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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_

2015년 4월
2015.04.28
한국무용제전 ‘아리랑 아홉 고개’의 경연작품


 한국춤협회(회장 백현순)의 전신은 한국무용연구회다. 경희대 부임 첫 해인 1982년, 연구회창립 1주년 기념공연인 <춤, 그 신명(神明)>을 국립극장에서 본 것이 기억난다. 1985년에 시작된 ‘한국무용제전’이 올해 29회를 맞았다. 금년의 주제는 ‘아리랑 아홉 고개’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품은 민요로 알려진 아리랑을 소재로 만든 9개 작품을 통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나눠보고자 했다는 것이 기획의도다. 30분 작품 3개씩 사흘에 걸쳐 아홉 고개를 넘듯 숨 가쁜 경연을 펼친 3일간(4.4~4.8, 아르코대극장) 나는 꼬박 객석을 지켰다.


 마지막 날 두 번째 공연된 윤덕경 무용단의 <싸이클-아리랑과 베사메무쵸>가 내게는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베사메무쵸의 애잔한 가락에 맞춰 한국춤사위가 펼쳐진다. 한국춤은 역시 팔의 춤이다. 커다란 원을 그리며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하트모양을 만드는 동작이 반복된다. “내게 키스해주세요/ 그대를 잃을까 두려워요/ 그대 눈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싶고/ 매일 그대 곁에 있고 싶어요…” 베사메무쵸의 노랫말은 밀양아리랑으로 이어진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정든 님 오시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벙긋/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춤사위는 현대적이다. 가사 뿐 아니라 멕시코 가락이 우리 춤사위에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마도 양국의 정서가 유사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외세에 의한 지배를 경함한 우리 역사와 오랫동안의 스페인 지배로부터 벗어난 후 정치적 혁명을 거쳐 민주국가로 탄생한 멕시코역사, 30%에 달하는 아시안 계 원주민들이 쌓아놓은 문화적 유산의 공통점에 윤덕경은 주목한다.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가곡 속에 이러한 정서가 표현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7명 여성무용수들의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춤사위가 안무의도를 격조 있게 표현한 작품이었다.


 김기화 무용단의 <독도며느리>는 해방 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감한 현안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독도와 위안부문제를 소재로 삼았다는 면에서 제전의 주제와 가장 근접한 작품이었다. 고전적인 무용극형식을 빌어 스토리전개에 치중한 무대는 참신성이 떨어지지만 낮게 나는 바닷새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템포가 빠른 여인들의 녹색 춤사위를 통해 서정적인 춤 세상을 보여주었다. 한민족의 생성과 창조신으로 전해 내려오는 마고의 전설을 독도지킴 며느리로 대입시킨 대본(김장운)은 창의성이 있었고 중국국적의 우맹이 유일한 남성무용수로 출연했다. 마고를 중심으로 한 13명의 여성무용수는 핍박받은 이 땅의 여인들인 동시에 대대손손 독도를 지켜갈 아들들의 어머니일 것이다. 일본식 양산을 쓴 1명의 남성무용수를 등장시켜 여인들과의 대결구

도를 보여준 무대에도 긴장감이 있었다.




 김남용 무용단의 <진달래꽃>은 시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이별을 노래한 소월시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 무용제전의 주제와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만 작품만으로 볼 때는 완성도가 가장 높다. 흰 옷을 입은 여인의 솔로로 춤은 시작된다. 한 켤레 구두가 무대 가운데 놓여 있다. 여인은 구두를 품에 안는다. 솔로는 또 다른 솔로로 이어지고 여인들의 군무가 뒤따른다. 하얀 한지 위에 그려진 한 폭의 수묵화 같다고 할까. 수줍음과 호기심을 가득 품은 청초한 여인의 자태가 한국 춤의 아름다움을 피어나게 한 무대 위에 빨간 색 꽃비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소월 시 구절을 형상화한 피날레가 강열한 인상을 남겨준 작품이었다.


 성재형 SSUM 무용단의 <그립고 그리운 아리랑>은 전통적인 아리랑 가락을 살풀이춤에 연결시켜본 고전적 작품이다. 액을 쫓고 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어머니의 마음을 흰 옷의 솔로와 군무로 표현한 안무가 깨끗했다. 친근한 곡조이면서 가사 속에 애틋한 사랑을 숨기고 있는 아리랑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가 제전의 주제와 일치했으나 깊이를 담아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 밖의 작품들 중 <바라기Ⅳ>는 주제와 춤‧음악 등 구성요소 간의 부조화가 눈에 뜨였고 <the Witches>는 70~80년대 현대무용을 재현한 것 같아 진부한 느낌을 주었다. 민감한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어 거슬리는 작품 <와락>, 한겨울이 되어야 알 수 있는 송백의 기개처럼 올곧은 조선 선비의 풍모라기보다 중국풍의 무인도가 느껴진 <세한도>, 거친 언어가 귀에 거슬리는 <Calling> 등은 제전의 주제와 거리가 먼 작품들이었다.



글_ 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사진_한국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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