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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014.04.13
국립무용단과 테로 사리넨이 빚어낸 새로운 과거, <회오리(Vortex)>



 핀란드에서 온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국립무용단의 만남, <회오리 (Vortex)>가 오는 4월 16일 수요일부터 19일 금요일까지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공연은 국립무용단 창단 52년 이래 최초의 해외 안무가와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성주를 만나 이 특별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이번 공연 <회오리>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 본질적 근원으로부터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핀란드 무용가 테로 사리넨과 국립무용단의 협업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공연 <회오리>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초자연적 현상, 문화와 문화가 부딪히면서 한 데 어우러지는 과정을 담았다. 그 같은 충돌과 융합, 또 그로부터 새로운 것이 생성되는 에너지의 소용돌이가 바로 <회오리>인 것이다.


Q. 창단 이래 최초의 해외 무용가와의 협업이다. 이번 협업의 계기와 그를 통해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A. 사실 무용은 '협업'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 수 없는, 태생적으로 협업적인 장르이다. 일각에서는 국립무용단의 현대무용 공연이나 해외 안무가 초빙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우리의 춤을 이해하고 그 정신을 갖고 있는 이들이 춤을 추는 이상 춤에서 우리의 맛이, 우리의 뿌리가 지워질 수는 없다. 오히려 발레나 현대무용 전공자들과는 다른 독창성이 세계인들까지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립무용단이 앞으로 가야할 길은 무용극에서 나아가 국제화가 가능한 규모의 공연을 통해 작품 자체의 예술성과 관객들의 다양성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다.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는 그 같은 소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그 중에서도 안무가 테로 사리넨에게 러브콜을 보냈는데.
A. 테로 사리넨은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오가닉(Organic)한 춤을 추구하는 무용가이다. 하늘이나 천상을 향하고 몸에 가장 맞는 인위적인 각도를 유지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서양 춤과는 달리 하체에 무게중심을 두고, 무릎은 구부린 채 들숨으로 호흡을 멈추거나 순간적으로 날숨과 들숨을 연결하는 등 묵직한 호흡으로 땅을 지향하는 듯한 춤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이처럼 하체중심적인 춤은 오랜 훈련과 훌륭한 테크닉이 지구력에 기반한다. 기초 체력이 탄탄해야 하고, 그 폭발적인 에너지를 80분이라는 시간 동안 나누어 쓸 수 있는 훈련도 선행되어야 한다. 또 즉흥이나 신명이 엿보이는 안무 기법도 많다. 단원 송설은 “바닥을 누르고 흐르는 방향을 느끼라는 주문이 마치 우리 춤의 ‘덩실덩실’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라고도 하였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실현하는 국립무용단과 테로 사리넨, 그리고 비빙의 만남은 우리 춤이 가진 고유성과 그를 통한 세계와의 소통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를 다니며 공연 경험을 쌓은 테로도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의 테크닉에 감탄하며 굉장히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무용수들의 잠재적 능력을 끄집어내는 데 탁월하다. 무용수들이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일깨우면서 몸이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새로운 시도인 만큼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이지만, 그렇기에 이번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된다.




Q. 그가 외국인 안무가였기 때문에 파격적인 캐스팅이 이루어졌다고 들었다.
A. 테로 사리넨은 어떤 사전 정보나 선입견 없이 ‘좀 더 알고 싶은’ 무용수를 선발했고, 이번 공연에서는 인턴 단원인 박혜지가 주요 배역을 맡아 부수석 단원인 최진욱과 듀엣을 추게 되었다. 인턴 단원이지만 사실 매년 새롭게 배출되는 한국무용 전공자들과의 경쟁을 뚫고 4년째 인턴 선발 시험에서 떨어진 적이 없는 최고의 무용수다. 이번 공연을 통해 대성할 수 있는 무용수 한 명이 탄생해 뿌듯하다.


Q. 테로 사리넨의 안무, 국립무용단의 춤, 비빙의 음악, 미키 쿤투의 조명, 에리카 투루넨의 의상까지 볼거리가 풍성한 무대가 될 것 같다.

A. 그렇다. 국내에서보다 국제적 명성이 대단한 비빙이 무대 음악 전곡을 작곡하고, 라이브 연주로 무대 위에도 오른다. 국악기를 이용한 컨템퍼러리한 연주는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몸을 들썩이게 할 것이다. 또 미키 쿤트는 조명을 비추는 것을 넘어 조명을 디자인하는 이로, 이번 공연에서는 조명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표현한다. 또 흰색이나 검은색이 아닌 노란색의 댄스플로어 위에 비치는 조명은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창출해낼 것이다. 에리카 투루넨의 의상에서도 창의성이 엿보인다. 한복, 부채, 그리고 국악기 박에서 영감을 얻은 이번 의상은 접힌 부채 모양 의상 사이사이에 마이크를 부착하여 무용수들의 움직임 자체를 음악으로 빚어낼 수 있게 하였다.




Q. 관객들에게 이번 공연의 포인트를 하나만 짚어준다면?

A. 무용수들의 테크닉이다. 나는 아주 큰 자부심을 갖고 정단원 51명, 인턴단원 15명의 국립무용단 단원 중 어느 한 사람도 버릴 사람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다. 대극장 공연에서는 소극장 공연과 달리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무용수가 표현하는 감정이 모두 가 닿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춤추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동작소(춤사위)에 있어 자신만의 춤 세계가 분명한 테로와 한국무용 전문자들이 어우러지면서 국립무용단만이 해낼 수 있는 안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Q. 그렇다면 <회오리>의 안무에서 보이는 ‘우리 춤’의 요소는 무엇인가?

A. 자연스러움, 그리고 호흡이다. 상승적이고 상체지향적이며, 인위적으로 아름다운 각도를 유지해낼 때 아름답다고 말하는 서양 춤과 달리 우리 춤은 자연스러운 춤을 잘 춘다고 말한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춤,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보인다.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동화될 수 있을 것이다. 긴 호흡 역시 우리 춤의 특징이다. 박자에 맞추어 추는 춤이 아니라 박자 사이로 추는 춤, 박자 사이사이를 자의적으로 조정하여 박자를 “타는” 춤, 그에서 느껴지는 무용수와 음악의 일체감이 그간의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Q. <회오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A. 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심어졌으면 한다. 신체를 매체로 하는 춤을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여러 장르로 구분하여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 구시대적 관점에서 탈피해 이제는 당대의 춤이 무엇인지, 그 안에서 우리만이 갖고있는 춤은 무엇인지 물으며 ‘우리의 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를 위해서는 국립무용단도 무용계 내를 넘어 진정한 예술성을 갖춘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Q. 끝으로, <회오리>와 같은 공연을 통해 앞으로 더욱 새롭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국립무용단의 계획이 있다면.
A. 우선 이 자리를 맡으면서부터 시도해 온 것은 연습실 개방, 오픈스테이지이다. 국립무용단은 현재 홈페이지 신청자에 한해 매공연 연습 현장을 공개하고 있다. 케이팝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시작된 세계적 관심은 순수예술에로 이어질 것이고, 국립무용단이 그 국제적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국립무용단은 국가의 무용단이 아니라 “국민의 무용단”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번 공연 <회오리>와 같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다양한 문화 자산을 축적해 세계에 당당히 내보일 수 있는 우리의 것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국립무용단 <회오리 (Vortex)>
일시: 2014. 4. 16 (수)~19 (토)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입장권: VIP석 70,000원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공연문의: 02)2280-4114



인터뷰 및 글_ 안수진 인턴기자(서울대 미학/경영학 4)
사진_ 국립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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