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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020.03.31
열전다운 열전이 보고 싶었던 무대- 차세대 열전 2019!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차세대 예술가 지원 사업을 통해 1년간 창작지원금, 전문가 멘토링, 워크숍 등을 지원받은 만 35세 이하의 창작가들이 완성품을 선보이는 무대가 ‘차세대 열전 2019!’라는 타이틀로 무용분야는 2월 1~16일 사이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졌다. 한국 춤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란 의미에 부합하기 위해 기존 아야프(AYAF)를 개편하여 2016년부터 매년 시행된 이 사업은 만35세 이하 즉 신진 안무가들에게만 열려있는 등용문으로 시스템적 지원 장치이다. 필자는 6명의 공연 중 박명훈, 김건중, 송송희, 권예진 4인의 공연을 관람했다. 더블빌로 진행되었던 이 4작품의 공통점은 개개인의 사유, 신체에 대한 인식, 나름의 움직임 어휘 개발에 주목할 수 있었고, 사업의 취지는 파악 가능했으나 아쉬운 점은 자신들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충실해 공연의 완성도를 성취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명훈의 <WAVEWAVEWAVE>는 실내수영장이라는 특정 공간, 그곳에 맞는 움직임에 대한 선입견의 재조명에 중점을 두었다. 야광색 수영복을 입은 무용수들(한지수, 이우성, 김아연, 박명훈)은 안무가가 의도했듯이 수중에서만 들리는 파동, 타일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 부력과 저항 등 실내에 존재하는 섬으로서의 수영장 속 움직임에 주력했다. 배반의 장미 노래, 무음악, 물속에서 날 듯한 소리 등 청각적 자극의 연출에 신경 쓴 모습이 차별화를 이뤘다. 또한 움직임 측면에서는 웨이브와 수영 동작, 호흡의 앙상블을 이루며 수영동작을 차용해 갖가지 장면이 이뤄졌다. 그의 경력이나 안무력에 비해 다소 평이한 구성이나 예측가능한 전개가 차후 보완해야 할 부분이었다. 




   <원래 다 원래>를 안무한 김건중은 전 국립현대무용단원이자, 안애순 안무작 다수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획일화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원래’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 질문에 근거를 두고 3명의 무용수들(강요섭, 김지민, 박한결)은 김건중이 제시하는 텍스트에 반응하며 단순한 움직임으로 30분을 이끌어갔다. “원래 다 그래”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만의 고유한 몸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관객의 참여, 펠든 크라이스의 자기인지처럼 스스로 무용수의 몸을 느끼게 만들기, 수화를 수반한 색다른 배려 등이 돋보였다. 하지만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Procrustean bed)에서 벗어나기를 표현하기에는 그 의미보다 외연의 형식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았다.




   송송희의 <자연스럽게>는 나무의 삶과 과거, 미래에 대한 사색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서정적으로 풀어나간 작품이었다. 자연의 관찰자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에 깃드는 과정을 동화된 몸으로 그려내고자 했기에, 그 의도는 알 수 있었으나 특별한 임팩트가 없었기에 밀도가 떨어졌다. 상수에서는 연주자가 음악 믹싱 및 연주를 했고 김보람과 송송희가 느린 움직임으로 나무와 신체의 접합점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머리에 꽂은 나무비녀, 자연의 소리, 엮이고 풀리는 움직임 어휘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편안하게 그린 점은 주제를 부각시키기에 적절했으나 지루하지 않도록 포인트를 주는 작업도 필요했다.




   권예진의 <And inside there is nothing but a heart>는 다른 사물, 존재와의 만남으로 인해 발전·변형되어지는 움직임과 그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 사물들과의 관계성을 색다르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다뤘다. 전시와 공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공연은 무대에 몇 개의 설치물이 놓여있고, 초반 검은 솜옷을 입은 권예진과 이상훈이 풍선, 작은 공 등 여러 사물을 사용하며 움직임을 보이다가 후반부 솜옷을 벗고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혹은 셀로판지 같은 의상을 입고 코믹한 장면들을 만들기도 했다. 색다른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신체의 왜곡, 스크린 영상, ASMR, 독특한 오브제의 사용, 개성 있는 움직임 어휘 등이 인상적이었으나 공동창작자이며 무용수로 참여한 Lyoudmila Milanova의 역할이 모호했고 전체적으로 핵심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다음세대를 견인할 인재를 키워내는 작업이 중요한 만큼 한국 예술창작아카데미의 ‘차세대열전’은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특히 단순 재정지원을 넘어 1년 동안 작품 소재 개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멘토링, 워크샵 등을 통한 단계적 인큐베이션 시스템이기에 작품에 대한 무용계의 기대도 크다. 따라서 이번 무대를 통해 작가주의적 완성도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 뚜렷한 주제의식과 색깔이 보고 싶은 무대였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제공 / ⓒ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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