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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020.04.30
한영숙 춤정신의 인식과 동시대의 수용 양상 - <한영숙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춤축제>



  한국에서 근대는 여러 담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시기다. 이는 외국의 문명과 자생적 변혁의 정반합이 이루어지며 다양한 변용 속에서 근대 의식이 싹텄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의 측면에서는 서양의 여러 예술 장르가 들어오면서 미적 근대성이 형성되는데, 이는 새것에 대한 탐닉만이 아닌 전통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원형이 재정립되는 등 여러 고민이 함께 이루어진다.


  무용에서 그러한 행위의 대표적인 인물로 한성준을 들 수 있다. 그는 흩어져있던 전통춤의 여러 정수(精髓)를 토대로 우리 춤을 재정립하였고, 이것이 동시대 원형으로 자리를 잡음과 동시에 이를 무대공연예술로 이끌며 문화의 고유성을 창조해낸다. 이러한 한성준의 예맥을 이은 인물로 한영숙이 있다. 그는 한성준의 일가라는 점에서 한성준의 정신을 잇는 적자이면서 한성준에 의해 나열된 전통춤의 내실을 다졌다는 측면에서 공이 크다.


  이런 한영숙 탄생 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춤행사가 펼쳐졌다(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020.4.22.,24). 행사는 3일에 걸쳐 첫날은 ‘한영숙춤의 맥’이란 제목으로 한영숙류 전통춤 공연이, 둘째 날은 기념 학술대회, 셋째 날은 ‘한영숙춤의 재창조와 맥잇기’라는 주제로 전승과 변용에 관한 공연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졌다. 이 글에서는 이틀에 걸친 공연을 개괄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그의 춤 정신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첫 날 공연된 춤인 ‘승무’, ‘학무’, ‘태평무’, ‘살풀이춤’은 한영숙을 대표하는 춤임과 동시에 한국 전통춤의 상징성을 띠는 춤들이다. 이 춤들의 연원은 경기도당굿에 두지만 무대공연예술로 수용되면서 생명력을 얻었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춤들이다. 그러다 보니 춤 속에는 민속적 요소와 예술적 표현이 조화로움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호방함이 느껴지면서도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담백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는 한성준에 의해 완성된 얼개가 한영숙에 의해 정제되면서 춤 정신을 새롭게 다진 모습이다. 이러한 형태는 한영숙 춤의 특질인 진중함이 그대로 표현되면서 구도적 신채(神彩)로 나아간 면모이다. 이것이 지루하게도 느껴질 수 있으면서도 강인함과 유연함의 극단이 아닌 조화 속에서 춤꾼이나 관객을 물아일체의 분위기로 이끈다. 이 날 공연에서도 정승희, 이애주, 박재희, 복미경의 몸짓 속에서 그러한 모습이 더욱 배가 되어 구현되었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김숙자의 살풀이춤과 함께 <숨-푸리>, <가인여옥>, <오방북놀이> 등의 전통에 바탕을 둔 새로운 형식의 춤들이 관객과 소통하였다. 이 춤들은 한영숙의 춤정신을 바탕에 두면서도 김매자, 박재희, 이애주의 춤 정신이 덧대어져 한영숙 춤의 동시대적 확장성을 보여주었다. <숨-푸리>에서 드러난 산조와 형이상학적 표징의 매듭과 풀림, 부채입춤 형식의 <가인여옥>에서는 절제와 산뜻함 그리고 <오방북놀이>에서는 우주 질서의 철학적 인식 속 난장의 구조적 서사 등의 형태가 한영숙 춤이 정체되어 있지 않고, 시대적 흐름에 따라 새롭게 원형이 표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한영숙 탄생 100주년 기념 춤축제, <한영숙춤, 역사 그리고 창조>는 한영숙 춤을 재음미하면서도 제자들이 어떻게 수용하여 개성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준 무대로 의미를 지닐 것이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조금은 제한된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같은 시기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거나 인터넷 중계로 이루어진데 반해 이 공연은 시기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조금은 잠잠한 시국으로 인해 다행히 관객과 면대면으로 소통하였다. 그럼에도 시국 영향 때문이겠지만 한국춤의 상징적 존재의 100주년 공연임에도 대중 혹은 무용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시국으로 인해 조용하게 치룰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 등 여러 고민이 있었겠지만 많은 이들이 한영숙 탄생 100주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앞서 이유와 궤를 같이 하겠지만 행사가 축소되면서 명인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깊이가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여러 가능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점도 존재하였다. 이런 몇몇 아쉬움이 존재하였음에도 이 행사는 한영숙 춤정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전승 양상의 방향성을 다지는 작은 모멘텀으로,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이은주(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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