 제작된 공연과 다른 성격, 다른 방향의 공연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Hit & Run>의 경우 창작지원금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의 지원금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창작산실 공연이었기에 제작비 대부분을 지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이틀간 예정되었던 공연에서 기대했던 티켓 수익이 사라져 이 부분은 손해로 남았다. 중계 공연이 관객들과 만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정착되었을 때 티켓 수익에 대한 부분을 창작자나 제작자들에게 어떻게 돌려주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연예술계에서 해야 할 고민이 한 가지 더 늘게 되었다.


글_윤단우(무용칼럼니스트)

사진제공_시나브로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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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사람들 _ 편집주간 최해리 / 편집장 장지원 / 부편집장 윤단우 / 편집자문 김호연, 이희나, 장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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