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무용분야 8편 중 하나인 미나유 안무의 <Body Rock>이 2.19~ 2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있었다. 삶과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각으로 작업해오던 안무자는 이번에도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움직이는 DJ무용수와 마이크를 사용하는 무용수들과 사운드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운율과 다양한 비트 속에서 무용수가 몸으로 연주하는 Body Rock을 의도했기에 그러한 이미지는 상상력을 자극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하수에 나무블록처럼 쌓인 오브제가 놓여있고 불규칙한 패턴으로 이동하고 움직이는 무용수들은 걷기와 정지를 통해 규칙적 박자에 맞춰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다가 블록에 올라가 샹송 같은 감미로운 노래에 맞춰 엉키고 풀리며 다양한 방식으로 블록을 변헝시켜 구조를 만들며 유럽풍의 감성을 전달했다. 이것은 이들이 모여 변화하는 환경, 심리적 관계에 대한 내면적 상황들을 그려낸 부분이었다. 이후 살색 서포트에 바바리 코트를 걸친 김성훈은 긴 끈을 끌고나와 마치 뱀과 함께 춤추듯 같이 움직였다. 때로는 휘날리는 바바리 자락과 끈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가르는데, 섬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끈이 살아 숨쉬듯 조화를 이루며 훌륭한 그림을 완성했다. 쇠창살 같은 바닥조명에 김성훈과 타인의 이인무는 마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훈련시키듯 은유적으로 춤추며 그들의 기량을 과시했다.
뒤이은 다른 두 남성은 사다리처럼 보이는 철제 구조물을 들고 나와 누군가를 고립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는데 그 춤은 매우 역동적이었다. 뛰어난 무용수인 이인수는 녹색 테두리 조명에 진지하게 알 수 없는 읊조림 속에서 춤추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뒤이어 실제 라이브로 음악을 기계로 연주하는 무용수와 마이크 들고 말하며 춤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피나 바우쉬 작품과 유사했다. 연주자와 세명의 무용수들과의 교류, 김성훈과 관객들과의 교류는 일반적이나 분위기를 전환시켰고, 머리에 두건 쓴 무용수들이 절뚝거리거나 불안하게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은 마치 난민들을 연상시키기도 하면서 삶의 진정성을 담아냈다. 이때의 움직임 어휘와 이국적 음악의 사용은 다소 LDP 무용단의 이미지도 있었는데 아마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수였던 안무자의 영향력이 여기에도 미친 때문이라 생각되었다. 마지막 그들은 뒤돌아 들어가며 끝을 맺었고 초중반의 강렬함에 비해 평이한 엔딩이었다.
몸의 연주인만큼 무용수들의 기량(김성훈, 김동일, 김지형, 손나예, 성스런, 이인수, 임종경, 정건, 차상원)은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Rock이라는 음악적 장르가 담은 인상을 뛰어난 기량의 무용수들과 심플하면서도 주제를 살린 오브제들의 조화, 이국적인 음악과 현장성을 담은 연주로 연출한 점은 대극장 무대에 적절했다. 그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피나 바우쉬 작품의 느낌을 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곳곳에 나타나는 이미지가 그랬다. 아마도 연출적인 측면과 오롯이 실험적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색다르고 다채로운 장면 장면들 때문이리라.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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