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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016.12.30
고전을 넘어서는 도전 - 유빈댄스 정기공연 〈맥베스〉

 고전을 무대에 올리는 일은 부담이 크고 결실이 빈약해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은 고혹한 작업이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공연을 만드는 이들에게 언젠가 한 번은 꼭 오르고 싶은 산임이 분명하다. 국내에서만도 한 해에 수 편의 셰익스피어 무대를 만나게 되고, 이제 관객들도 원작의 서사를 벗어나 공연의 해석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예컨대 맥베스와 그의 부인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인물로서보다도 연출자의 해석이 낳은 또 하나의 캐릭터로 되살아나고 있다. 동시대인들에게 햄릿보다 더 친근해진 인물은 맥베스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투영하여 맥베스 왕이 아닌 인간 맥베스로, 거칠고 야욕에 찬 모습이 아닌 그의 심약한 갈등을 파헤쳐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번뇌 속에서 동시대인과 교감할 수 있는 면면을 발견한다. 이나현이 안무와 연출을 맡은 유빈 댄스의 <맥베스>(12.4,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가 공략한 것도 바로 이와 유사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공연만의 특징이랄 수 있는 춤의 질감과 빛깔에서 색다른 희열을 느끼고 싶었으나 아쉬움이 많았다.


 ‘창작의도’에서 밝힌 바로는, 서사의 흐름보다는 맥베스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춰 표현했다고 했지만, 초반에는 서사를 촘촘히 따라가며 무용극과 표현무용을 오갔다. 자막으로 장면을 설명하고 마녀들의 분장은 캐릭터를 명확히 보여주려 애썼다. 음악과 조명도 텍스트에 동조하며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고 갈등을 표현하는 2인무가 지속해서 이어지는데, 반복적인 동작이 다소 지루해지면서 작품의 의도도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동작의 변화가 다양하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무용수들의 에너지 강약 조절이 잘 안되었다. 맥베스의 캐릭터도 잘 잡히지 않았다. 헤카테의 등장은 맥베스의 에너지를 압도했다. 그녀의 의상과 분장이 보여주는 도발적인 이미지는 색다른 기운으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차분하고 안정된 공연임에도 장면들이 불균형하다. 자막을 활용하려면 시작 부분을 좀 추상화시켜도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좀 더 극적으로 공연을 끌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휑하게 뚫린 하늘 극장의 무대는 흰색 시트만 깔려있고 무대 변화는 이 시트를 벗겨내는 것 그 이상은 없었다. 오로지 춤으로만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그래서 더더욱 기대가 컸었다. 물론 아름답고 열정적인 춤이 많이 있었다. 공연의 방향이 좀 더 일관성 있게 다듬어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러한 공연에 대해서는 개괄적인 공연평보다는 밀착한 안무 비평이 필요하다. 안무비평은 필자의 영역 밖의 일이나 한 가지만 짚자면, 문학 텍스트를 무용으로 만드는 경우에는 서사를 촘촘히 육화시키고 그다음 단계에서 연출적 해석을 부여하여 리듬을 만들어야 하기에 절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서사를 소홀히 하고 메시지만 던진다면 왜 맥베스여야 하는지를 묻게 되고 그 답은 ‘세 마녀가 나와서’가 될 것이다. 이 공연은 전반부에 지나치게 서사를 꼼꼼히 분석했으나 리듬을 만들지 못했고, 후반부에는 서사의 분석이 부족한 상태에서 몰아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이 공연의 의미는 크다, 동시대 현대무용이 갈망하는 새로운 제안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이 시점에 고전의 산을 넘는 일은 뜻밖의 열정이며, 신실한 분석과 표현은 이 공연만의 특별한 가치를 짚어보게 한다.


글_ 서지영(공연평론가, 드라마투르기)
사진_ 유빈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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