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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020.05.31
몸의 아카이브를 구현하다- 모다페 초이스 중 안애순 Project의 <Time Square>

  


  

  올해도 어김없이 대표적인 현대무용축제인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 MODAFE)가 아르코대극장과 소극장 주변에서 5월 14~29일에 걸쳐 열렸다. 제39회를 맞은 모다페의 모토는 ‘Little Heroes, Come together’로, 이번 해 첫 (사)한국현대무용협회 회장을 맡은 이해준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변화된 환경 속에서 국제 무용단체들의 참여 없이 국내무용단체로 구성했다. 또한 ‘거리두기 객석제’와 ‘전작품 온라인 생중계’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고, 매년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된 MODAFE OFF STAGE는 모다페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MODAFE Challenge’로 진행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큰 무리 없이 대회를 마쳤다. 특히 이번 모토처럼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시민들과 예술인들을 작은 영웅으로 상정한 그 의미가 부각되며 화려함보다는 내실에 기한 부분에 주목해야 했다.


  모다페 초이스 작품 중 안애순 Project의 <Time Square>(5월 15~16일, 아르코 대극장)는 안무가 개인의 20년간의 발자취를 살펴보는 뜻깊은 자리인 동시에 뛰어난 무용가들의 개성 있는 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무대이기도 했다. 안애순 안무가는 지금까지 안애순 무용단이 창단 된 1985년 이래 완성도 높고 규모가 큰 현대무용 작업은 물론, 현대무용과 전통무용의 만남, 무용과 음악, 영상 등 타 장르와의 실험적인 협업, 해외와의 공동제작을 통해 대담하고 새로운 시도의 선두에 있어왔다. 또한, 무용단 활동을 통해 한국의 현대무용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수의 무용수를 배출함으로써, 한국 현대무용계의 새로운 주역들을 발굴, 성장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지금까지 배출한 무용수들이 참여한 몸의 기억들은 이번 작품에서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안애순 Project의 <Time Square>는 안무가 안애순이 걸어온 발자취를 시간과 공간이 날실과 씨실로 맞물리듯 정교하게 직조했다. 한국 현대무용계에 컨템포러리댄스의 전형을 보여주며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그녀가 지난 20년간 작품 안에서 발생되었던 움직임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다룬 작업이기에 시간의 의미는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작품의 주제는 느닷없이 마주한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속에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시간성에 주목했다. 급변하는 상황을 마주한 현대인들이 절대적인 삶에 갇혀서 살지 말고 그 안에서 우리의 주관적 시간성을 찾으라는 일종의 경고로도 느껴졌다.



                

                            

  실상 <Time Square>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심플하며 단순한 구조이나 그녀가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중 무용수들에 의해 선별, 몸에 아카이빙 된 움직임으로 호출된 장면들은 자연스러웠다 일부러 조작된 움직임들이 아니라 무용수들이 자신의 몸으로 기억하는 재료들의 수집·나열·편집·재구성은 재연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현장이었다. 전체가 오픈된 확장된 무대에서 위 아래로 교차되는 바턴들은 시간의 흐름을 은유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드러냈고, 각자의 색깔이 담긴 움직임으로 공간 곳곳을 채운 16명의 무용수들(강요섭, 강진안, 김건중, 김보라, 김민진, 김지민, 김호연, 배지선, 임정하, 정윤정, 조형준, 지경민, 최민선, 최혜경, 한상률, 허효선)은 안무자에 대한 오마주로서 자신의 춤을 사용했다.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이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한 측면이 강했고 디제이소울스케이프의 음악도 낯설기에 인상적이었다.




                                                


  오르골 음악에 마치 인형처럼 분절된 독특한 움직임을 보이는 무용수를 포함해 이후 등장한 무용수들은 안애순 특유의 춤어휘를 보였고 몽환적인 음악은 이미지를 시각화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비정형성이 특징인 그녀의 춤은 과거부터 비교적 최근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장면 곳곳을 채웠고, 서로의 연결고리 없이 움직이는듯 하나 전체적인 통일성을 살리는 구조는 여백의 미를 살리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흰플로어 위에 무용수들이 검은 플로어를 깔거나 테이핑을 하는 작업은 시간의 중첩을 나타내고 있었다. 계속해서 바뀌는 영상들도 감각적이었고, 배지선, 최혜경, 한상률, 허효선 등 여성무용수들의 에너지는 남성무용수들에게 뒤지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후반부 백드롭에 무용수들이 움직이는 영상이 뒤섞여 비춰지고 마지막 원형으로 돌아가는 무대 위의 정지된 무용수들, 객석을 비추는 불빛이 안무자의 과거, 회귀하는 현재, 앞으로의 미래를 그 안에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 광장 안에서 숨쉬는 우리는 무용수들의 몸의 아카이브를 관람하는 관찰자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혼재된 시간 속의 시간 여행자이기도 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모다페 (©한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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