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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_

2019년 1월
2019.02.21
여성의 몸에 대한 고정관념의 해체 - 허성임의 [ 넛크러셔(NUTCRUSHER) ]

확연한 색깔과 아우라로 시쳇말로 걸크러쉬를 보여주는 허성임 안무가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118~20일간 <넛크러셔(NUTCRUSHER)>공연을 펼쳤다.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이번 작품은 케이팝을 하는 여성은 왜 섹시함을 강요받고 보여주려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벨기에를 거쳐 세계 곳곳에서 공연활동을 해온 그녀는 늘상 여성 무용수, 동양계 이민자라는 고정관념과 아시아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순수, 섹시, 청순, 젊음의 이미지의 벽에 부딪쳐왔기에 이 작품을 통해 여성의 몸이 어떻게 상품화되고, 도구화되는지에 주목했다. 더불어 넛크러셔(호두 분쇄기)’라는 제목 때문에 궁금증을 증폭시킨 만큼 그녀는 <호두까기 인형> 발레를 보면서 왜 작품 속에선 발레리나는 언제나 깃털처럼 가볍고, 발레리노와 역할이 구분되어 있을까에 의문을 갖고 시작했음을 밝혔다.




사진제공_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옥상훈


  허성임을 비롯해 대만 무용가 옌칭린, 그리스 출신 마사 파사코폴로는 잠수복을 연상시키는 밀착된 검은색 수트와 검은 복면을 착용하고 반복되는 음악에 흔히 케이팝을 하는 여성들의 몸짓으로 상징되는 섹시한 포즈를 연출했다. 검은 복면은 얼굴을 가림으로서 개별적 인격이 아니라 여성을 대표하는 공적 이미지를 의도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장면은 검은색 수트를 벗고 빨강, 파랑, 노란색의 은박지 느낌의 역시나 밀착된 의상을 입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뒷모습으로 엉덩이 부분을 강조하다가 단순하게 한쪽 발을 옆으로 90도 각도로 접고 다른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으며 발을 구르는 듯한 움직임의 반복이었다. 이후 과격하게 머리를 흔들며 에너지를 분출하는 역동적 움직임이 보는 관객까지도 그 파동이 전달될 정도였다.



사진제공_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옥상훈

 

  이는 결국 여성의 몸을 외부의 제3자가 바라보는 몸’, 의도와 상관없이 보이는 몸’, 자신의 의도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몸으로 구분했던 안무자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사회학적 입장에서 페미니즘에 편중하기보다는 사회적 구성물로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대상화 되는지, 여성의 몸을 다른 각도에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한 또 다른 탐구의 여정이었다. 허성임은 작품 전반을 통해 익숙해져버리고 하나로 대상화된 여성의 모습과 함께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적 저항과 갈등, 자유의지까지를 담았다. 더불어 여성의 몸, 대상화, 조작의 순간을 다차원적으로 다루면서 반구조화된 안무를 통해 파괴와 해체가 가능한 열린 사회를 추구하고자 했다.

 

  <넛크러셔>를 통해 숨길 수 없는 분출력을 지니고 강한 에너지를 내뿜은 허성임은 이번에도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의 소유자임을 관객에게 각인시켰다. 또한 러프하면서도 심플한 움직임의 반복을 통해 잘 다음어진 구조에 저항하며 엔딩을 알 수 없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앞으로도 여성의 몸에 대한 그녀의 자각과 탐구의 새로운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암시했다.




 

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_한국문화예술위원회/옥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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