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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_

2018년 5월
2018.06.18
연출력에 비해 동화적 구현에 그쳤던 -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 〈헨젤과 그레텔〉





 로열 발레단,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단, 버밍엄 로열 발레단과 함께 영국 4대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이 5월 23~2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있었다. 이 작품은 그림형제의 동화를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크리스토퍼 햄슨(Christopher Hampson)이 현대발레로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엥겔베르트 훔퍼딩크(Engelbert Humperdinck)가 작곡한 동명의 유명 오페라 음악 위에 생기 있는 안무를 더했다. 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은 클래식 작품 외에 현대적인 작품까지 아우르며 혁신적인 안무가들과 작업도 병행했다. <헨젤과 그레텔>은 2013년 12월 글래스고의 씨어터 로열에서 초연되었는데, 외국에서는 안무, 무용, 음악, 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수준을 입증하며 언론의 격찬을 받았고, 2016/17 시즌 동안에는 총 56회 공연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도 한다. 이번 내한공연은 1992년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부부의 방한과 함께 이루어졌던 첫 내한공연에 이어 무려 26년에 이뤄진 것인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 이 발레단과의 교류가 없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우리가 영국하면 로열 발레단만을 손꼽기도 하지만 그 기량 역시 뛰어나기 때문에 이에 기인한 듯하다. <헨젤과 그레텔>을 보면서 무대 미술적 측면에서는 감각적이었으나 외적인 체격조건이나 테크닉 측면에서는 역시 로열발레단이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국립발레단과 비교해도 우리의 무용수들이 더 우수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이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마을에서 부모님의 엄격한 보호 아래 집 안에서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며 서로 티격태격하는 남매 헨젤과 그레텔은 사라진 친구들을 찾으러 몰래 집을 빠져 나와 마법의 숲으로 들어간다. 이후 마녀를 만나 위험에 처하지만 이 둘은 기지를 발휘해 마녀를 물리치고 다른 아이들을 구하며 부모와 만나는 해피엔딩이다. 발레로 탄생된 작품에서 흥미진진한 모험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롤리팝, 형형색색의 달콤함이 가득 묻어나는 과자의 집, 신비로운 요정과 무시무시한 까마귀들, 반짝반짝 흩날리는 별모래, 실제는 마녀지만 신분을 감춘 초승달 여인과의 만남이 발레적 환상을 담아 동화처럼 펼쳐졌다.

 이러한 현대적인 각색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동 가능한 무대세트의 효율적 사용, 아름다운 색상과 화려함이 돋보였던 미장센이었다. 감각적인 미장센들과 까마귀로 분한 남성들의 춤은 재작년에 방한했던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유사한 느낌도 없지 않았으나 현실과 환상이 적절하게 조합된 전체적인 무대는 무용수들의 춤보다 더 깊이 각인되는 부분이었다. 두 주역무용수들은 캐릭터의 표현에 중점을 둬서인지 토슈즈를 신지 않아 안정되고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기는 했지만 발레의 테크닉을 감상하고자 한 관객들에게는 다소의 아쉬움을 주었다. 더불어 그림 형제의 원작 동화가 지니고 있던 일부 잔혹함이 순화되고 사실적인 움직임들이 더해지면서 친근감을 준 점은 대중성을 고려한 부분이었고, 안무가가 선호하는 동작이 턴인지 턴 동작이 다수를 이뤘다. 따라서 복합적인 움직임 구성이나 패턴,과장된 표현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부에서는 마지막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서 요리사와 메이드들의 군무가 피날레로 그나마 잔잔함에 활기를 더했다. 2부에서는 전체적으로 다양한 춤과 드라마틱한 전개, 무섭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마녀의 자연스러운 연기, 벽장 속에 갇혀있던 인형들의 분절적인 춤, 머리에 작은 모자를 쓰고 클래식 투투를 입은 6명의 코드 발레들의 아름다움이 1부에 비해 임팩트가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정서와 이국적 연출, 뛰어난 테크닉, 극적인 표현력을 보고자 했던 <헨젤과 그레텔>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로열발레단 이외에 또 다른 방향에서 감각적인 무대와 총체예술로서 발레 장르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 점은 눈여겨봐야 했다. 또한 동화적 환상의 구현, 새로운 레퍼토리의 개발과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한 관객과의 소통 등에 힘쓰는 모습 역시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_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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